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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명조와 닮았나

[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히말라야 설산(雪山)에는 ‘야명조(夜鳴鳥)’라는 전설 속의 새가 산다고 한다. ‘밤에만 우는 새’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 새는 밤이 되면 혹독한 추위를 이기지 못해 ‘내일은 꼭 집을 지어야겠다’고 생각하며 운다고 한다. 그러다가 날이 밝아 햇살이 비치면 밤새 얼었던 몸을 녹이며 어제저녁의 일을 까맣게 잊고 종일 놀다가 밤이 오면 낮의 일을 후회하며 밤새 울어댄다. 가엽기도, 우습기도 하다.

‘기억’과 ‘의지’에 관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인간사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어려웠던 상황을 잊고 어리석음을 반복하는 경우가 왕왕 있어서다. ‘농업·농촌의 위기’, ‘농업 회생의 골든타임’을 운운하며 밤새 울어대지만, 의지와 행동력, 인사 등 총체적인 난맥상을 보이는 농정의 현실이 ‘야명조’의 모습과 닮았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농정공약을 이행하려는 정책 의지는 예산 당국의 논리에 부딪혀 힘이 빠지고 방향도 흔들리고 있다. 농정공약 이행에 ‘사사건건’ 반대부터 하는 특정 야당의 ‘몽니’에 대응할 ‘용기’나, 과감하게 돌파할 ‘추진력’도 찾아보기 힘들다. 정부와 국회는 서로를 향해 책임의 화살을 겨누기 바쁘다.

이런 가운데 농민 단체도 ‘각자도생’하고 있다. 농어업회의소, 대통령 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공익형 직불제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입장들은 단체별로 나뉘고 찢기기 일쑤다. 정부와 국회 권력을 상대하기 역부족이고, 국민에게도 다가서지 못한 채 제살 깎아먹는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 지난 4월 출범한 농특위가 ‘국민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농업’을 목표로 내걸었지만, 풀기 쉽지 않은 숙제처럼 보인다.

현장 여론이 납득하기 어려운 농정 컨트롤타워 인사도 문제다. 문재인 정부 초대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었던 김영록 장관과 청와대 초대 농해수비서관인 신정훈 비서관이 2018년 3월 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동반 사퇴하며 사상 초유의 농정 공백 사태를 빚었다. 일부 농업계 인사들이 청와대 앞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을 하며 밤새 울어댔지만, 그 효과는 얼마 가지 못했다. 후임 바통을 이어 받은 최재관 비서관이 얼마 전 임명 1년도 채 되지 않아 교체됐다. ‘경질설’이든 ‘출마설’이든 문재인 정부 3년차에 접어든 지금, 농해수비서관만 3명 째다. 내년 4월 총선이 다가오면서 이개호 장관의 사퇴도 시간문제라는 관측이다.

이를 두고 말들이 많다. “농정공약에 관여한 특정 대학교 출신의 일부 인사들이 청와대와 농특위 등 요직을 죄다 차지하고 있다”는 날선 비판도 있다. 문재인 정부의 농정공약 수립에 관여했던 한 인사도 최근 문재인 정부의 2년 농정을 평가하는 토론회에서 “인사 부분은 제가 생각해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일갈했다.

예전과 다른 변화와 소기의 성과는 있다. 임기도 아직 3년 남았다. 하지만 ‘농정 패러다임의 전환’과 ‘농정개혁’이라는 현장의 갈증은 좀처럼 해갈되지 않고 있다. 특히 농업인들의 체감도가 낮다는 것이 지난 2년 동안의 농정 평가다. 최근 농정 당국자들이 공식석상에서 “거대한 배의 방향을 틀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제 변화가 시작될 것”이라며 ‘확신’을 내비췄다. 이 말이 ‘수사’에 그치지 않았으면 한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정부뿐만 아니라 결집된 농업계의 역량이 절실하다. ‘야명조’처럼 그동안의 우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말이다.

고성진 농정팀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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