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안희권 충남대학교 동물자원과학부

지역 자원 선순환구조 구축 통해
환경오염 줄이고 물류비 절감도 가능
지자체 관리·감독 강화하면 될 일


로컬푸드란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그 지역에서 소비하는 것을 의미한다. 로컬푸드 운동은 지역의 생산물을 지역에서 소비하자는 일본의 ‘지산지소(地産地消)’ 운동이나 100마일 내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이용하자는 북미의 ‘100마일 다이어트’ 운동과 같은 의미라고 볼 수도 있다. 로컬푸드 운동은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이동거리를 단축시켜 소비자가 신선한 농산물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하고 유통단계를 줄여 그 이익을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돌아가도록 하는 장점이 있다.

안전한 농식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농산물의 생산과정을 소비자가 직간접으로 확인할 수 있는 로컬푸드에 대한 수요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로컬푸드 소비 촉진은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는 바가 크므로 일부 지자체에서는 로컬푸드 육성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기도 하다.

정부는 먹거리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국가 및 지역 푸드플랜 수립’을 국정 100대 과제에 포함시키고 지난해 2월 지역단위 푸드플랜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지역단위 푸드플랜은 지역단위에서 생산, 가공, 유통, 소비, 환경, 일자리 등 먹거리와 관련된 다양한 사안들을 통합 관리하는 지역 먹거리 종합전략이다. 정부는 지자체의 푸드플랜 실행을 활성화하기 위해 지역단위 푸드플랜이나 로컬푸드 종합계획을 수립한 지자체를 대상으로 지역별 생산, 유통, 가공, 소비에 필요한 시설과 운영 프로그램을 통합 지원하는 푸드플랜 패키지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역에서 생산된 로컬푸드에 대해 우선구매 및 로컬푸드 직매장 판매시설, 준비시설, 부대시설 등을 지원하는 혜택을 주고 있다. 이러한 지원사업은 로컬푸드와 지역단위 푸드플랜 활성화에 기여하는 바가 매우 크다.

그러나 정부는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지역에서 생산된 가축분 퇴비를 관내에서 우선구매 할 수 있도록 지자체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안전한 먹거리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환경친화적인 생산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지역에서 생산된 퇴비를 관내에 보급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일본의 야마가다 현의 나가이시는 환경보전형 지역자원 순환형 농업을 중심으로 지산지소(地産地消)를 성공적으로 실천하고 있다고 한다. 환경보전형 지역자원 순환형 농업이란 지역에서 발생된 유기성 자원을 이용해 퇴비를 생산하고, 생산된 퇴비를 전량 관내 농가에서 농작물 재배에 사용해 유기농산물을 생산하는 것을 의미한다. 환경보전형 지역자원 순환형 농업이 정착되지 않고서는 정부에서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지역단위 푸드플랜을 성공적으로 달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환경보전형 지역자원 순환형 농업은 지역 내 자원의 선순환구조 구축에 기여해 환경오염을 줄여줄뿐만 아니라 가축분 퇴비 운송거리 단축에 따른 물류비 절감효과도 커 경종농가의 퇴비 구입 부담 또한 덜어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지역에서 생산된 가축분 퇴비를 관내에서 ‘우선구매’ 할 수 있도록 혜택을 줄 경우 불량퇴비 또는 저품질 퇴비가 경쟁 없이 지역 내에서 유통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러나 관내에서 퇴비를 사용하는 농가는 해당지역 퇴비생산시설에 반입되는 원료 종류 및 처리공정 등을 쉽게 파악할 수 있으므로 퇴비생산시설에서 저품질 폐기물 혼합퇴비를 생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지자체에서는 관내에 유통될 제품임을 감안 해 품질관리 및 감독을 강화한다면 저품질 폐기물 혼합퇴비가 유통되는 것은 충분히 막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일정 품질 이상의 가축분퇴비(1등급 이상)에 한해 지자체 보조금을 지급할 경우 관내 가축분퇴비화 시설에서 고품질의 퇴비를 생산하도록 유도하는 효과도 클 것으로 기대한다. 지역 내 가축분퇴비 공급 활성화를 통해 토양환경 보전 및 고품질 안전농산물 생산 기반을 다진다면 지역단위 푸드플랜 사업이 성공적으로 정착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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