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조영규 기자]

올해 농기계 시장의 화두는 ‘경제형 농기계’다. 이를 방증하듯, ‘2019 상주농업기계박람회’에 참가한 농기계업체들은 모두 경제형 농기계를 전시장에 세웠다. 분명 직전과는 다른 분위기로, 노동력과 생산비를 줄일 수 있는 농기계가 필요하다는 공감대에서 나온 결과다. 경제형 농기계를 향한 농업인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특히 농사경력이 수십년임에도 가격 때문에 농기계 구입을 망설였던 농업인과 처음 농사를 시작한 귀농인, 주농기계 외에 부작업용 농기계가 필요했던 복합영농인 등에게 인기가 높다. 사고 싶어도 못샀던 농기계, 그 욕구를 해소해준 것이 바로 경제형 농기계다. 실제로도 경제형 농기계를 통해 작업 효율성을 높여가고 있는 중이다.

빛이 있으면 어둠도 있는 법. 경제형 농기계 ‘품질’이 그것이다. 경제형 농기계가 ‘유행’을 타면서 너도나도 경제형 농기계 시장에 뛰어든 형국에서 품질이 낮은 일부 경제형 농기계로 인해 불편을 호소하는 농업인들이 적지 않다. 초특가란 가격 흥정에 끌려 농기계를 구매했지만 이내 작업 만족도가 떨어졌다는 것이 이들의 불만이다. 가격이 무조건 낮다고 경제형은 아니다. 기능의 거품을 뺀 농기계에 적정한 가격을 더한 상품이 ‘경제형 농기계’다. 농업인들로부터 호평을 받아왔던 가장 큰 이유인데, 가격만 내세운 저렴한 농기계가 경제형 농기계 이미지에 타격을 주지 않을지 걱정이 많다. 이 타격은 당연 농업인에게도 미친다.

다양성이 사라진 농기계 시장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앞으로 다가올지 모를 또 다른 어둠이다. 4차 산업혁명에 따라 직진자동이앙기, 자율주행트랙터, 무인방제 드론·보트 등 최첨단 농기계가 주목받고 있다. 또 한쪽에선 여성농업인을 위한 ‘여성친화형 농기계’와 밭농업기계화율 향상을 위한 ‘밭농업기계화’도 출시 중이다. 이런 일련의 흐름이 ‘경제형’에 묻혀 제 속도를 내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이 근심거리다. ‘공장은 하난데, 경제형을 만들어야 하니 여타 기계를 만드는 데 주저한다’는 농기계업체 관계자의 얘기가 허투루 들리지 않는 이유다. 시대 변화와 함께 영농활동 주체가 세분화된 만큼 농기계의 ‘다양성’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많다. 선택지가 없어진 농기계 시장, 농업인들에겐 예기치 못한 위기다.

우수한 품질이 보장된 경제형 농기계와 함께 고도의 기술이 접목된 최첨단 농기계, 이 틈새를 겨냥한 여성친화형 농기계와 밭농업기계, 그 외 여타 소형 농기계, 이들이 함께 공존하는 건전한 ‘농기계 시장’을 만드는 노력이 농기계 시장의 최대 고객인 농업인을 위한 길이 아닐까. 농기계업계, 유행을 좇기보다는 농업인들의 바람에 귀를 기울여라.

조영규 산업부 농산팀 기자 choy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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