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영민 기자]

▲ 최근 개설자의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의 농안법 개정 움직임이 일고 있지만 정작 생산자는 배제된 논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가락시장의 경매 모습.

도매법인·시장도매인 평가권한
중앙정부→개설자로 이양 
서울시·서울농식품공사 요구
최재성 의원도 개정안 발의

개설자 권한 강화 움직임에
“소비자 중심 도매시장 될라” 
출하자 소외 심화 우려 고조


농수산물 공영도매시장(이하 도매시장)의 개설자 권한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공영도매시장 개설자 권한 강화 움직임에 정치권이 법 개정 카드까지 들고 나오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공영도매시장을 둘러 싼 주요 논의에 생산자는 배제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도매시장에서는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이하 농안법) 개정이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가락시장에 반입되는 수입당근, 바나나, 포장쪽파를 상장예외품목으로 지정하자 도매법인들이 소송을 제기해 수입당근은 승소를 했고, 바나나와 포장쪽파는 1심에서 승소, 5월 중순 경에 2심 선고가 예고돼 있다.

이 과정에서 농안법 개정이 화두로 떠올랐다. 문제는 상장예외품목의 법리 해석에서 불거진 농안법이 엉뚱한 방향으로 개정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바로 도매시장에 행사할 수 있는 개설자의 권한을 강화하려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시와 서울시공사는 지난해부터 도매법인과 시장도매인의 평가 권한을 중앙정부에서 개설자인 지자체로 이양하는 농안법 개정을 검토해 줄 것을 농림축산식품부에 요구했다. 여기에 중앙도매시장의 업무변경 승인 시 승인 범위도 조정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같은 농안법 개정을 두고 김경호 서울시공사 사장은 지난 3월 서울시의회 임시회에 참석해 “농안법이 지금 현재 법 취지라든가, 지방분권이라든가 이런 시대정신에 맞지 않는 시행규칙에 다수 그런 규정이 있기 때문에 농안법이 시대정신에 맞게 시행규칙이 개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농안법 개정 요구가 개설자에 이어 정치권까지 확대되는 양상이다. 최재성 더불어민주당(서울 송파구을) 의원은 최근 도매법인 및 시장도매인 평가를 도매시장 개설자가 실시하고, 이 결과를 도매법인 재지정 시에 반영해야 한다는 내용의 농안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같은 양상을 두고 업계와 현장에서는 농안법 개정 논의에 실제 출하자인 농민과 생산자는 빠져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가락시장을 비롯해 주요 공영도매시장 대다수는 도심지에 위치해 있다. 그렇다보니 생산자인 농민의 목소리에 비해 소비자의 목소리가 더 반영될 소지가 높다. 이에 도매시장의 권한이 대거 개설자로 이양되면 도매시장 정책 및 사업에서 출하자들이 더욱 소외될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다. 무엇보다 총선, 지방선거 등 2년마다 돌아오는 선거 이슈에 공영도매시장이 선거 목적에 이용될 우려도 크다. 표심을 얻기 위해 선거 후보자들이 출하자보다는 당장 표가 되는 해당 지자체 소비자 위주의 도매시장 공약을 내세울 개연성이 있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개설자의 권한이 강화되면 공영도매시장의 행정이 소비지 중심의 행정이 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고 우려됐다.

그동안 여러 도매시장 내 갈등의 사례도 개설자로의 권한 강화에 우려의 시선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로 꼽힌다. 실제로 구리시와 구리시의회 갈등, 후보자 적합성 논란 등으로 인한 구리농수산물공사 사장의 1년여 공석(구리시장), 안양시와 도매시장법인 법적 다툼(안양시장), 대전시와 도매법인, 대전시와 중도매인 갈등(대전 노은시장) 등 시장마다 개설자와 시장 유통인들 간의 첨예한 대립이 있어왔다. 이외에도 선거 결과에 따라 시설현대화 관련 이전과 재건축 등 주요 사업 방향이 바뀌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전문가들은 현재 논의되고 있는 농안법 개정 방안들이 자칫 일본의 영향으로 이뤄지고 있다면 이러한 논리의 접근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일본의 도매시장법 개정을 두고 일본 내 학자들조차도 “법 개정이 갑자기 이뤄졌다”며 “(법 개정은) 개설자의 권한이 강화된 것이다. 시장에서 살아남는 것은 알아서 하라는 것이고, 정부가 도와주고 책임지는 것은 없어진다”고 우려하고 있다.

학계의 한 관계자는 “우리의 농산물 생산과 유통체계는 일본과 확연히 다르다. 산지조직과 도매법인, 중도매인 등이 처한 현실을 도외시한 채 일본의 법 개정 영향으로 우리나라의 농안법 개정을 얘기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계의 관계자는 “현재 많은 전결규정이 개설자에게 위임돼 있다. 이 규정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논의는 가능하겠지만 행정기구에서 도매시장 정책을 입안하고 기획하는 역할은 과도한 것 아니냐”며 “사실상 월권행위를 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영민·김경욱 기자 kimym@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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