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우정수 기자]

의심 개체 발생해야만
자가제조 잔반사료 금지
전면금지 농가요구와 거리


아프리카돼지열병 예방을 위해 전문처리업체에서 재가공한 음식물류폐기물(잔반)의 돼지 급여까지 전면 금지해야 한다는 양돈 농가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환경부가 양돈 농가에서 직접 생산한 음식물류폐기물 급여를 금지하도록 한 조치에 대해 국내에 아프리카돼지열병 의심개체의 발생을 전제 하려는 여지를 남겨 논란이 일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달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을 포함해 가축전염병이 발병했거나 우려가 있어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요청이 있는 경우, 음식물류폐기물을 가축의 먹이로 직접 생산해 먹이는 것을 금지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차단을 위해 질병 감염의 주요 매개체로 꼽히고 있는 음식물류폐기물의 돼지 급여를 금지해야 한다는 양돈 농가 및 축산단체의 지속적인 요청을 감안한 것이다. 정부는 시행규칙 개정안을 바탕으로 지난 5일 국무총리 주재로 열렸던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통해 농가에서 직접 생산한 음식물류폐기물의 급여 금지 조치를 오는 7월 중 시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환경부가 최근 아프리카돼지열병에 대응한 음식물류폐기물 관리 방안을 정리해 놓은 ‘음식물류폐기물 아프리카돼지열병 표준행동지침(SOP)’을 보면 환경부의 돼지에 대한 음식물류폐기물 급여의 위험성 인식 수준에 의구심을 갖게 한다. 국내에 아프리카돼지열병 의심개체가 발생해야만 양돈 농가에서 직접 생산한 음식물류폐기물 급여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았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표준행동지침에서 △주변국의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상황을 ‘관심’ 단계 △국내 의심 개체 발생 상황을 ‘주의’ 단계 △국내 질병 발생 상황을 ‘심각’ 단계로 구분했다. 환경부가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안에 명시한 부분이 표준행동지침에서는 ‘관심’ 단계에 해당하는 상황. 환경부는 그러나 표준행동지침에서 관심 단계에는 음식물류폐기물을 급여하는 양돈 농가에 대한 ‘특별 관리’만 실시하도록 했다. 국내에 의심 개체가 발생한 주의 단계까지 가야만 농식품부 요청 시 양돈 농가에서 직접 생산한 음식물류폐기물 급여를 금지하도록 했다.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안의 내용과는 다르게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이 우려되는 상황 갖고는 양돈 농가에서 직접 생산한 음식물류폐기물 급여를 금지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이는 양돈 농가의 요구와는 한참 동떨어진 것이다. 농가에서 직접 생산한 음식물류폐기물 급여를 금지하는 것뿐만 아니라 전문처리업체에서 재가공한 음식물류폐기물의 돼지 급여까지 전면 금지하자는 게 대다수 양돈 농가의 목소리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생산자단체인 대한한돈협회는 표준행동지침의 수정을 요구하며 농식품부를 통해 환경부에 의견서를 전달했다. 한돈협회는 “환경부의 표준행동지침은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위기에 신속·체계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목적이 아니라 음식물류폐기물 돼지 급여로 인한 국내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원인을 그대로 방치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며 “표준행동지침에 위기단계와 상관없이 돼지에 대한 음식물류폐기물의 급여를 전면 금지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정수 기자 wooj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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