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부터 전국 동시출하…가격 지지 관건은 품질·당도"

[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 이정구 대표(사진 왼쪽)를 비롯한 논산수박연구회 관계자들이 선별을 마치고 마트와 시장에 나갈 수박을 살펴보고 있다. 40여년 수박 재배 경력을 지닌 이 대표는 수박을 살펴보며 “갈수록 수박산업이 최악으로 흐르고 있다”고 전했다.

미세먼지 여파로 일조량 부족
초반 출하 수박 대체로 작은 편
시장 도매가 평년보다 높았지만
농가 손에 쥐는 돈은 줄어들어

6월부터 나올 물량 크기 회복 
면적 증가로 ‘홍수 출하’ 걱정 
장마·무더위 등 날씨도 변수 
"수박산업, 갈수록 안 좋아져"


‘수박 가격이 높지만 높지 않다?’, 최근 여름의 문턱으로 진입하며 대표적인 제철 과채인 수박도 전국 곳곳에서 출하가 전개되고 있다. 5월 말 현재 시장에서의 수박 가격은 지난해와 평년보다는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 막 수박 주 출하기를 맞은 산지와 시장에선 현재의 가격대가 높은 수준이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왜 그럴까. 최근 국내 주요 수박 산지와 도매시장인 충남 논산과 서울 가락시장을 찾아 그 이유와 함께 여름철 수박 시장을 점검해봤다.

지난 5월 29일 찾은 논산 수박 산지에선 기승을 부렸던 봄철 미세먼지 여파가 계속되고 있었다. 미세먼지가 극에 달하는 봄철이 주 생육기이기에 수박이 어느 품목보다 미세먼지 영향을 강하게 받았던 것이다.

50여 수박 농가가 참여하고 있는 영농조합법인 논산수박연구회의 이정구 대표는 “올해 수박이 미세먼지 영향을 너무 많이 받아 일조량이 부족할뿐더러 하우스 안 기온이 오르질 못했다. 이에 올해 수박이 전체적으로 작은 편”이라고 전했다.

이로 인해 5월 말 기준 가락시장에서 수박 1kg 상품 평균 도매가격은 2000원 내외로 1000원 후반대였던 평년보다 높은 가격대를 보이고 있지만 농가들이 체감하는 수박 가격은 낮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재현 가락시장 중앙청과 경매부장은 “미세먼지에다 날씨 상황도 좋지 못해 일조량 부족 현상으로 작년에 비해 보통 1~2kg 수박 크기가 작다”며 “이에 가격정보에 나오는 시세는 높게 보여도 오히려 농가들이 받는 평균단가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다행히 정식이 늦게 시작된 6월부터 나올 물량들은 이 미세먼지 여파에서 비켜서며 수박 크기가 회복 중에 있다. 하지만 한 고비 넘으니 또 다른 고비라고, 이제는 전국에서 동시에 터져 나올 물량이 수박 산지에 걱정거리로 다가오고 있다.

이정구 대표는 “이제 나올 물량은 2월 말에서 3월 초 정식이 이뤄진 것들”이라며 “이 물량들은 본격적인 생육기가 미세먼지 집중 기간에서 비켜나 있고, 본격적으로 커진 5월 날씨도 좋아 크기가 많이 회복됐다”며 “다만 이제 걱정은 쏟아지는 물량에 있다”고 밝혔다. 그는 “예년 같으면 남쪽부터 북쪽으로 수박 작기가 서서히 이동했지만 근래 들어선 한 번에 쏟아진다”며 “특히 올해엔 전국에 고온 현상이 일찍 찾아와 이런 현상이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재현 부장도 “작기가 순차적으로 이어져야 하는데 전국에서 동시에 물량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행사를 걸어도 수박 소비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어 수박 시세 지지에 어려움이 클 것으로 보인다”며 “그나마 수입과일이 현재 맛이 없고 양이 많지 않은 게 다행”이라고 말했다.

전국에서 쏟아지는 물량과 함께 또 다른 변수는 날씨가 될 것으로 보인다. 5월 마지막 주 월요일에 전국적으로 비가 제법 왔고, 이후 아침저녁으로 서늘한 바람이 불면서 그나마 기록상으로 유지됐던 수박 시세도 꺾였다.

김규효 가락시장 서울청과 경매과장은 “5월 마지막 주 비가 오고 아침저녁으로 바람이 서늘하게 불면서 수박 가격이 약세 흐름을 보이고 있는데 앞으로의 변수 역시 장마 시기와 무더위 등 날씨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만일 날씨까지 받쳐주지 못하면 6~7월 나올 물량은 면적이 증가하고 물량도 전국에서 동시에 터질 것으로 추정돼 가격 지지는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밝혔다.

시장 유통인들은 수입과일 및 여름과일과의 승부를 위해선 수박 품질관리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김규효 과장은 “올해 수박은 품위 간 가격차가 유난히 크게 발생하고 있다”며 “아무리 소비가 안 된다고 해도 고품질 고당도 수박은 계속해서 잘 판매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재현 부장은 “수박이 포전매매가 많다보니 뒷관리가 부족한 면이 있다. 장기적인 수박 소비 유지를 위해서라도 끝까지 관리를 철저히 해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산지에선 장기적인 수박 산업 점검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정구 대표는 “현재 수박은 미세먼지 등 날씨 영향으로 재배가 어렵고, 내수 시장도 한계가 왔다”며 “미세먼지에 적합한 재배시설 지원, 수출 시장 확대를 위한 대책 마련 등 수박산업 전반에 대한 점검과 지원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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