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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본격화···농업계도 ‘예의 주시’농어촌 선거구 16곳 사라질 위기…"보완책 내놔야"

[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한 선거법 개정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했다. 이를 저지하고자 했던 자유한국당이 물리력을 행사하면서 봄기운이 한창인 국회는 ‘한겨울’처럼 얼어붙었다. 내년 4월에 있을 21대 국회의원 선거(총선)에 적용되는 데다 현 정치 권력 구조를 흔드는 거대 사안이라 정치권이 민감한 반응이다. 농업계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선거제도 개편 시 농어촌 지역구가 줄어들 것으로 보여 선거구 획정 과정에서 희생돼 왔던 앞선 사례들이 이번에도 반복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크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 농어촌에 미칠 영향과 농업계의 목소리를 살펴봤다.


국회 얼려버린 선거제 개편
지역구 28석 감축으로 가닥
‘인구’가 선거구 획정 잣대
농어촌 지역구 희생양 불가피

‘농촌 소멸 위험론’ 가속화
지역대표성 상실 등 우려 커

20대 총선 지역구 통폐합으로
5개 시·군 합친 거대지역구 탄생
예산확보·민원 처리 등 잘 안돼
"면적·지자체 수 제한 등 추가를" 


▲선거제 개편 ‘시동’=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선거제 개편의 핵심은 의석배분 방식을 변경하는 것에 있다. 사실상 양당제로 고착화돼 온 한국 정치의 권력 지형을 뒤엎는 거대 사안이라는 점에서 찬반 진영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부딪히고 있다.

현행 국회의원 선거제도는 지역구 국회의원 253석을 소선거구 단순다수제로 선출하는 방식이다. 소선거구제는 하나의 선거구에서 최다득표자 1인만 당선자가 되는 것으로, 최대 다수의 의사만이 대표를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쳐 다수대표제라고도 한다. 비례대표는 정당의 권한이 큰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채택하고 있어 비례대표 국회의원 47석을 정당이 독립적으로 선출하도록 하고 있다. 지역구와 비례의석 비율은 5.4:1에 달해 지역구 의석이 비례의석수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현행 선거제도는 대량의 사표(떨어진 사람이 받은 표)를 야기하고, 정당득표율과 의석점유율 사이의 불일치도 커 유권자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또 지역별로 지배적인 정당이 그 지역의 의석 대부분을 독점하는 현상이 지속되는 등 지역주의 정당체제의 극복에 장애요인으로 지목돼 왔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추진=이에 따라 비례성을 강화하는 방식이 대안으로 거론돼 왔고,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연동형’이라는 것은 국회의원 전체 의석을 각 정당의 득표율에 연동해 배분한다는 얘기다.

지난 4월 24일 이런 내용을 아우르는 공직선거법 일부개정안을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장인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대표 발의했고, 같은 달 30일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했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안건은 일정 기간(최장 330일)이 지나면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다. 자유한국당 등의 합의가 없어도 표결에 부칠 수 있게 된다. 도입을 추진하는 더불어민주당 등은 자유한국당과의 논의를 이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선거권 및 선거운동 가능 연령을 18세 이상(현행은 19세) △국회의원 정수는 지역구 국회의원 225명과 비례대표 75명을 합한 300명 △석패율 제도 도입 △비례대표국회의원선거 후보자명부는 전국을 6개 권역으로 나눠 작성한다는 것이다.

비례대표 국회의원 의석 배분이 다소 복잡한 부분이다. 득표율에 따라 정당에 배분된 의석수에서 해당 정당의 지역구국회의원 당선인 수를 뺀 후, 그 수의 절반을 우선 배분하고 나머지 의석은 정당 득표율에 따라 산정한 의석수를 배분한 다음 권역별로 최종 의석을 배분한다. 현행 제도보다 득표율에 따른 비례대표 의석을 훨씬 더 확보할 수 있는 계산이 나온다. 이럴 경우 전국 단위 정당보다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정당, 또는 특정 계층을 대변하는 소수정당 등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농촌 지역구, 또 사라질 위기=문제는 현재 의원정수를 유지하는 선에서 비례성을 강화할 경우 지역구 국회의원이 줄어들게 되고, 과거 선거구 획정 때마다 되풀이됐던 농어촌 지역구가 통폐합되는 ‘악몽’ 같은 시나리오가 또다시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야4당의 합의안 내용이 담긴 개정안대로 지역구 국회의원 253석을 225석으로 28석 감축하게 되면, 28개 지역의 선거구가 줄어든다. 선거구 획정의 잣대인 ‘인구 기준’을 놓고 보면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농어촌 지역구가 희생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지난 2016년 20대 총선 당시에도 선거구 획정 과정에서 최대선거구 대비 최소선거구 인구편차를 3:1에서 2:1로 조정하면서 농어촌 지역의 선거구가 축소된 반면 도시 지역은 증가했다.

