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현우 기자]

농식품 수출시장에서 아세안 시장은 매력적이다. 한류 열풍으로 K-Food에 대한 관심이 높고 외국 음식과 문화에 대한 거부감이 적은 젊은 층의 인구도 많다. 한국 농식품을 수출할 수 있는 최적 시장 중 한 곳이다.

그 결과, 아세안 시장은 주요 수출시장으로 성장했다. 2016년 아세안 시장 수출실적은 14억5560만 달러로 중국 수출액(14억7390만 달러)에도 못 미쳤지만 2017년 수출액은 16억1830만 달러로 중국 수출액(13억5980만 달러)을 넘어섰다. 올해도 4월까지 아세안시장 수출액은 6억207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1.1% 늘었다. 시장별로 살펴보면 중화권, 일본시장에 이어 3번째로 큰 수출시장이다. 이 같은 이유로 아세안 시장에 대한 수출업체들의 관심은 여전히 높다.

하지만 아세안 시장에 진출하는 한국 수출기업들이 증가하면서 한국 기업 간 출혈경쟁이 심각하다는 말이 심심찮게 들리고 있다. 특히 아세안 시장을 기반으로 수출물량이 급등한 딸기와 포도에 대한 국내 수출업체들의 저가 경쟁이 심각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홍콩에서는 딸기의 과잉공급으로 수출단가가 내렸고 베트남에서는 한국산 포도가 과다 공급돼 경매 처리되고 있다는 소문도 돈다.

실제 올 4월까지 신선 딸기 수출액은 3825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3432만 달러) 보다 약 11% 증가했다. 수출물량도 3452톤에서 4083톤으로 늘었다. 하지만 평균 수출단가는 1㎏당 9.94달러(2018년 4월 누적)에서 9.36달러로 감소했다. 6.2% 줄어든 수치다.

신선 포도도 마찬가지. 올해 포도 1㎏당 평균 수출단가는 8.80달러에서 7.33달러로 떨어졌다. 포도를 수출하고 있는 A수출업체 대표는 “아세안 시장에서 샤인머스캣 포도와 거봉포도가 주목 받으면서 고가에도 불구하고 수출물량이 수년째 증가하고 있다”며 “높은 수출단가 때문에 국내 생산량이 늘어나면서 아세안 시장에서 한국 수출업체 간 저가경쟁이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저가·출혈경쟁이 결과적으로 수출시장에서 악영향을 준다는 점을 국내 업체들은 잘 알고 있다. 한국산 유자차 붐이 일었던 중국시장에서 한국 업체 간 저가경쟁으로 시장이 혼탁해진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아세안 시장을 한국의 안정적인 수출시장으로 성장시키려면 저가·출혈경쟁이 아닌 안전성과 고품질을 내세워 한국산 제품의 고급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이 중장기적으로 바람직하다. 이제 더 이상 수출시장에서 한국 업체끼리 저가·출혈경쟁이 진행되고 있다는 말을 듣지 않도록 수출업체들의 자정노력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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