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평진 기자]

▲ 농민들이 피해상황을 보고 있다. 뿌리를 뽑아봤더니 알뿌리만 굵게 자랐다.

청주 북이면일대 쪽파 농민들
대파 등록 제초제 썼다 약해
피해 규모 수십억원 달할 듯

농진청 측 사용 지도 시인
농민들 원인 규명·보상 촉구


PLS 시행으로 인한 선의의 피해가 발생했다. 한 두 명의 농민이 아니라 대규모로 발생했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더 하다. 바로 쪽파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충북 청주시 북이면 일대 15명의 농민이 제초제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작년까지 라쏘, 스톰프 등 밭작물에 등록된 제초제를 사용했다. 그러나 올해는 PLS가 적용돼 이들 제품을 사용할 수 없게 됐다. 농민들이 선택한 제품은 파에 등록된 제초제였다.

듀스, 듀알골드 등의 제품이다. 이들 제품은 쪽파에는 사용할 수 없다. 대파에만 등록된 제초제기 때문이다. 달리 방법이 없던 농민들은 농협에 찾아가 도움을 구했다. 농협에서도 뾰족한 수를 찾지 못했다. 결국 농촌진흥청에 문의를 했고 파에 등록된 제초제를 사용하라는 답을 들었다고 한다. 올 2월경의 일이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3월말 정식을 하고 제초제를 쳤는데 한 달 정도 지났을 때부터 성장이 멈췄다는 것이다. 요즘 한창 수확을 할 시기지만 제대로 된 상품이 거의 없을 정도다. 북이면 대길리에서 2만평 쪽파 농사를 짓는 최모 씨는 “잎이 말리고 타들어간다. 대부분이 크지를 못해 수확을 못한다. 상품가치가 전혀 없다. 뽑아보면 알뿌리만 굵게 자랐다. 피해가 너무 크다”고 말했다.

사천파작목반 반장을 맡고 있는 신모 씨도 똑같은 피해를 입었다. 신씨는 4000평 농사를 짓는데 수확을 못할 정도로 약해가 발생했다고 한다. 그는 “작목반원 20명 중 15명은 듀스나 듀알골드를 썼다. 나머지는 이전에 사용하던 제초제를 썼는데 이 사람들은 약해가 없다. PLS 때문에 농촌진흥청에서 쓰라고 한 제품을 썼더니 이런 약해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농민들의 피해 규모는 상당하다. 앞서 최 씨의 경우 평균 8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으나 올해는 농사를 망쳤다고 한다. 그동안 생산비만 4억원 이상 들어갔다고 한다. 농민들의 피해액을 합산하면 수십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뿐 아니다. 충남의 공주, 아산, 당진, 서산 등의 지역에서도 이 같은 피해가 발생했다는 게 농민들의 전언이다.

이와 관련 농촌진흥청은 파에 등록된 제초제를 쪽파에 사용하라고 지도했음을 시인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쪽파에 등록된 약제가 없으니 방법이 없었다. 파에 등록된 제초제를 쓰면 부적합 농산물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쪽파는 농약잔류 측정도 파에 준해서 하기 때문에 그렇게 설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농약회사들의 설명은 이와 다르다. 농협케미칼 한 직원은 “등록된 제품은 약해시험을 파에 대해서만 한 것이다. 쪽파에 사용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신젠타코리아 한 관계자도 “쪽파에 쓸 수 있으면 ‘쪽파 포함’이라고 별도 표기를 한다. 별도 표기가 안된 제품은 파에만 써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살균제와 살충제의 경우 쪽파에 쓸 수 있는 제품은 적용작물을 ‘파’라고 쓰고 옆에 ‘쪽파 포함’이라고 표기하고 있다. 결국 쪽파를 재배하는 농민들은 어떤 제초제도 사용할 수 없고 해서도 안된다. PLS의 한계가 보여주는 대목이다. 농민들은 피해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가 PLS를 시행하면서 직권등록 등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농촌진흥청 담당자는 “살균제와 살충제에 대해서만 직권등록을 해왔다. 제초제는 예외였다. 피해원인을 우선 규명하고 제초제 피해로 판명되면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주=이평진 기자 leep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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