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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파·월동채소·양파···생산자들 잇단 서울행, 왜?해마다 실패한 수급정책 되풀이…정부 무관심에 "분통 터진다"

[한국농어민신문 김영민 기자]

▲ 지난 3월 6일 전남 지역 대파 생산농가들이 2년 연속 대파 가격 폭락 해결 대책을 정부와 정치권에 요구하고 있다.

지난 16일 양파 농가들이 서울 광화문에서 양파 가격 하락에 대한 대책 수립을 촉구했다. 지난 3월 6일 서울 세종로소공원에서의 ‘대파 가격보장을 위한 생산자대회’,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에서의 ‘채소 값 폭락 대책 촉구 농업인 총궐기대회’에 이어 또다시 생산자들이 서울행을 택했다. 생산자들은 왜 수확과 출하를 해야 할 시기에 서울행을 택할 수밖에 없었을까. 어느 때보다 장기화되고 있는 채소 가격 약세란 근본적인 원인도 있지만, 아스팔트 위에서 만난 농가들은 그 못지않게 정부와 정치권의 무대책·무대응과 자화자찬식 성과 발표에 대한 원성도 상당했다. 이들은 또 정부 수급정책에 대한 전면적인 재점검의 필요성도 제기하고 있다.


3월 초 대파가격 보장 촉구
이달엔 채소·양파농가 거리로

지난 겨울부터 약세 이어져
반등 감감…전망 불투명한데
농식품부는 대책 내놓고
자화자찬 성과 챙기기 ‘눈살’

▶어떻게 풀어야 하나

산지 폐기 대책으로는 한계
수입 포함 소비변화 분석
중장기 대책 마련 최우선
신뢰성 있는 통계 뒷받침 돼야


▲양파 가격 대책 마련 요구=지난 16일 서울 광화문 세종로 공원에는 전국의 양파 생산자들이 양파 가격 대책 수립을 촉구했다. 전국양파생산자협회와 전국농민회총연맹이 주최한 전국양파생산자대회에는 약 300명의 양파 생산자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현재 양파의 생육상태 등을 검토했을 때 올해 면적 대비 사상 최대의 수확량이 예측되고 있음에도 정부의 수급안정 대응 물량과 시기가 현장과 괴리가 발생하고 있어 대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통계청은 올해 양파 재배면적 조사 결과 평년 대비 3%(중만생종 2.2%)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올해 생산량이 20~30%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는 올해 양파 뿌리 활착기 때 냉해 피해가 없었고, 노균병 확산 시기인 4월 말~5월 초 기온이 낮아 생산에 영향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해 보면 올해 양파 생산량은 사상 최대가 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현재 양파 가격이 뚜렷한 하락 국면에 들어선 것을 보면 향후 생산량 증가에 따른 가격 약세 현상이 더욱 심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실제 서울 가락시장에서 양파 1kg 상품 평균 도매가격은 이달 1~10일 평균 726원에서 최근엔 400~500원대까지 떨어졌다. 집회가 있던 16일엔 462원까지 나왔다. 평년 5월 도매가는 660원이다.

따라서 생산자들은 당장의 가격 폭락을 막을 긴급대책과 더불어 양파 수급정책의 근본 대책 수립만이 양파산업의 지속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들은 “올해 2월부터 양파 가격 폭락이 예측돼 정부가 선제적 역할로 가격을 지지해 줄 것을 요구한 바 있다”며 “그러나 정부는 몇 차례 약속에도 불구하고 매년 실패한 수급정책을 올해도 그대로 적용하면서 농민을 우롱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2019년산 양파 초과 생산량의 시장격리 실시 △농식품부 장관의 양파 가격안정 대책 발표 △채소생산안정제 확대하고, 주요 농산물 수급방안 협의체 구성 등을 요구했다. 광화문 세종로 공원에서 대회를 마친 생산자들은 청와대 앞까지 행진 후 청와대 농업비서관에게 자신들의 요구서를 전달했다.

남종우 전국양파생산자협회장은 “양파는 국민 먹거리지만 이제는 흉년이나 수입가격이 비싸지 않으면 매년 가격이 폭락하는 골칫덩어리 작물이 돼 버린 것 같다. 이런 구조를 누가 만들었는가”라며 “지난해 11월부터 현재까지 모든 노지채소 가격이 폭락했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제 정부가 다른 사항은 제쳐두고 농산물 가격 안정에 나서야 할 때”라고 촉구했다.
 