민주평화당에 따르면 야4당 합의안을 적용할 경우 지역 선거구 하나당 인구 하한선은 15만3560명으로 현행 20대 총선 13만6565명보다 1만6995명이 증가한다. 상한선은 30만7120명으로 조정돼 20대 총선 27만3129명보다 3만3991명 증가한다. 이에 따라 인구 하한선에 미달하는 지역은 전국에 걸쳐 총 26곳이며, 경기 7곳, 강원 1곳, 전북 3곳, 전남 2곳, 경북 3곳 등 농어촌 지역에서 무려 16개의 선거구가 사라지게 된다는 계산이다. 호남 지역 선거구는 광주 2곳, 전북 3곳, 전남 2곳 등 7개가 없어진다는 분석이다.

김종회 민주평화당(전북 김제·부안) 의원은 “도시 지역은 현행 선거구를 대부분 유지하지만 농어촌 지역에서만 집중적으로 지역구가 사라지는 부작용이 발생하게 된다”며 “호남 지역과 농어촌 지역을 희생양 삼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라는 지역 주민들의 불만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대표성 약화 보완 목소리=농어촌 지역의 ‘소멸 위험론’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되려 지역 선거구마저 통폐합된다면 이런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란 점에서 보완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국회에서도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따른 농어촌 지역의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종회 의원은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요체는 민심 그대로의 선거인데 이 제도가 도입되면 비례성은 강화될 수 있지만 지역대표성은 약화될 뿐 아니라 농촌 지역과 농민의 대표성도 현저하게 힘을 잃게 된다”며 “이 같은 문제점을 감안해 지역구 감소를 최소화할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민주평화당은 “선거제 개혁을 위해 패스트트랙에 찬성한다. 하지만 지방과 농촌지역, 낙후지역, 지역구 축소가 큰 부작용을 가져오므로 향후 보완이 필요하다”는 당론을 확정했다.

바른미래당은 제도 도입에 따라 농어촌 지역구가 줄어드는 점을 감안해 비례대표에 농어촌 분야 관계자들을 의무적으로 할당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정당별로 작성하는 권역별 비례대표 후보자에 농어촌 지역 출신 등을 우선 할당하면 제도 도입에 따른 부작용을 그나마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반대하고 있는 자유한국당도 지역구 의석이 줄어들 경우 농어촌 지역의 피해가 가장 클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당 관계자는 “비례대표를 늘리면 지역구 의석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데 농어촌 지역의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는 데 공감대가 있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은 비례대표를 없애고 국회의원 수를 현행 300명에서 270명으로 줄이자는 안을 주장하고 있다.

▲농업계 목소리는=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과 맞물린 농어촌 지역구 축소 문제를 보완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사표 방지 등 소수 의견까지 제대로 반영한다는 취지에서 도입하는 제도인 만큼 농어촌 지역구 축소는 농어민 목소리가 묻힐 가능성이 있어 본래 취지에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지방 소멸을 가속화할 위험이 크다는 인식에서다.

14만 농업경영인 회원을 둔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의 관계자는 “지난 제20대 대선에서 이뤄진 농어촌지역구 통폐합으로 기형적인 거대지역구가 탄생하며 각종 부작용이 발생했다. 실제 지역구가 여러 개다보니 국회의원의 관심이 분산될 수밖에 없어 예산확보, 민원 처리에 어려움이 많다”며 “이는 가뜩이나 어려운 지자체 발전을 저해해 지방소멸을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대 총선에 앞서 진행된 선거구 획정으로 5개 자치구·시·군이 한데 모인 선거구가 ‘탄생’했다. 강원의 횡성·태백·영월·평창·정선과 홍천·철원·화천·양구·인제 선거구가 해당 사례다. 이 지역구의 면적은 각각 5113㎢와 5916㎢로 서울 전체면적 약 605㎢의 8~9배에 달한다. 2개 선거구를 구성하고 있는 10개 군이 강원 전체면적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단 2명의 국회의원이 10개 군의 농어촌 지역을 대표하는 데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다고 농업계는 지적해 왔다.

이 관계자는 “소수의 의견을 존중한다는 본래 취지와 다르게 농어촌 지역 주민을 정치 참여를 배제하는 모순적인 구조가 될 수 있음을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기존 인구 편차를 기준으로 한 선거구 획정 기준에 면적 또는 지자체 수를 제한하는 내용을 추가로 포함하는 등 농어촌 지역구 축소에 따른 부작용을 보완하는 방안을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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