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우농(愚農) 최양부

86 종합대책은 정부 주도의 ‘증산/개방농정’을 벗어나 우리 농정사상 처음으로 농업·농촌·농민 정책을 유기적으로 통합한 ‘3농정책’을 도입하는 한편, 시장과 자율, 자치의 관점에서 농정 패러다임과 운용방식을 혁신하여 ‘산업사회 농정’으로 전환을 시작하는 새 전기를 만든 역사적 개혁조치였다.


정부는 김만제 경제부총리를 위원장으로, 관계부처 장관 등을 위원으로 하는 ‘농어촌대책협의회’를 개최하여 새로운 농정대책을 확정하고 1986년 3월 5일 대통령주재 당·정 연석회의에서 ‘농어촌종합대책(86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2000년대 선진사회로 발전하기 위해 ‘농어촌을 산업화, 도시화하여 쾌적한 삶의 공간으로 건설한다.’라는 새로운 ‘산업사회 농정목표’를 제시했다. 또한 ‘도·농간의 발전격차로 인한 상대적 빈곤, 소값 파동에 따른 손실과 부채 증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어촌, 농어가 문제를 국가발전전략 차원에서 해결하고 농정의 일대 개혁과 농어촌사회의 새 기풍 조성’을 위해 3농(農)을 포괄하는 농정 전환을 위해 1986∼1988년간 3년간 1조5600억원을 투자한다고 했다. 86 종합대책은 1979년 이후 경제기획원의 개방농정과 갈등을 빚어온 농수산부의 증산농정의 한계를 뛰어넘어 정부의 거의 모든 부처가 참여한 정부 최초의 획기적인 범정부적 농정대책이었다.

농어촌종합대책은 새로운 농정의 기본과제로 ‘1) 농외소득 증대와 농어촌주민의 취업기회 확대를 위해 농어촌공업도입시책의 본격적 추진, 2) 농수산소득원을 다양화하고 농수산업 구조개선촉진을 위한 과감한 농정 전환, 3) 교통, 통신, 상수도, 주거 등 생활환경의 획기적 개선을 통한 농어촌균형개발, 4) 농어가 생활 안정과 복지증진을 위한 의료, 교육 등 지원강화, 5) 농어가의 실효성 있는 부채 및 부담경감과 이를 위한 농어촌개발특별기금신설, 6) 각종 대책의 효율적 추진을 위한 농수산 및 지방 행정 제도개선’ 등의 추진을 제시했다.

첫째 농어가 농외소득원개발을 위해 농공지구조성사업을 추진하여 공장유치, 부업알선, 농어촌관광과 민박 알선 등의 사업과 지방 민속주 개발 등을 촉진한다. 농수산소득원개발을 위해 쌀소비촉진을 위한 주정용 쌀 사용제한을 완화하고, 유가공제품 및 천연 과즙음료에 대한 특별소비세 면제 등을 통해 농수산물 수요를 확대한다. 농수산물 수급 안정을 위한 ‘농수산 관측’을 강화하고, 농협 등 생산자단체 중심의 산지 출하조직 육성, 수매 비축 등 가격안정대 사업 등을 확대한다. 둘째 농수산구조개선을 위해 ‘농지금융’을 신설하여 농어민후계자들의 농지구입자금을 지원하는 한편, 취득세, 양도세 등을 경감 하고, 부재지주 소유농지에 대해 재산세를 중과하며, 농지임대차 요율 상한(논 20%, 밭 10% 수준)을 설정하며, 농기계 공동이용을 위한 ‘기계화영농단’ 신설과 농기계구매자금을 지원한다. 셋째 농어촌균형개발을 위하여 농어촌 도로포장, 벽지 버스운행과 낙도 선박 운항 지원확대, 1987년까지 군내 전화통화 자동화 등 농어촌사회간접자본을 확충한다. 농어촌생활 편익 증진을 위해 면 단위 종합복지관을 건립하고, 읍·면 상하수도 보급확대, 부엌, 화장실, 욕실 개선 등 주택개량사업 지원을 확대한다.

넷째 ‘영세 농어가 자립 지원’기준을 도시와 동일 수준으로 상향 조정하고 자녀들의 학비를 면제한다. 농어촌 의료서비스 향상을 위해 보건소와 지소의 시설과 장비를 개선하고 농어촌 진료 및 의료기관으로 육성하고, 공중보건의 제도와 병원선 운항, 농·수협 의료공제제도 가입장려 및 의료비 대(代) 지급제를 확대한다. 농어촌교육 개선을 위해 농수산고등학생에 대한 장학금을 지원하고 농수산고등학교를 종합실업학교로 전환하며 공업교육을 강화한다. 다섯째 농어가부채 및 부담경감을 위해 1983~84년간 소 입식 융자금, 영농, 영어자금에 대한 이자율을 인하(10%→8%)하고, 수리(水利) 개보수사업비 70% 융자를 보조로 전환하여 농조 조합비(수세, 水稅) 부담을 경감 한다. 농어가부담경감대책의 효율적 추진을 위한 중장기 저리자금(연리 5%, 기간 3∼20년) 공급을 위해 1988년까지 5000억원의 ‘농어촌개발특별기금’을 조성한다. 여섯째 농어촌종합대책의 효율적 추진을 위해 지방정부의 기능과 조직을 재정비하고 특히 지방의 경제·상공행정 기능을 강화한다. 농어촌 관련 기관의 기능을 재조정하고 농수산부의 농수산물유통개선과 농어촌종합개발기능을 강화하고, 농업진흥공사는 ‘농어촌진흥공사’로, 농어촌개발공사는 ‘농수산물유통공사’로 개편한다. 산림청을 내무부에서 농수산부로 이관하고 농·수·축협에 기능별 본부장제도를 도입하여 경제사업을 강화한다. ‘농어촌종합개발방식과 지역별 예산편성방식’을 도입하고 지역 특성과 주민 의사를 반영한 군 종합개발계획을 수립하여 이를 근거로 예산을 지원하고, 쌀 증산 독려와 행정조직 또는 공무원에 대한 쌀 증산 시상제도를 지양하고 경영, 기술지도 강화 등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추진방식을 혁신한다. 86 종합대책에 따라 농수산부는 1986년 5월 31일 자로 ‘농어촌개발국’과 ‘농산물유통국’을 신설했다.

33년 전, 정부의 농어촌종합대책은 강제농정 철폐나 수세, 부채감면 등 가톨릭농민회와 농민단체의 주장을 수용하는 한편,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다양한 정책연구성과와 ‘산업사회 농정론’을 통해 건의해온 새로운 농정비전과 과제들을 폭넓게 수용했다. 86 종합대책은 정부 주도의 ‘증산/개방농정’을 벗어나 우리 농정사상 처음으로 농업·농촌·농민 정책을 유기적으로 통합한 ‘3농정책’을 도입하는 한편, 시장과 자율, 자치의 관점에서 농정 패러다임과 운용방식을 혁신하여 ‘산업사회 농정’으로 전환을 시작하는 새 전기를 만든 역사적 개혁조치였다. 그럼에도 86 종합대책은 농정사적 의미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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