▲ 5월 14일 여의도에서 열린 채소 값 폭락 대책 촉구 농업인 총궐기대회에 1000여명의 농민과 산지유통인이 참석했다.


▲농가들의 잇따른 서울행, 왜=이번엔 양파였다. 대파와 월동채소(배추·무·양배추)에 이어 양파까지, 답답한 마음과 정부와 정치권의 무대책·무대응 속에 봄철 채소 농가들의 서울행이 잇따르고 있다. 산지에선 지난겨울부터 이어지고 있는 채소 가격 약세가 봄철을 지나도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한다. 역대 최악의 채솟값 약세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인 것. 여기에 불투명한 앞으로의 전망도 현 상황을 더 암울하게 만들고 있다.

실제 배추 시세는 지난해는 물론 평년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서울 가락시장에서 배추 10kg 상품 기준 도매가격은 3000~3500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와 평년 시세인 5000원 중후반 가격에 한참 못 미친다.

업계에서는 현재의 상황이 예상보다 길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월동배추의 저장물량이 여전히 소진되지 않았고, 곧 출하가 시작되는 노지 봄배추와 출하가 맞물리면 가격 반등이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대아청과에 따르면 월동배추 저장물량은 13일 기준 약 2만톤 가량이 남아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1일 1000~1300톤 정도가 소진된다고 가정하면 5월이 지나야 저장물량 완전 소진이 예상된다.

채소 가격 하락세가 악화 일로를 걷고 있지만 농가들을 더 답답하게 만드는 건 ‘무관심’에 있다. 정치권에선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쟁이 한창이지만 유례없는 농산물값 하락에 대한 대응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채소 값 폭락 대책 촉구 농업인 총궐기대회’에서도 참석한 일부 정치인이 정쟁 이야기만 하다 농가들의 분노를 사기도 했다. 언론에서도 지방선거를 앞둔 지난해 초 쌀, 월동무, 감자 등의 가격이 상승하자 농산물로 인한 물가 인상 부분을 집중 제기했지만 대다수 품목의 가격이 폭락한 올해엔 잠잠하다. 

특히 채소 수급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의 대응에 농가들의 불만이 상당하다. 농식품부는 채소 가격이 폭락한 최근에도 ‘자화자찬’식 성과만을 계속해서 내세우고 있다. 지난 3일엔 농가 소득 10% 증가를 강조하며, ‘채소가격안정제 확대’ 등 사전적 수급조절 장치 강화, 대안유통경로 활성화를 통한 판로 확충 등이 효과를 봤다고 밝혔다. 지난달엔 중만생종 양파 대책을 발표하면서 선제적·자율적 수급 대책으로 양파 가격이 안정대를 유지하고 있다고 전해 양파 농가들의 분노를 들끓게 했다.

▲ 5월 16일에는 전국 양파 생산자 300여명이 서울로 상경해 양파 가격 대책 수립을 촉구했다.

▲수급대책 전면 재점검 필요=생산자와 산지유통인들은 매년 반복되는 산지 폐기와 같은 단기 수급조절 대책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따라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수입을 포함해 국내에서 소비되는 김치 등의 소비량이나 소비 변화의 면밀한 조사가 동반된 중장기 대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하고 있다. 이 같은 소비량과 소비변화를 반영한 통계를 산출해 내고 이를 산지에 제공해 생산조절을 유도하자는 것이다. 이럴 경우 과잉생산의 부작용인 산지폐기에 예산을 투입하는 반복을 막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부에서 소비 흐름 파악을 위해 조사를 했지만 표본 수를 늘려 좀 더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소비가 감소했다고 하는데 얼마나 줄었는지, 어떤 소비처에서 감소했는지 등에 대한 통계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며 “수급대책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통계인 만큼 소비와 관련된 통계의 보완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근 배춧값 하락 등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현재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 노지 봄배추의 작황이 예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파악되고 있어, 비축은 순차적으로 실시를 할 계획이다”며 “다만 산지 폐기와 같은 시장 격리나 면적 조절은 6월 초 가격을 보면서 진행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김영민·김경욱 기자 kimym@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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