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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필리핀 FTA 추진 급물살···국산 과일에는 악재

[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 필리핀과의 FTA가 체결되면 필리핀산 열대과일이 국내 시장에 대거 들어올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국내 한 대형마트가 진행한 필리핀푸드페스티벌로 기사 내용과 관련은 없음.

현재 관세 30% 불구 
바나나·파인애플 많은데다
망고·파파야·구아바 등
다른 열대과일까지
대거 시장 진입 불보듯


한·필리핀 FTA(자유무역협정) 추진이 급물살을 타면서 국내 과일업계의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관세가 30%인 현재에도 막대한 양이 들어오고 있는 바나나와 파인애플은 물론 그동안 수입 비중이 크지 않았던 망고, 파파야 등 필리핀산 타 열대과일류까지 대거 국내 시장에 진입할 문을 열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7일 서울 삼성동 트레이드타워에서 한·필 FTA 협상 추진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17일엔 한·필 양국 정부가 통상장관회담을 통해 양국 간 수교 70주년을 맞아 포괄적인 경제 파트너십 구축 필요성에 인식을 같이했다. 이를 위해 양국은 FTA를 추진하는 데에도 합의, 늦어도 11월까진 FTA가 타결토록 노력하기로 했다. 필리핀과의 FTA 추진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국내 과일업계는 필리핀과의 FTA 추진은 자칫 국내산 과일산업에 핵폭탄이나 다름없을 정도의 파급력이 클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일단 현재도 수입과일 중 최대 물량이 들어오고 있는 필리핀산 바나나의 관세가 현 30% 수준에서 더 낮아진다면 다수의 국내산 과일·과채류가 가격 경쟁력에서 크게 밀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한·중미 FTA 타결로 조만간 관세가 사라질 중미산 바나나로 인해 각 수입국 바나나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 국내 바나나 물량이 홍수를 이룰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필리핀에선 그동안 바나나를 비롯해 국내 시장에 자국 열대과일 물량을 늘리기 위해 여러 행동을 보였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지난해 방한 당시 청와대를 방문, 문재인 대통령에게 필리핀산 바나나 관세 인하 등 자국 과일에 대한 시장 개방을 요구했다. 또 주필리핀 대한민국대사관의 최근 시장정보에 따르면 필리핀바나나재배수출협회(PBGEA)는 ‘한국이 필리핀 바나나에 대해 비교적 높은 30%의 수입관세를 부과하는 것과 관련, 조속한 한국과의 무역 협정 등을 통해 관세 인하 협의 진행을 촉구했다’는 소식도 들리고 있다. 이외에도 국내 한 대형마트와 필리핀 농림부 장관과의 투자의향서(LOI) 체결 등 필리핀산 열대과일류의 국내 진입을 위한 기반이 다져지고 있다.

도매시장의 한 과일경매사는 “FTA 추진 과정을 지켜봐야겠지만 필리핀과의 FTA는 자칫 우리 과일업계엔 핵폭탄이 될 수 있다. 지금도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는 바나나와 파인애플 등 기존 수입과일은 물론 망고, 파파야, 구아바 등 다양한 필리핀 열대과일류가 국내에 대거 들어올 수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필리핀과의 FTA 협상에서 우리 정부가 농산물과 관련해 많은 것을 양보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전자제품과 자동차 등 우리 역시 인구 1억810만여명이 밀집한 필리핀에 수출할 수 있는 품목이 많기 때문이다. 이에 필리핀과의 FTA 추진 과정에 농업계가 더 큰 목소리를 내야 함은 물론, 한·필리핀 FTA와 관련한 대응책 마련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박철선 한국과수농협연합회장(충북원예농협 조합장)은 “지금보다 바나나 가격이 더 낮아지면 국내산 과일과 가격 경쟁력이 될 수 없다. 특히 바나나와 파인애플 등 기존 수입과일 이외 다양한 열대과일이 들어올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면 국내산 과일산업은 큰 위기에 빠질 수 있다”며 “필리핀과의 FTA 추진 과정에서 농업계의 우려를 정확하게 전달해야 하고, 유통 대책 등 FTA 타결 이후의 대응책까지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필리핀산 과일은 총 40만7200여톤이 국내에 들어왔고, 이 중  바나나가 33만2300여톤, 파인애플이 6만9900여톤이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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