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식품 인삼ㆍ특용작물
[현장 속으로] 경북 영양 천궁 주산단지"천궁 계약재배 10년…판로·가격 걱정 덜고 활기 찾았죠"

[한국농어민신문 주현주 기자]

▲ 영양군 소재 해발 450m 산기슭엔 업체와 계약재배를 맺은 천궁 새싹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사진은 최용칠 씨가 천궁 생산 단지를 소개하는 모습.

동의보감에 혈액순환, 간 기능 개선, 통증 완화에 특효가 있다고 소개돼 있는 등 예로부터 국내 4대 한약재로 꼽히는 천궁. 하지만 다수의 약용작물 특성처럼 기후 변화에 민감하고 연작이 어려워 재배가 쉽지 않은 데다 판로도 마땅치 않아 많은 농가들이 천궁 재배에서 등을 돌렸었다. 이런 국내산 천궁이 산지에서 ‘계약재배’가 정착되며 활기를 되찾아가고 있다. 이는 천궁 이외 판로 확보에 어려움을 크게 겪고 있는 타 약용작물 품목에도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10년 새 계약재배가 자리잡혀가고 있는 국내 최대 천궁 주산지인 경북 영양의 천궁 생산단지를 찾았다.


20년째 천궁 키우는 최용칠 씨
들쑥날쑥 가격에 어려움 겪다
판로 확보 위해 기업 손 잡아
600g에 8000원대 유지되자
면적·생산량 등 최근 증가세

꾸준히 커지는 건강식품 시장
수입산 범람 등 악재 많아
국내 약용작물 농가 판로 고민
계약재배 활성화로 해결해야 


완연한 봄철로 접어들던 지난 4월 23일, 영양군 소재 해발 450m 산기슭엔 따듯한 봄 햇살 속에 이제 막 푸른빛을 띠며 고개를 빠끔히 내민 천궁 새싹이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손가락 한 마디 정도 되는 이 천궁 새싹은 앞으로 여름과 가을을 지나 11월경 수확이 이뤄질 때쯤엔 50cm까지 자란다. 아직 새싹이지만 단지 일대엔 특유의 향긋한 한약재 냄새가 풍겼다.

“눈에 보이는 게 전부 다 천궁이에요. 1970년대만 해도 영양 일대엔 800~900 농가가 천궁 재배를 했어요. 하지만 천궁은 기후에 예민해서 일교차가 큰 지역에서만 재배가 가능하고, 같은 토양에선 5~10년 동안 연작이 불가능하고 판로도 마땅치 않았어요. 그러다 보니 공급이 불안정한 작물 중 하나가 바로 천궁이었죠. 이런 문제들로 조금씩 인삼으로 작물을 바꾸기 시작해 10년 전엔 천궁이 200 농가도 채 남지 않았어요.”

그동안의 천궁 역사를 소개한 최용칠(56) 씨는 20년째 천궁을 주 작목으로 하며 당귀, 작약 등의 약용작물도 재배하고 있다. 현재 100ha의 약용작물 단지 중 70ha에서 천궁을 재배하고 있는 그는 이웃 농가들의 수매까지 책임지며 국내 60%의 천궁 수매를 담당하고 있다. 그런 최 씨의 천궁 판로 확보를 위한 선택은 기업과의 계약재배였다. 제약·건강식품·화장품 전문 업체인 한국콜마홀딩스와의 계약재배를 통해 판로와 농지가 안정적으로 확보되자 국내산 천궁산업이 다시 살아나기 시작한 것이다.

“13년 전 처음으로 천궁 계약재배를 진행했고, 본격적으로 계약재배를 시행한 건 이제 만 10년 됐어요. 그 사이 면적이나 생산량이 늘어나고 있고, 3년 전에 비해서도 약 10% 정도 늘어 올해엔 약 250톤가량의 천궁이 생산될 예정이에요. 계약재배를 시작한 지 10년이 지나며 이제 산지에서도 안정화단계에 들어가고 있다고 봅니다.”

천궁의 계약재배가 본격화된 지 만 10년. 이제 천궁 계약재배가 안정화되고 있다. 계약재배 이전에는 천궁의 특성상 매번 농지를 옮겨 심어야하는 제약으로 국내산 천궁의 안정적인 공급이 쉽지 않았고, 불안정한 가격 또한 천궁 재배농가엔 큰 걸림돌이었다. 하지만 계약재배 이후 사전에 천궁 재배에 알맞은 농지를 우선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천궁 계열화 사업을 통한 생산 농가와 소비처 간의 수요·공급이 원활히 이뤄지자 가격 또한 안정화됐다.

“10년 전만 해도 천궁 가격이 2000원(600g)에서 1만원까지 들쑥날쑥 했고 대부분 낮은 가격대를 보였지만, 계약재배 이후엔 8000원대에 맞춰지며 비교적 안정적인 단가가 유지되고 있어요. 판매처부터 확보해놓고 농사를 짓자는 게 제 농사 철학이기도 한데, 이렇게 수요처가 확실하면 없어서 못 팔순 있어도 공급이 과잉돼 못 팔 걱정은 없어요.”

천궁 이외에도 다수의 국내 약용작물 품목은 판로 확보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이러니하게 이들 작목을 원료로 하는 건강식품 시장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지만 농가 규모의 영세성, 수입산 범람, 재배 환경의 어려움 등으로 국내산 약용작물 농가는 산업을 등지게 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천궁 계약재배 정착 사례는 여러 약용작물 품목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게 10년간의 계약재배 경험을 갖고 있는 최용칠 씨의 확신이기도 하다.

“약용작물 농가들의 작목 전환은 약용작물 이외 작목에도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어요. 약용작물을 재배하기에 적합한 산지에선 당연히 약용작물을 재배해야죠. 분명 안정적인 원료 조달만 갖춰진다면 국내산 약용작물을 선호하는 업체들이 있기에 약용작물 분야에서도 계약재배가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습니다.”

물론 계약재배는 기업에도 도움이 됐다. 한국콜마홀딩스도 계약재배를 통해 천궁을 비롯해 당귀, 작약 등 국내산 작물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게 됐다.

김병묵 한국콜마홀딩스 대표는“(기업 입장에선) 계약재배를 통해 국내산 작물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다”며 “중간 유통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절약할 수 있으니 기업과 생산 농가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 앞으로는 계약재배를 하는 농가의 70%와는 3년 이상의 장기계약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주현주 기자 joohj@agrinet.co.kr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주현주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