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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길의 시선] 농식품부 장관 자리의 무게이상길 논설위원

[이상길 농정전문기자]

청와대 농해수비서관이 교체됐다. 임명 된지 채 1년이 안된 비서관이 바뀐 것을 뜻밖으로 보는 이가 많다. 그 배경을 놓고는 몇 가지 설이 떠돌지만, 내년 4월 총선에 차출됐다는 말도 있다. 최재관 전 비서관은 임명 당시 농민운동가 출신으로 적폐청산과 농정대개혁에 활로를 열어줄 것을 기대한 이들이 많았기에 이번 교체는 아쉬움이 크다.

문제는 농해수비서관의 교체에 이어 현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역시 내년 4월 총선 이전 사퇴가 예정돼 있다는 점이다. 현역 지역구 국회의원(담양 함평 영광 장성) 신분인 그는 지난해 8월 청문회에서 다음 총선에 출마한다고 밝힌 바 있다. 내년 4월15일 총선에 출마하려면 연말까지만 장관직을 수행하는, 길어야 1년 반 임기의 장관이라는 말이 나온 이유다. 이 장관은 지난 3월 개각 때도 교체설이 나온 바 있고, 최근에는 오는 8월 사퇴설도 입길에 오른다.

문재인 정부의 초대 장관은 지방선거에, 2대 장관은 총선에 출마하면서 다시 농정 컨트롤타워 공백 사태가 재연될 판이다. 당시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과 청와대 농어업비서관이 6.13 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재임 8개월만인 지난해 3월 줄 사퇴 하면서 신임 이개호 장관이 취임할 때까지 헌정사 초유의 농정공백이 5개월이나 이어졌다. 전임 장관의 사퇴로 장관 자문 농정개혁위원회는 공중 분해됐다.

이는 정권 초기 농정개혁의 골든타임을 흘려보내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거의 1년 반이 되도록 농업 농민을 언급하지 않았다. 그 사이 농정은 관료들이 장악했고, 장관도 없을 때 ‘스마트팜 밸리’ ‘농약허용물질목록관리제도(PLS)’ 같은 이전 정부의 생산주의 농정, 기업 농정, 농민을 옥죄는 농정이 확대 재생산됐다. 보다 못한 농민들은 문재인 정부의 대선공약 이행과 농업 적폐청산, 농정대개혁을 요구하며 장기간 청와대 앞에서 목숨을 건 단식농성을 진행했다. 이는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연말 대통령과의 간담회와 올해 4월 농어업 · 농어촌특별위원회 설치로 이어졌다.

이개호 장관은 현역의원으로서 지역구를 챙기는 처신이 종종 논란이 되고 있다. 틈틈이 지역구를 찾아 스스로 ‘예산의 달인’이라며 지역예산을 확보한 실적을 자랑하는가 하면 지역 축제의 대회장을 맡는 등의 행보 때문이다. 물론 현역 지역구 국회의원이 장관을 겸직하면서 나라와 지역을 위해 남달리 봉사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오늘 농민들이 처한 상황의 위급성, 지지부진한 농정개혁을 감안할 때, 장관으로서 지역구 챙기기 논란에 휘말리는 게 적절하다고 볼 수는 없다. 농식품부 장관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에 따라 농정대개혁을 추진해야지, 선거를 위해 거쳐 가는 자리가 되어선 안 된다.

지금 문재인 정부는 3년차에 들어서도 약속한 농정개혁을 가시적으로 이룬 게 없다. 다른 부처들이 다 했던 적폐 청산은 물론이고 ‘국가 농정의 기본 틀부터 바꾸겠다’는 약속은 이행되지 않고 있다. 공익형 직불제를 확대하고 쌀 목표가격에 물가인상률을 반영해 인상한다더니 변동직불금 폐지를 두고 논란만 키우고 있다. 채소 값 폭락, 아로니아 농가 파산위기는 농민들의 가격과 판로걱정을 덜어준다 했던 공약을 무색하게 한다.

가뜩이나 농업에 무관심한 태도로 ‘농업 패싱’ 소리를 듣고 있는 문재인 정부다.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한 농정개혁이란 수 십 년 이어온 생산주의, 기업농주의, 관료-기업 연합세력을 극복하는 과정이다. 대통령의 관심과 정권적 차원의 강력한 지원 없이는 결코 이룰 수 없는 과제다. 하물며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과 청와대 농해수비서관이 선거 때마다 바뀌는 상황에서 이미 농정개혁은 물 건너 간 지도 모른다. 이래서는 기득권 관료가 농정을 주도하게 된다. 어렵사리 만들어진 농어업· 농어촌특별위원회가 있다고 해도, 관료세력을 극복하지 못하면 개혁을 도모하기 어렵다.

지난해 9월 농정개혁 시민농성단의 일원으로 참여했던 박웅두 정의당 농민위원장은 “자괴감이 든다”고 했다. 그는 SNS를 통해 이런 글을 올렸다. “농업개혁은 공염불인가? 내가 이런 꼴 보려고 지난해 가을 청와대 앞에서 보름 넘게 단식농성을 했던가?” 농업정책의 양 책임자가 또 다시 1년이나 1년 반 만에 그만두면 누가 농정개혁을 이끌어 가느냐는 탄식이다. 그는 청와대와 농특위에 컨설팅업체 출신들이 포진하고, 특정 학맥이 요직을 번갈아 가며 독식하는 모양도 걱정했다.

문재인 정부 집권 3년차다. 역대 정부가 그랬듯 3년이 지나면 개혁의 동력은 사라지기 쉽다. 이미 시기를 놓치고 있지만, 굳이 늘려 잡는다 해도 농정개혁의 골든타임은 올해 말까지다. 시간이 없다. 갈수록 문재인 정부 농정에 기대를 접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정권의 레임덕은 개혁이 부진하고 인사에 실패할 때 앞당겨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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