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기 논설위원·농산업전문기자

[한국농어민신문 정문기 농산전문기자]

친환경농업이 여전히 어렵다. 친환경 인증면적이 2014년에 큰 폭으로 감소한 이후 정체돼 있고, 출하량 역시 2016년을 제외하고 2011년부터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친환경농가수도 2016년 6만1946호에서 2017년 5만9423호, 2018년에는 5만7261호까지 줄었다. 이렇다보니 2022년까지 인증면적 비율을 전체 재배면적 대비 8%까지 높이겠다는 정부의 목표달성도 쉽지 않아 보인다.    

결국 소비가 생산을 견인할 수 있는 선순환체계가 필요했고, 그것이 바로 공공급식 확대다. 기존의 학교급식 확대만으로는 한계가 있어서다. 현재 국내 친환경농산물의 약 40%를 학교에서 소비할 정도로 가장 큰 시장이지만 아직 선진국 수준에는 못 미친다. 이에 따라 군대·병원·복지시설 등 급식영역 확대와 대학생·군인·신혼부부·임산부·산모 등 미래세대에게도 친환경농산물을 공급하는 소비시장 및 세대별 맞춤형 공급전략 수립이 절실히 요구됐었다. 

지난 1일 국회에서 미래세대 공공급식 확대방안 토론회가 열려 미래세대 건강을 위한 친환경농산물 공공급식 확대방안을 논의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 자리에서 화두가 됐던 것이   ‘임산부 친환경농산물 꾸러미 지원사업’이다. 이 사업은 임산부에게 건강한 환경에서 생산한 친환경농산물을 정기적으로 공급하는 것으로, 농식품부가 내년에 시범사업으로 추진키로 했다. 이날 추진방식에 대한 윤곽도 드러났다. 적절한 시범지역을 우선적으로 선정하고 약 40만명에 달하는 임산부 중 10%를 대상으로 자부담 20%, 나머지는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나눠 분담하는 방식이다.     

사실 이 사업은 이미 상당수 국민들의 공감을 받았고 일부 지자체에서 실행 중이다. 기재부가 실시한 2020년 국민 참여 예산 제안사업에서 공감도 1순위를 차지했고, 충북도가 올해 18억원의 예산으로 산모 친환경농산물 꾸러미 지원사업을 실시하고 있었다. 서울시 금천구와 한국유기농업협회도 지난해 6월부터 임산부 대상 친환경농산물 꾸러미사업을 하고 있다. 따라서 일부 지자체에서 실시하던 사업을 중앙정부 차원으로 확대하는 셈이다.      

그럼에도 이 사업이 갖는 의미는 매우 크다. 단순히 친환경 농산물 시장 확대라는 영역 확장을 뛰어넘어 건강한 먹거리를 지속적으로 제공함으로써 미래세대의 건강을 책임지겠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어렵고 힘든 현재의 세대가 앞으로의 세대에게 행복한 삶과 건강 증진, 그리고 환경보전이라는 비시장적 가치를 향유시키고 계승시킨다는 점에서 더더욱 각별하다. 이것이 바로 현 세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의 본분이자 사명이기도 하다. 여기에 친환경농업이 갖고 있는 환경보전 등의 공공재 성격이 보다 더 확고해지고, 저출산 문제 극복 등 사회적 가치 또한  실현하게 된다. 한마디로 미래세대에 대한 현 세대의 책임과 정의가 실현되는 정책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이 사업의 취지와 의미를 공감하기 위한 공론화 작업을 지속적으로 전개해야 한다. 이 사업의 수혜자인 임산부 뿐만 아니라 생산자, 소비자, 나아가 국민들의 공감대가 형성, 확산될 때 시범사업에 이어 본 사업으로 확대, 추진될 수 있고   성공적인 정책이 될 수 있다. 또 건강한 식습관 실천, 친환경농업의 이해, 요리실습 등 연관 교육도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 단순히 친환경농산물 공급에 그치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다. 여기에 꾸러미 품목 구색을 맞추기 위한 원활한 지역간 품목 교류와 품목 수급 현황에 대한 종합적인 관리도 필요하다. 

특히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듯이 당장 내년부터 시행되는 시범사업에 대한 세부 추진전략을 제대로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성과·실적주의는 철저히 배제하고 사업 본연의 취지와 목적을 제대로 살리고 미래를 내다보는 계획이어야 한다. 또한 시행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점들은 과감히 보완하고 철저한 평가과정을 거칠 필요가 있다.   

이개호 농식품부 장관이 “미래세대에 대한 친환경농산물 공급은 국가적 과제이자 국민적 관심사항”이라고 강조했듯이 ‘임산부 친환경농산물 꾸러미 지원사업’이 미래세대에게는 건강한 삶을 누리게 하고 국민들에게는 친환경농업의 가치를 뛰어넘어 농어업, 농어촌의 다원적 기능과 공익적 가치를 인식시키는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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