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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과 의료의 만남, 그리고 치유농업

[한국농어민신문]

김경미  농촌진흥청 연구정책과장

동식물과 교감하며 스트레스 낮추고
환자 식생활 개선으로 건강 증진
치유농업 역할 논의 시작점 되길


농식품과 의학의 만남, 6월 28일 전북대학교에서 열리는 제27회 기초의학학술대회의 주제다. 기초의학협의회는 대학의사학회, 대한예방의학회, 대한생리학회 등 11개 의학회가 참여하고 있는 협의회이며 이번 학술대회에는 약 1000여명의 의학계 전문가들이 참여할 예정이다. 그런데 왜 이번 주제가 농식품과 의학의 만남으로 정해졌을까?

의학적으로는 현대인의 질병과 사망 원인으로 유전적 요인보다는 생활습관과 식생활의 변화를 더 강조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음식물 성분(질)의 변화, 음식물 내용(양)의 변화, 그리고 과거와는 달라진 생활습관 등이 그것이다. 실제로 2000년대 들어 한국인의 사망원인으로 ‘암(악성종양)’이 1위로 올라서면서 식생활 변화와 관련성에 대한 연구도 활발해졌다. 식생활 변화가 암유전자 뿐만 아니라 주의력결핍과다행동장애(ADHD)의 완화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보고와 함께 농업의 기술발전으로 우리가 섭취하는 농산물의 성분 변화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일본에서도 농업(農)과 의료(醫) 연대를 위한 연구가 활발하다. 대체의료 관점에서 농업과 의학의 협력방안을 연구하는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특히 현대사회의 음식, 환경, 건강의 관계에 대한 관심을 보이면서 토양의 건강에서부터 사람의 건강까지 통찰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인다. 농업, 환경, 의료 연계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의학적 연구보고자료를 통해 설명하고 의학적 관점에서 농업을 고찰한다. 음식과 농업과 환경에 대한 종합적인 사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환경과 건강 관련 과학센터에서 새로운 연구와 사회공헌을 위한 방법론을 접근하는 사례도 있다.

일본에서 농업과 의료의 연대를 주장하는 이들의 전제는 이렇다. ‘①건강한 토양에서 생산된 음식이 건강한 몸과 양호한 영양상태에 영향을 미친다. ②토양과 음식 속 원소 간의 부조화와 불균형이 인간의 세포와 대사에 영향을 미친다. ③토양, 하천, 해양이라는 환경과 작물, 가축, 물고기라는 식품, 그리고 사람의 연쇄작용을 통해 오염물질 등이 사람의 체내 축적에 관여한다. ④건강한 토양, 건강한 환경이 사람의 건전한 호흡과 건강 유지를 위한 휴식에 관여한다.’ 등이다. 또 의료 관점에서 농업과 관련된 좋은 점은 동물교감치유, 향기치유, 식물(원예)치유, 삼림욕, 약초, 녹색환경, 의식동원(우리의 약식동원) 등을 들 수 있으며, 나쁜 점으로 꽃가루, 조류독감, 유해물질, 폐기물, 감염증, 패스트푸드 등을 꼽고 있다. 여기에서 건전한 호흡과 건강한 휴식을 제공하는 긍정적인 측면이 치유농업이라 할 수 있다.

건강상태별로 보건의료와 농업의 역할은 어떻게 나눠질 수 있을까? 증상과 검사소견에 따라 질환상태를 ‘건강-미병(아직 병이 나지 않은 상태)-병(이환, 병으로 진전된 상태)-건강(회복, 건강을 유지 관리해야 하는 상태)’으로 나눠 본다면, 치유농업은 건강한 상태와 병이 발병하기 전 상태, 그리고 병을 치료하고 회복하는 관리 상태에서 질병의 예방과 생활관리, 건강유지, 회복관리를 위한 영역에서 그 역할을 발휘할 수 있다. 음식으로는 치료음식(식이요법)이 병으로 이환된 상태에서 효과적인 치료가 될 수 있도록 돕는 보조역할을 할 수 있다. 치유농업은 건강한 환경, 식생활을 포함하는 생활습관의 개선을 도울 수 있다.

작년에 순창군에서는 만성질환자로 진단을 받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농장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7주간 진행한 프로그램은 40~60분 정도의 가벼운 산책을 통해 주변의 건강한 환경과 녹색 경관을 즐기고, 60분 정도의 중정도 노동(주로 농업활동이 이에 해당한다), 120분 정도의 건강한 음식 만들기와 만성질환자에 도움이 되는 식단에 따른 식생활을 접하도록 했다. 물론 식단은 전북대학교병원 임상지원센터의 도움을 받아 미리 검토했다. 그 결과 참여자들의 건강지표들이 개선되는 것을 볼 수 있었으며 허리둘레가 약 2㎝ 정도 감소했다. 뿐만 아니라 함께 산책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뇌파의 안정적인 변화 경향도 나타났다. 농촌진흥청의 연구에 따르면 식물, 곤충, 동물을 돌보고 교감하는 농업활동은 확실히 우울과 스트레스 감소에 영향을 미치고 삶의 질에 긍정적으로 관여한다.

모쪼록 이번 의학계와 농업계의 만남이 우리나라의 건강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약과 시술에 의존해 온 의학계에도 이번 학술대회를 계기로, ‘의료비의 쓰나미, 질병의 쓰나미’ 라는 우리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치유농업’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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