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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가’여!

[한국농어민신문]

이해영 한신대 교수

관행적으로 불러 온 안익태의 애국가
법정 국가 아니라 제창 의무 없어
안익태의 친일·친나치 전력 ‘걸림돌’


3.1 혁명 100년, 임시정부 100년, 전국 방방곡곡 애국적 언사와 실천들이 넘쳐 난다. 지상에 나라가운데 식민의 과거청산에 완벽히 실패한 아주 드문 사례인 우리 근현대사를 생각하면 그다지 탓할 일은 아니다. 이러한 집단적 기억의 활성화를 통해 한 차원 높은 우리의 자기정체성을 다져간다면 말이다. 하지만 좀 자세히 들여다보면 구호만큼 현실의 변화는 크게 눈에 들어오지는 않는다. 그 가장 단적인 사례가 대표적인 국가상징 곧, 애국가에 관한 거다. 이와 관련해 지금 우리가 처해 있는 사정이란 게 딱하기 그지없다.

물어 보자. 지금 우리가 부르는 애국가는 국가(國歌)인가? 애국가는 그 원래적 의미에서 보자면 애국하자는 내용을 담아 누구든지 그 곡목을 애국가로 붙여도 무방하다. 즉, 얼마든지 복수로 존재할 수 있다는 말이다. 예컨대 북한의 국가는 <애국가>다.

이 북한 애국가는 김원균이 작곡한 것으로 북한의 헌법에 정해진 정식 곧 법정 국가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애국가 곧 안익태 애국가는 국가인가? 간단히 답하자면 아니다. 대한민국엔 법정 국가가 존재하지 않는다. 애국가에 관한 현행 규정은 대통령훈령 제368호 <국민의례 규정>에 의거한다.

‘제4조(국민의례의 절차 및 시행방법) ① 국민의례의 절차는 정식절차와 약식절차로 구분하며, 정식절차로 시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다만, 행사의 유형 또는 행사장의 여건 등에 따라 약식절차로 시행할 수 있다.

② 국민의례의 정식절차는 다음 각 호의 순서와 방법으로 시행한다. <개정 2016.12.30>
1. 국기에 대한 경례: 국기에 대한 경례곡 연주와 함께 국기에 대한 맹세문 낭송
2. 애국가 제창: 1절부터 4절까지 모두 제창하거나 1절만 제창
3.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 묵념곡 연주에 맞춰 예를 표함

제6조(애국가 제창) 애국가는 선 자세로 힘차게 제창하되, 곡조를 변경하여서는 아니 된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애국가’가 문언 자체만 놓고 보았을 때 그 자체로 누가 작곡, 작사한 어떤 애국가인지 알 수가 없다. 그저 관행상으로 불러온 안익태 애국가를 의미하는 것으로 추정해 볼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안익태 애국가는 국가가 아니다. 대한민국의 애국가는 관행상 국가로 불려진 일종의 그 대용이다. 법정 국가가 아니라는 말이다. 그것은 대통령훈령에 따른 것이라 법률적 근거가 없는 행정규칙 또는 명령에 불과하다. 행정기관에 속하지 않는 일반 국민의 권리와 의무에 관계치 아니한다는 말이다. 그래서 안익태 애국가 제창은 국민의 ‘의무’가 아니다.

이러한 사정은 특히 애국가를 가장 자주 사용하는 징집된 일반 사병이 모인 군대나 교육 현장에서 아주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보자. 어느 학생이 학교의 조회시간이나 기타 행사장에서 애국가 제창을 거부하면 어떤 일이 생기는가. 그것도 자신의 소신을 들어 말이다. 과연 이 학생을 처벌할 수 있을까. 적어도 형식 논리적으로만 따지자면 대통령훈령의 효력이 일반 국민에게는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이 학생에 대한 징계는 적법하지 않을 거로 사료된다.

그렇다면 이제라도 안익태 애국가를 법정 국가로 지정하면 되지 않는가. 회기가 지나 자동 폐기되긴 했지만 국회에서도 몇 차례 법안이 제출된 적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과연 이런 법안을 다시 낼 수 있을까 하는 거다. 물론 1970년대 민주화운동, 광주항쟁과 6월 항쟁에서 다수 시민이 이 애국가를 불렀고, 또 이를 통해 뜨거운 조국애를 느꼈음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안익태의 친일, 친나치 전모가 양파껍질처럼 벗겨져 나왔을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익태 애국가를 국가로 채택하자고 할 수 있을까. 모르고 부를 때와 알면서도 부르는 것은 질적으로 전혀 다르다. 일각에서 아리랑 곡조에 현행 애국가 가사를 매긴 대안 애국가를 주창하고 나섰다. 그것이 무엇이건 3.1혁명, 임정 100년.

이제는 좀 정리할 때가 되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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