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 왼쪽부터 인천의 한 저장창고에 입고 중인 중국산 당근, 중국산으로 의심되는 베트남산 당근, 보통의 베트남산 당근 모습.

수입이 금지된 중국 푸젠성 당근이 중국 내 산둥성과 인근 베트남산으로 둔갑해 들어오고 있다는 의혹은 수입·유통업계와 산지 등 여러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제기되고 있고, 시장에서 관련 소문도 파다하다. 지난 8일 수입당근이 대거 저장된 인천 물류창고 단지 일대와 도매시장을 찾아 국내외 당근업계 관계자들의 주장과 의견을 들어봤다.


#물류창고에서

“종자 다르고 재배환경 판이
맨눈으로도 구별 가능”
원산지 둔갑 국내 유통 의혹


“분명 우리(푸젠성 샤먼) 당근입니다.”

인천 물류창고 근처에서 만난 중국인 A씨는 중국 샤먼 지역에서 당근을 생산·유통하는, 우리로 치면 산지유통인이었다. A씨는 “20년 넘게 샤먼 당근을 취급하고 있다”며 “베트남산이라고 적혀 있는 당근 중 일부는 분명 살펴본 결과 샤먼 당근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수입당근 취급업자 B씨도 “베트남산 당근 중 일부는 확실히 푸젠성 당근이다. 베트남산은 윗부분이 굵은 반면 밑은 가늘어 전체적으로 삼각형 모양이지만 중국산 당근은 길이가 길고 일정해 누구도 한번 설명만 들으면 육안으로 바로 구분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이들의 전언을 듣고 수입당근이 들어있는 한 저장창고를 찾았다. 이곳엔 박스에 중국산과 베트남산으로 적힌 당근이 같이 입고돼 있었다. 중국산이라고 적힌 박스를 보니 B씨의 설명처럼 길쭉하고 굵기가 일정한 당근들이 대거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옆에 있던 베트남산 당근을 살펴보니 이 당근도 좀 전에 본 중국산 당근과 모양이 비슷했다.

이들 당근을 40년 경력의 C 당근 수입·유통업체 대표에게 보여줬다. 그는 “40년 경력을 걸고 말할 수 있다. 이건(베트남산이라고 적힌 당근) 분명 중국산이다”며 “중국산과 베트남산은 종자부터 다르고 기후 등 재배환경도 판이해 맨눈으로도 구별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산둥성 당근은 일러야 5월 중순 이후 수확이 되고 세척까지 거쳐 국내에 들어오려면 6월은 돼야 한다”며 “중국산 당근도 푸젠성 당근일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도매시장과 산지에서

“베트남산이 가격 더 낮아
둔갑할 이유 없다” 반론 속 
외형상 구분 주장 맞서

“수입 증가에 국산당근 반토막”
산지선 철저한 검역 촉구

▲ 베트남의 한 마트에 베트남산 당근이 진열돼 있다. 보이는 당근은 대체로 위가 크고 밑동이 작아 삼각형 모양을 이루고 있다.

도매시장과 산지에서도 푸젠성 당근의 둔갑 의혹 및 관련 소문은 확산되고 있다. 다만 도매시장 유통 종사자들의 의견은 갈렸다.

D도매법인 당근 경매사는 “소문은 익히 들어 알고 있다. 다만 푸젠성 당근이 산둥성 당근으로 바뀌었으면 모를까, 굳이 가격이 낮은 베트남산 당근으로 둔갑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며 “가격도 베트남산 당근이 10kg에 6000원이면 의혹이 이는 당근은 이보다 높은 7000원 정도 나오지만 중국산 당근 가격대인 9000~1만원보다는 한참 못 미친다. 더욱이 중국산과 베트남산을 육안으로 구별하기도 쉽지 않다”고 밝혔다.

반면 E도매법인 당근 경매사는 “중국산과 베트남산을 맨눈으로 구분할 수 있고, 관련 의혹이 일고 있는 것도 알고 있다. 일부 베트남산 물량 중 기존 베트남산과는 다르게 보이는 물량도 봤다”며 “다만 베트남산도 이제 좋은 게 수입되나 보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도매시장의 F도매법인 당근 경매사는 “우리는 경매는 국내산만 해 수입 당근을 잘 보진 못했지만 절단해 봐도 베트남산은 심이 굵어 중국산과 구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중국산이 베트남산으로 돌려 들어온다는 이야기는 듣고 있고, 가능도 할 것 같다”고 전했다.

산지에선 수입당근으로 인한 여러 문제도 지적하며 철저한 검역을 촉구하고 있다.

김은섭 당근전국연합 농업인대표는 “20년 전만 해도 제주에서 당근이 1300만평(4290만㎡)까지 재배돼도 수급에 문제가 없었는데 이제는 500만평(1650만㎡)만 재배해도 산지 폐기를 해야 할 실정”이라며 “급증하는 수입당근으로 인해 국내산 당근은 반 토막이 났다. 이제라도 여러 방면에서 의혹이 일고 있는 수입당근에 대한 대대적인 검역과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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