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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자본 의존해 규모화···‘경영자형 농업’ 벗어나야 지속 가능”‘농민농업의 시대가 온다’ 국제 토론회

[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농민 농업의 시대가 온다’는 주제의 국제토론회가 열려 ‘농민농업’의 개념을 공론화하는 시간이 됐다.

▶농민농업은
생태적 자본 vs 금융자본
영농스타일을 기준으로
‘가족농’ 개념 세분화 필요
농민농업-경영자형 구분해야

먹거리 제국으로부터 탈주
생산자-소비자 직접 연결하는
우회시장 창출 증가 추세

인도선 ‘무예산자연농업’ 실천
화석연료 기반 투입재 등 금지
농가 부채 악순환 고리 끊어


‘농민 농업’이라는 새로운 부류의 농업 형태를 정의하는 개념을 국내에 공론화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국내에선 생소한 ‘농민 농업’이라는 용어는 전통적으로 분류돼 온 ‘가족농’이라는 개념을 보다 세분화한 개념이다. 이와 대비를 이룬 용어는 ‘경영자형 농업’으로, 유럽의 가족농들이 산업화 과정을 통해 겪은 변화 흐름을 ‘영농 스타일(farming style)’을 기준으로 구분한 것이다. 지난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황주홍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 오영훈 더불어민주당(제주 제주을), 김종회 평화민주당(전북 김제부안) 의원, 전국농민회총연맹 등이 주최한 ‘농민농업의 시대가 온다’ 국제토론회에서 이 같은 내용들이 소개됐다.

▲‘농민 농업’이란=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네덜란드 와게닝겐 대학의 얀 다우 판 더르 플루흐 명예교수의 설명과 자료에 따르면 ‘농민 농업’은 가족농 부문에서 나타나는 새로운 부류의 농업을 일컫는 개념이다. 즉 네덜란드 등 유럽의 가족농이 1950년대 이후 산업화를 통해 변화·발전해 오며 내부적으로 크게 두 개의 흐름을 띠었는데, 이 중 하나가 ‘농민 농업’이라는 얘기다. 또 다른 하나는 ‘경영자형 농업’이다. 이 둘이 분명하게 구분되지는 않지만, 중요한 부분은 둘의 분류 기준이 ‘영농 스타일(farming style)’에 근거한다는 점이다.

‘영농 스타일’은 생산 및 자원 개발 과정이 어떻게 구조화되는지를 구체화한 개념이다. 무엇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영농인가로 볼 수 있다. 쉽게 풀어보면 ‘농민 농업’은 자연에 근거한 자본, 자체적으로 갖춘 생태적 자본에 기반을 두고 있는 반면 ‘경영자형 농업’은 금융 자본에 기반을 두고 있고, 이를 통해 화학비료·사료·가축·종자를 구매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차이가 있다. 사료를 예로 들면, 농민 농업의 경우 자체적으로 생산하지만, 경영자형 농업은 구매를 하는 양상이라는 것이다.

플루흐 교수는 “‘농민 농업’에서는 노동이 중요하고, 농민의 의지와 지혜, 지식을 적극 활용한 반면 ‘경영자형 농업’은 테크놀로지(기술)를 주로 활용한다”며 “‘농민 농업’은 농민의 노동소득 증대가 궁극적인 목표로 정책적 지원을 받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경영자형 농업’은 농산업의 자본 수익률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농민 농업’에 대해 플루흐 교수는 “농민 스스로 조절하는 자원 기반에 토대를 둔 농업 형태”라고 규정했다. ‘스스로 조절하는 자원 기반’은 “살아 있는 자연”, 예를 들어 토지, 작물, 가축, 지역 생태계 등의 자원 기반을 말한다. 그는 “농민 농업의 핵심은 사람과 살아있는 자연이다. 농생태학적 자본을 활용한 농업이 농민 농업의 핵심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농민 농업’ 개념이 필요한 이유는=기존 가족농 개념이 새로운 변화 흐름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하기 때문에 대안이 요구되고, 가족농이라는 틀에서 시행되는 농업 정책이 실질적으로 농민에 도움이 되지 않는 방향으로 왜곡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는 인식에서다.

