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가정을 해보자. 만일 2년 넘게 자동차 가격이 절반 밑으로 떨어져 자동차업계 노동자들이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면 정부는 어떤 행보를 보였을까. 또 다른 가정으로, 아파트값이 현재의 반 토막이 났다면 언론에선 관련 소식을 어떻게 전했을까.

양파 가격 폭락세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양파업계의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만난 양파 농민과 산지유통인들의 목소리에선 지면으론 차마 표현하지 못할 정도의 발언이 쏟아졌다. 여러 발언 속에 위 두 가정을 이야기한 것도 그들이었다. 그런데 그들이 전한 두 가정 속 정부와 언론의 대응 방법이 가정이 아닌 현실로 그려졌다. 자동차산업이 조금만 부침을 겪어도, 아파트값이 살짝만 흔들려도 정부와 다수의 언론이 그동안 보였던 행보는 누구나 쉽게 알 수 있고, 또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양파 산지에서의 답답함이 분노로 바뀌고 있다. 왜 유독 농산물에만 엄한 잣대를 들이대는지, 적어도 가격이 폭락한 시기가 장기화되면 타 산업처럼 현장에서 농(민)심을 달래는 VIP의 방문은 없더라도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아야 하는 건 아닌지 농민들은 묻고 있다.

그런데 돌려보면 정부와 언론이 아닌 농산물 유통업계에서조차 농산물 가치는 폄하되고 있다. 최근 한 일간지에 의해 촉발된 수박 가격과 유통 거래제도 건이 대표적이다. 수박의 5월 평년 도매가격은 1kg에 2022원, 7kg로 환산하면 1만4154원이다. 수박 도매가격 평년 가격이 이럼에도 5월 31일 대형마트에서 9900원에 수박이 팔리는 게 정상적인 것처럼 보도되고, 이에 대한 명분이 국내 최대 농산물 공영 도매시장의 개설자 멘트로 달려 나오니 수박 농가들은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다. 수박 농가들은 오히려 9900원짜리 수박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 대상이 돼야 한다고 보는 게 더 합리적인 의문이라고도 밝히고 있다.

다 떠나 거래제도가 무엇이 더 합리적이고 그렇지 않은지를 논하기 앞서 수박 성 출하기도 되기 전에 한 통에 9900원짜리 수박이 유통되는 게 올바른 게 되고, 30년 넘게 농산물 기준 가격을 만드는 도매시장은 가격 뻥튀기를 주도한다고 보이도록 하는 게 수박산업과 재배 농민들에게 어떤 도움이 될까. 혹 9900원짜리 수박이 유통되면 수박 농가들은 어떻게 될지 알고는 있을까. 모름지기 한 통에 9900원짜리 수박이 도매가도 아닌 소매가로 성 출하기 전에 도매시장에서 유통된다면, 수박 농가는 현재 생산비의 절반도 받지 못하는 제2의 양파 농가가 될 것은 자명하다.

제도를 놓고 다투는 건 어찌 보면 환영할만한 일이다. 무엇보다 가정이 있어서는 안 되는 농산물 유통업계에선 해보지 않은 제도에 대해 시행 여부를 결정하기 전 치열한 논쟁을 벌이는 건 긍정적일 현상일 수 있다. 그렇지만 적어도 농산물 가치에 대해선 시선을 달리두면 안 된다. 따지고 보면 거래제도 논쟁도 다 농산물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기 위해 하는 일이지 않은가.

김경욱 유통팀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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