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40세 미만 농가경영주는 2017년 처음으로 1만호선이 무너졌다. 사상 최저치인 9273호를 기록하며 농촌의 어두운 미래를 보여주는 지표로 여러 곳에서 회자되고 있다. 2018년에는 이 수치보다 18%나 감소한 7600호에 불과한 것으로 통계청이 최근 ‘2018년 농림어업조사 결과’에서 발표했다.

2000년만 해도 9만호였던 40세 미만 청년농들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19년 전이니 30대였던 이들은 대부분 50대에 접어들었을 것이다. 이들이 농촌 현장을 떠나지 않았다면 영농 규모나 기술 등은 일정 수준에 도달했을 가능성이 크지만, 반면 상대적으로 농촌에서 갖는 사회적 지위는 19년 전 ‘청년농’에서 크게 나아지지 않았을 것이라 추측해 본다. 불행하게도, 이 추측은 확신에 가깝다. 통계청 수치에서 보듯이 농촌에 머물고 있는 청년농은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청년농 유입을 위한 다양한 정책들을 검토하고, 또 시행하고 있다. 청년 일자리 창출 지원도 어느 때보다 많다. 19년 전의 청년농 입장에서 본다면 그야말로 ‘감지덕지’인 현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청년농이 농촌 현장에서 장기적으로 영농활동을 꾸려가기에는 제약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토지 임대와 주택 문제부터 호락호락한 것이 없다. 영농의 어려움은 또 어떤가. 농촌으로의 진입 장벽은 여전히 높다.

최근 ‘청년창업농업인 영농정착지원사업’ 문제<본보 2019년 5월 10일자 1면 참조>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청년농의 처지와 생각들을 일부 전해들을 수 있었다. 올해 들어 지원금 사용처를 지나치게 제한한 정부 방침에 대해 불만을 넘어 분노를 나타내는 이들도 있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일부 부적정 사용 논란이 제기됐지만, 대부분의 청년농 정책대상자들은 아무런 문제없이 지원금을 사용하고 있던 터라 “예비범죄자 취급을 받는 것 같아 불쾌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정부가 말로는 ‘청년농 육성’ 얘기하고 있는데, 정착 기반도, 연고도, 자본도 갖추지 않은 청년농들은 작은 행정조치 하나에도 휘청거릴 수밖에 없어요. 이제 걸음마를 걷고 있는 아기한테 ‘왜 안 뛰어 다녀?’라고 회초리를 든다면 그게 바람직한 건가요? 적어도 농촌에서 살아보겠다고 온 청년들이 농촌에서 머물 수 있게 해 줘야 하는 것 아닙니까.”

청년농의 호소를 들으며 ‘제발 청년농이 감수할 만한 어려움만 줄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곱지 않은 외부의 시선과 오해’, ‘정책 담당자의 강압’, ‘약자에게 더 가혹한 행정 규제’ 등등 굳이 청년농이 아니었다면, 농촌을 택하지 않았다면 20~30대에 모르고 지냈을 것들을 주지 않으면 안 될까.

청년들이 사회 구성원으로의 제 역할을 하며 인생을 설계하기에 도시보다 농촌이 더 수월할까. “결코 쉽지 않다”라는 대답을 떠올려 본다. 이 추측이 앞으로 19년 뒤 ‘확신’으로 되지 않기를, 19년 뒤에도 지금 청년농이 농촌 생활에 보람을 느끼며 농촌에서 잘 지내고 있기를 바랄 뿐이다.

고성진 농정팀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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