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정부 가격 안정선 1053원
하락 심각단계 651원 불구
14일 현재 374원까지 떨어져

평당 매출 3000~4000원
생산비 절반도 못건져
유통인들도 ‘줄도산’ 위기


양파 가격 하락세가 장기화되면서 양파 농가와 산지유통인들이 동시에 무너지고 있다. 양파 생산과 유통 양쪽이 휘청이며 대한민국 양파산업의 근간이 흔들린다는 심각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부의 농산물 수급조절매뉴얼을 보면 도매가격 기준 4~7월 양파의 가격안정 선은 1053원(1kg)이다. 하락주의는 801원, 하락경계는 726원, 하락심각은 651원이다. 그런데 서울 가락시장에서 양파 도매가격은 1kg 상품에 11일 397원, 12일 390원, 13일 389원, 14일 374원 등 최근 400원 밑으로까지 떨어졌다.

단지 최근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난해산 조생양파가 출하되기 시작한 지난해 3월 이후부터 양파 가격이 수급조절매뉴얼의 하락단계에만 계속 머물러 있다. 두 해에 걸쳐 양파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고 또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중만생종 수확기인 6월 기준 2014년 이후 양파 가격이 수급조절매뉴얼의 안정 가격대를 넘어선 해는 2017년 단 한 해에 불과할 만큼 양파 가격 하락세가 장기화되고 있다.

중만생종 양파 수확기를 맞은 6월 중순 현재 산지에선 생산비도 건지지 못하고 있는 최악의 상황이라고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전남 무안의 한 양파 재배농가는 “최근 가락시장 시세로 보면 평(3.3㎡)당 3000~4000원 손에 쥐기 힘들다. 우리가 보통 생산비가 6500원에서 7000원 들어가니 출하하면 생산비의 절반도 받기 힘들다”며 “양파값 하락이 장기화되면서 농가들은 생산한 농산물을 수확도 못한 채 지켜만 보는 최악의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양파 가격 하락세가 장기화되며 농가들 못지않게 우려스러운 건 양파 유통의 다수, 특히 개별 농가의 유통을 책임지고 있는 산지유통인도 무너지고 있다는 데 있다.

한 양파 산지유통인은 “양파 가격 바닥세가 몇 년에 걸쳐 장기화되면서 도산을 한 양파 산지유통인들이 수두룩하다. 더욱이 올해 시세 전망도 좋지 않은데 누가 거래를 하려고 하겠느냐”며 “올해 현재 산지 밭떼기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게 산지유통인들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밭떼기 거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개별 양파 농가들의 위기감은 더 고조되고 있다. 고령과 소농이 다수인 개별 농가들은 창고에 저장할 조건도, 시장에 출하할 여건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시장에서는 일시에 물량이 몰릴 수 있고, 이렇게 되면 양파 가격은 걷잡을 수 없이 떨어질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가락시장의 김영권 한국청과 경매부장은 “2년 넘게 양파 가격이 약세를 면치 못하면서 산지유통인들 대부분의 자본력이 심각한 수준까지 왔고, 가격 전망 불투명 속에 산지 거래도 뚝 끊겼다”며 “이에 개별 농가들이 저장할 능력을 갖추지 못해 일시에 물량이 쏟아져 나올 수 있고, 앞으로 물동량도 통제가 되지 않을 수 있어 그 정도 상황이 되면 양파산업의 근간 자체까지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양파 가격 하락세가 장기화되며 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들불처럼 거세지고 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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