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기노 기자]

지난 3월 동남아 순방에 나선 문재인 대통령이 말레이시아와 할랄시장 공동개발에 협력하기로 하면서 ‘할랄(Halal)’에 대한 관심이 다시금 뜨거워지고 있다. ‘할랄’이란 이슬람 율법에 의해 ‘허가된 것’을 뜻하며, 식품과 의약품, 화장품 등 금융을 제외한 할랄산업은 2021년까지 3조 달러로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의아했던 대목은 할랄시장에 대한 대대적인 언론보도가 쏟아지는 동안, 할랄산업 중 규모가 가장 큰 식품분야(2016년 기준 1조2450억 달러)를 담당하는 농림축산식품부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2015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중동 순방을 계기로 ‘할랄식품팀’을 만들고, ‘할랄식품산업 발전 및 수출 활성화 대책’을 발 빠르게 수립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당시 농식품부는 발전대책을 발표하면서 2017년까지 15억 달러라는 구체적인 수출목표를 제시하고, 할랄 도축장 설치 및 할랄식품 전용단지 조성 추진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 사업들은 종교적인 반대 등에 부딪혀 대부분 무산됐고, 수출목표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현재는 16억원 정도의 할랄인증 지원사업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농식품부가 사실상 할랄식품산업을 방치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할랄식품 업계 관계자는 “종교적 반대로 인해 할랄 도축장과 할랄 전용단지 조성이 무산되면서 지난 3년 동안 약 90억원의 예산이 불용됐고, 결국 할랄식품 분야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며 “농식품부가 할랄식품산업을 전 정권의 사업으로 치부하고 손을 놓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농식품부는 정권교체 이후 2018년부터 할랄식품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보도자료를 단 1건도 내놓지 않았다.

할랄시장은 말 그대로 ‘거대 신시장’이다. 더 늦기 전에 농식품부는 할랄식품산업 육성에 대한 공감대 형성에 나서야 하며, 농식품 수출 확대를 위한 지원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제2차 할랄식품산업 발전 및 수출 활성화 대책’ 수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기노 국제부 기자 leekn@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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