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촌사회학회 춘계학술대회

[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 ‘농촌의 지속가능성, 농민 실천과 지방농정’이란 주제로 열린 ‘한국농촌사회학회 2019년 춘계학술대회’에선 농업인의 집합행위를 바탕으로 한 지역 단위의 절책 설계 필요성 등 다양한 정책 제언이 나왔다.

일정 수 이상 참여시 효과 발생
개별농가 아닌 집합행위 기반 둬야
정책 참여농가 공간 배치가 핵심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농업의 공익적 가치에 초점을 맞춘 공익형 직불제 도입이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농업환경보전 취지에서 접근할 경우 개별 농가 단위가 아니라 농업인의 집합행위를 바탕으로 한 지역 단위의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4일 전남대 사회과학대학관에서 열린 ‘한국농촌사회학회 2019년 춘계학술대회’에서 조원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농촌주민의 집합적 활동, 농업환경보전 프로그램의 조건’이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조원주 부연구위원은 “기존의 소득보전형 직불제에서 탈피해 농업인이 생태·환경을 보전하기 위해 환경보전 활동을 이행할 경우 창출된 공익적 가치에 대해 그 대가를 지불하는 공익형 직불제가 논의되고 있다”며 “이와 같은 공익형 직불제 세부 계획을 국내에서 농업환경보전 프로그램이라 한다”고 말했다.

농업환경보전 프로그램은 농업인이 농업환경자원을 관리·보전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해당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프로그램에 명시된 특정 농업환경보전 활동을 이행하는 경우 이에 대한 대가로 농업인에게 보상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조원주 부연구위원은 “소득보전형 직불제는 농가 소득 안정화를 위한 정책이기 때문에 개별 농가를 기본 단위로 정책이 설계돼 있다. 하지만 농업환경보전 프로그램은 정책에서 발생하는 편익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농가 수에 비례해 증가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세부 실시항목에 따라 농업인의 집합행위를 바탕으로 하는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며 “농업인의 집합행위에 기반한 지역단위 농업환경보전 프로그램이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조 부연구위원은 크게 두 가지 이유를 들었다. 그에 따르면 “농업환경보전 프로그램의 대상인 농업환경자원이 ‘비선형 공공재’인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비선형 공공재’란 최소 요구량을 넘어서는 공공재의 공급이 있을 때에만 유의미한 편익을 얻을 수 있는 공공재를 말한다. 대표적으로 경관보전 정책이 해당 사례다. 일정 수 이상의 농가가 참여했을 때만 정책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에 경관작물 식재면적이 마을단위 또는 필지별로 일정 규모 이상의 집단화된 농지를 지원 기준으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조 부연구위원은 “농업환경보전 프로그램의 정책 목표가 비선형 공공재를 관리하기 위한 경우에는 농가 단위 프로그램이 아닌 지역단위 프로그램을 통해 최소 요구량을 충족시킬 수 있는 농업환경자원 관리가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집합행위를 기반으로 하는 지역 단위 농업환경보전 프로그램이 필요한 또 다른 이유로 “정책에 참여한 농가의 공간 배치가 정책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꼽았다.

조 부연구위원은 “예를 들어 수질 개선 활동이나 서식지 보전 활동에 참여한 농경지가 넓은 공간에 흩어져 있는 경우에는 유의미한 환경 편익을 가지기 어렵다. 즉 공간 배치가 중요한 비선형 공공재는 일정 크기 이상으로 한 곳에 집적돼 있을 때만 편익이 발생하기 때문에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농가의 집합행위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농업환경 공공재는 집합행위를 바탕으로 일정 수 이상의 농경지가 동시에 프로그램에 참여할 때 적절한 수준의 농업환경 공공재를 공급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결론을 도출하는 사례로 거론된 것이 네덜란드 환경협동조합 단위의 농업환경보전 프로그램이다. 조 부연구위원은 “농업환경 공공재를 보전하기 위한 네덜란드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농경지에서의 생물다양성이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그 이유는 기존의 농가 단위 농업환경보전 프로그램의 경우 농업환경 공공재의 집합적, 공간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조 부연구위원은 이어 “농가 단위 프로그램에 비해 지역 단위 농업한경보전 프로그램이 정책 유연성이 높고, 정책 효율성도 개선할 수 있었다”면서 “또한 지역 단위 프로그램은 정부가 협동조합과 계약을 체결함에 따라 개별 농가가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필요한 행정 절차가 간소화되는 이점도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역 단위 농업환경보전 프로그램의 도입을 위해 고려해야 할 점도 지적됐다. 그는 △모든 농업환경 공공재를 지역단위 농업환경보전 프로그램으로 관리하는 것은 위험성이 있다는 점 △성과 기반 방식의 프로그램 설계의 한계점 △지역 단위 프로그램의 정책 대상자(조직 또는 단체) 선정의 중요성 △리더십 △농업환경보전 활동에 대한 정부의 기술지원 △집합행위를 유지할 수 있는 추가적인 유인 체계(상여금 등) 등이 면밀하게 검토돼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학술대회는 ‘농촌의 지속가능성, 농민 실천과 지방 농정’이라는 이름으로 마련됐다. 네덜란드 와게닝겐대학의 얀 다우 판 더르 플루흐 명예교수가 1부 발제를 맡았고, 2부 ‘세션1-농민 실천과 농촌의 지속가능성’, ‘세션2-농업·농촌의 지속가능성과 정책 과제’가 각각 진행됐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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