플루흐 교수는 “가족농은 법률관계 측면에서 유용한 개념이다. 가족이 주요 자원을 소개하고, 가족 내부에서 의사결정이 이뤄지며, 가족이 농업노동의 대부분을 제공할 때 가족농이라고 한다”며 “하지만 가족농 개념은 자원이 어떻게 동원되고, 결합되고, 변화하는지를, 또는 생산이 어떻게 조직되고 발전되는지를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한 플루흐 교수는 “경영자형 농업은 사회 전체가 새롭게 직면한 부족 사태(기후, 물, 고용, 먹거리)에 조화롭게 대처하지 못 한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를 싸잡아서 가족농으로 처리하는 장막 아래에서, 농업정책은 점점 더 경영자형 농업의 편에 이익이 되도록 대부분의 통로를 열어주는 방식으로 형성된다. 반면에 비용은 모든 농장들에게, 심지어는 농민 농업의 편에 주로 전가된다. 이처럼 편향된 정책은 경마장에서 절름발의 말에 돈을 거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1990년대 후반 네덜란드에서 이뤄진 ‘농민 농업’과 ‘경영자형 농업’의 비교 연구 사례를 통해 ‘경영자형 농업’이 가진 한계와 취약성도 지적됐다. 플루흐 교수의 표현을 빌리자면 ‘저-비용’의 농민-스러운 방식으로 농장을 운영하는 것과 ‘하이-테크’의 경영자-스러운 방식으로 농장을 운영하는 것에 대한 비교 연구가 이뤄졌다. 두 농장 모두 도시 가구 평균 수준의 소득을 얻을 수 있게 설계됐고, 각각 한 사람이 운영했다.

플루흐 교수는 “그 결과는 놀라웠다. 두 농장 모두 같은 수준의 소득을 창출했지만, 경영자형 농장에서는 농민-스러운 농장보다 두 배 더 많은 쿼터(연간 우유 쿼터 800톤 대 400톤)가 필요했다”며 “이 같은 결과에 따르면 농민-스러운 생산 형태에서 경영자형 농업으로 전환함으로써 고용과 총 소득을 크게 줄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플루흐 교수는 “경영자형 농업은 아주 값비싼 선택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경영자형 농업이 은행, 농기업, 대형 소매유통업체에게는 매력적인 선택일 수 있다”면서 “그러나 농업인에게는 스스로의 기대에 맞게 살아가지 못하게 만드는 현실이라는 점이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다시 말해 “경영자형 농업에서 자본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되면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됐다”고 플루흐 교수는 봤다. 자본은 농장을 계속 확장해야 할 필요성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규모 확대는 농업 부문에서 밀려나는 이의 자원을 인수함으로써 확장하는 퇴행적 현상이 벌어진다는 것이고, 이 모습이 ‘농민 농업’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는 얘기다.

플루흐 교수는 “경영자형 농업 방식은 순부가가치의 총량은 줄어듦과 동시에 발생한 부가가치도 더욱 불균등하게 재분배되기 때문에 퇴행적”이라며 “이런 모습은 1차 부문의 순부가가치 총량을 확대하고 형평성 수준을 보장하는 농민-스러운 농업 발전 패턴과 극명하게 대조된다”고 강조했다.

플루흐 교수는 “소농들은 농민 농업이 먹거리 보장에 크게 기여하고, 고용창출, 소득창출, 기타 여러 분야에 기여할 수 있다고 얘기하고 있다”며 “농민 농업은 기존 시장이 아닌 새로운 시장을 통해 강화될 수 있다. 일부 국가에선 대규모의 산업(시장)을 우회하는 우회로를 창출해 농민 농업 시장을 만들어냈다.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좋은 사례이며, 농민 농업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의 ‘무예산자연농업’ 운동=관행 농업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저비용 투입의 농생태적 접근, 협업 등을 통해 대안 모색에 나선 새로운 주체(농민)들의 각국 사례도 소개됐다. 특히 인도 카르나타카 주에서 벌어지고 있는 ‘무예산자연농업(Zero Budget Natural Farming)’ 운동이 눈길을 끌었다.

인도 농민인 라제고다 카라고두 만제고다 씨는 이날 토론회에서 “인도경제의 신자유주의화는 소농을 생존할 수 없는 직업으로 만드는 심각한 농업위기를 초래했다. 사유화된 종자, 투입재, 시장은 농민들에게 접근불가능하고 비용이 많이 든다. 높은 생산 비용, 신용 대출의 높은 이자, 곡물의 불안정한 시장 가격, 화석연료 기반의 투입재 비용 증가 및 사유화된 종자 때문에 인도 농민들은 부채의 악순환에 빠져 있다”며 “지난 20년 동안 25만명이 넘는 농민들이 인도에서 자살을 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런 상황 속에서 절박한 농민들을 위한 부채의 고리를 끊어내면서, 무예산 농업은 대출에의 의존을 끝내고, 급격하게 생산비용을 삭감할 것을 약속한다”며 “무예산이란 문구는 어떠한 신용대출도 사용하지 않고, 구매된 투입재에 어떠한 돈도 지불하지 않는다는 점을 의미한다. 자연 농업은 자연과 함께하고 화학비료 없는 농업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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