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 양파 가격 하락세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산지와 시장에선 정부 대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이고 있다. 사진은 최근 서울 가락시장에 반입된 양파 모습.

수확기 지난 6월 말 수매 계획
농가 이중작업에 비용 상승
콩 등 이기작 준비도 차질 우려

미계약 소농·고령농은 소외
수출도 골든타임 놓쳐

양파 수입보장보험 가입 확대
시장격리·수매비축량 늘려야


양파 가격 하락세가 장기화되고 올해 최악으로 흐르면서 정부에 대한 농심도 한계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다. 더욱이 올해 대책 역시 농가들은 현장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진행되는 미봉책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양파 산지와 도매시장에 따르면 최근의 정부 대책에 대한 허점을 지적하는 의견이 다수다. 무엇보다 정부와 농협의 수매 기간이 산지 상황과 달리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농가는 “수매를 당장 하지 않고 6월 말에 한다고 한다. 양파 수확을 하는 지금 가져가야지 6월 말에 수매를 한다고 하면 농가들은 이중 작업을 해야 해 작업비도 더 많이 들어간다”며 “특히 빨리 수매를 해줘야 콩 등 이기작 작물을 심을 수 있는데 그런 산지 상황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개별 농가는 정부 대책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또 다른 양파 농가는 “농협과 계약을 한 농가 위주로 수매 등 정부와 농협 시책의 우선권을 주고 있어 무엇보다 소농과 고령농들이 정부 대책에서 소외돼 있다”며 “이들은 물량을 수확도 못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다른 제품이 2년 넘게 절반 가까이 시세가 떨어져서 원가의 반도 건지지 못할 정도였다면 정부가 어떤 행동을 했을 것 같냐”고 되묻기도 했다.

또한 정부의 수출 대책도 소위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분석이다.

도매시장의 한 경매사는 “바이어들이 오가는 시간만 해도 며칠은 걸린다. (12일 기준) 20일 전에만 수출 대책을 적극 추진했어도 중국 쪽 작황이 안 좋아 상대적으로 경쟁력 있게 수출이 진행됐을 텐데 차일피일 미루다보니 수출업체들이 수출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그동안 수차례 건의했는데 발등에 불이 떨어지니 이제야 수출쪽에 눈길을 돌리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런 분위기는 지난 12일 양파 생산 주산지를 지역구로 둔 서삼석 더불어민주당(전남 영암·무안·신안) 의원과 강석진(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엄용수(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자유한국당 의원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공동 주최한 ‘양파 수급안정 대책마련을 위한 긴급간담회’ 자리에서도 나왔다.

이 자리에서 강석진 의원은 “양파 가격 폭락 조짐과 관련한 지금까지의 정부 대응이 지나치게 안일하고 소극적이었다. 정부가 전향적, 선제적인 자세로 대책 마련에 나설 수 있도록 역할을 해줘야 한다”며 “추경은 양파 수급안정대책 마련과 재해를 입은 농가에 쓰여야 한다. 추경에 반영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삼석 의원도 “간담회에서 제기되는 것보다 현장 농민들의 목소리는 훨씬 더 심각하다”며 “이번 양파 가격 폭락은 재난수준이다. 이에 맞게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엄용수 의원은 “경남지역 양파 정부 수매 물량 배정이 턱없이 부족하게 배정됐다. 작년 대비 물량만큼 배정해줘야 한다”며 “비주산지에 대한 지원사업 혜택도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이날 의원들은 구체적으로 △20만~30만톤 초과 예상 물량에 대한 정부의 시장격리 물량 확대 △정부의 수매비축 확대 △양파 수입보장보험 가입 확대 △관련 예산 추경으로 확대 검토 △수출유도 지원 검토 △학교나 군납, 공공기관 공용식당에 양파 메뉴 확대 적극 권장 등의 의견을 정부에 건의했다.

이에 대해 오병석 농림축산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은 “여러 우려하는 양파 가격 폭락 조짐에 더해 최근 합천지역 같은 경우엔 우박 피해까지 겹쳐 시름이 더 커진 상황임을 잘 알고 있다. 양파 재배농가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정부가 적극 마련하고 양파 수입보장보험 가입 확대도 적극 검토하겠다”며 “정부가 수출 물류비 확대 지원 등 추가 대책도 더 마련해 양파 가격 안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