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특정단체서 상표 등록 완료
독점적 사용 권리 주장 나서
청년농부 소개 문구썼다가
온라인 마켓서 경고문 받기도

4-H 등 대응방안 모색 방침
‘법적 소송까지 가나’ 촉각


특정 협동조합이 ‘청년농부’ 명칭을 특허청에 상표 등록한 뒤 독점적으로 사용할 권리를 주장하고 있어 파문이 일고 있다. ‘청년농부’라는 명칭을 내세운 농산물 판매 및 홍보를 ‘상표권 침해’라며 제재 조치를 취한다는 입장이어서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명칭 사용을 놓고 ‘상표권 분쟁’으로 비화될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일방적인 권리 주장으로 정부의 청년농업인 육성과 정착을 저해하는 자들이 있습니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6월 16일까지 국민청원이 진행 중이다. 30일 현재 참여인원은 1000명을 조금 웃돌고 있다.

게시글과 취재 내용을 종합하면 ‘청년농부협동조합’이라는 곳이 2016년 말부터 2017년까지 ‘청년농부’라는 상표를 특허청에 상표 등록 출원을 했고, 특허청이 이를 받아들여 상표 등록이 마무리됐다.

문제는 ‘청년농부협동조합’이 상표 등록을 이유로 다른 청년농업인들의 ‘청년농부’ 명칭 사용을 ‘상표권’ 침해로 규정, 사실상 독점적 권리를 주장하고 있어 피해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들어 온라인 오픈마켓에서 ‘청년농부’ 명칭을 사용한 청년농업인들에게 오픈마켓 측이 ‘명칭 수정’ 지시와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판매 중단 등을 통지하면서 청년농업인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청년농업인들이 농산물 홍보·판매를 위해 ‘청년농부’라는 명칭을 쓸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됐고, 급기야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이뤄진 것이다.

청원글 작성자는 “실제로 불이익을 예고하는 경고문을 오늘 받게 됐다”며 “‘청년농부’라는 단어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온라인 판매 상세페이지와 문구에서 ‘청년농부’라는 단어를 빼지 않으면 판매를 중지 당할 것을 예고했다”고 알렸다.

이 작성자는 “6차 산업으로 성장하는 청년농부에게 온라인은 필수다. 열심히 농업에 종사해 온라인 판매로 연계하며 터를 일궈나가고 있는 많은 청년 농업인들로부터 자기소개 자체에 걸림돌을 만들어 당연한 권리를 빼앗으려는 청년농부협동조합의 만행을 중지시키는 동시에 이를 그대로 허가 내어준 특허청에 별도 조치를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더욱이 ‘청년농부협동조합’은 ‘청년농부’ 명칭을 사용하려면 연회비 10만원을 내고 조합원으로 가입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어 청년농업인들로부터 또 다른 지탄을 자초하고 있다. 해당 협동조합은 2016년 7월 설립했다. 논란이 커지자 협동조합 측은 ‘청년농부’라는 명칭 사용 문제를 두고 조만간 내부 논의를 거쳐 최종 결정을 내리겠다는 입장이다. 비난 여론을 의식해 기존 입장을 바꿀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현재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피해가 불가피한 이들은 청년농업인들로, 온라인 판매 등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된다. 이에 따라 전국 6000여명의 청년농업인들을 회원으로 두고 있는 한국4-H청년농업인연합회는 6월 중순 회장단 회의를 열고 향후 대응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법적 소송’ 등 모든 대응 방안을 열어놓고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최악의 경우에는 자칫 ‘상표권 분쟁’으로 비화될 조짐이다. 하지만 법적 분쟁은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청년농업인들의 피해 역시 장기화가 불가피하다.

‘청년농부’ 명칭 사용에 대한 정부 입장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도 안타까운 부분이다. 특허청은 ‘청년농부가 생산한 000’처럼 설명적 문구로 사용할 경우 상표권 권리주장의 효력이 미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하는 동시에 개별 사례에 따라 법적 분쟁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 애매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특허청 관계자는 30일 “청년농부가 상표권으로 등록된 상황이지만, 예를 들어 ‘청년농부가 생산한 000’ 경우처럼 설명적 문구라든지 다른 용도로 쓰는 것은 가능한 것으로 현행 상표법상 해석할 수 있다”며 “상표적 사용인지 여부는 구체적인 사용 실태를 보고 판단할 문제이고, 소송 등으로 법적 판단이 내려질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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