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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전쟁과 우리농업

[한국농어민신문]

이재욱 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 소장

중국, 농산물 수입 중단으로 미국 압박
미국산 GMO 콩·옥수수 등 갈 길 잃어
우리에 밀려든다면 방어할 대책 있나?


며칠 전 미국 로스엔젤레스에서 국제통상변호사를 하는 사촌동생과 연락할 일이 있었다. 서로의 부모님들에 대한 안부 인사를 나누고 요즘 무슨 일로 바쁘냐고 물었다. 동생은 미·중 무역전쟁으로 정신이 없다고 했다. 나 역시 미·중 무역전쟁을 관전하며 분석중이라고 했다. 미·중 무역전쟁이 우리 농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살피고 있는 중이라고.

동생은 바로 ‘한국 가는 농산물이 더 싸지겠지. 중국에서 미국산 농산물을 무역전쟁의 카드로 쓰고 있으니’ 한다.

미국의 곡물농업은 국내 자급용이 아닌 수출용 농업이란 건 다 아는 일이다. 그래서 중국도 미국과 무역협상을 할 때 미국 농산물로 밀당을 한다. 지난해 미·중 무역전쟁이 고조될 때 중국은 화해의 제스처로 미국산 GMO 콩을 수입하겠다고 하였다. 밀도 700만 톤이나 수입하겠다고 하였다.

그런데 중국이 이런 화해의 카드를 내밀어도 미국이 더 많은 양보를 요구하며 관세를 25%나 매기겠다고 하자 중국은 미국산 대두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하였다. 중국은 미국산 농산물의 최대 수입국이고 지난해 12월 ‘무역전쟁 휴전’이후 미국산 대두 1300만 톤을 수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우리나라가 미국에서 1년 동안 사들이는 콩의 두 배 가까이 되는 양이다. 그런데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 수입 중단으로 미국을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산 대두의 주 생산지는 미국의 중서부로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표밭이라 할 수 있다. 갈 길을 잃은 미국산 대두를 비롯한 수출용 농산물은 다른 경로를 찾을 수 밖에 없는데 1000만 톤이 넘는 대두를 수입할 나라는 거의 없다. 그러니 미국산 농산물의 주요 수입국인 유럽과 일본, 우리나라에게 더 많은 미 농산물의 수입을 요구하게 될 테고 재고가 많이 쌓여 있을 터이니 가격은 더 떨어질 것이다.

미국이 수출하는 콩과 옥수수는 대부분 GMO 농산물이다. GMO는 유전자조작생명체 즉 종이 다른 생물체의 유전자를 다른 생물체에 강제로 이식하여 만든 생물체로 Genetically Modified Organism의 약어이다.

우리나라의 생협과 소비자단체들은 GMO의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았으니 GMO 농산물을 수입하면 안된다고 주장한다. 또 학교급식에서 GMO농산물을 제외켜야 한다고 한다. 모두 옳은 말이다. GMO를 연구하거나 생산하는 기업체와 주요 수출국들은 GMO가 안전하다고 한다. 그러나 GMO로 인해 질병이나 암 발생률이 증가한다는 실험결과도 많이 있다. 그러므로 아직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GMO 수입은 가능하면 하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위의 글에서 보는 것처럼 미국 농산물의 수입 결정은 우리 의지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미국은 농산물이 무기, 자동차, 금융상품과 더불어 주요 수출품이다. 우리같이 미국에 전자제품과 자동차를 수출해야 하고 국방을 의존해야하는 처지에서 미국의 농산물 수입을 방어해 내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GMO 농산물의 수입은 ‘위험하다, 그렇지 않다’가 기준이 아니다. 미국농산물의 수입을 막아낼 힘이 우리에게 있는가, 그리고 우리가 식량 자급률을 올릴만큼 중농정책을 쓰고 있는가가 더 큰 관건인 것이다.

미국 사는 동생이 예견한 것처럼 길 잃은 미국산 농산물이 더욱 싼 값으로 우리에게 밀려들 가능성은 농후하다. 우리는 이에 대한 대책을 세우고 있는가?

농업을 통째로 컨설팅 업자에게 넘겨도 성명서 하나 제대로 발표하지 못하고 농특위원에 나는 왜 안끼워주냐고 떼쓰는 농민단체와 지도자들이 이렇게 주변 국제정세로 인해 점점 더 식량종속의 길로 가고 있는 건 아는지, 이에 대한 대응 계획은 의논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멍 때리고 있다가 식량자급률 50%, 곡물자급률 20% 선도 무너질까 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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