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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농 최양부의 자전적 농정사 <8>산업사회의 새 농정을 설계하다-⑭‘한국농촌사회경제 변화와 과제’ 이론화 작업에 착수하다

[한국농어민신문]

우농(愚農) 최양부

나는 1985년을 기준연도로 설정하고 1986년부터 2001년까지 15년간 우리 농업·농촌·농가의 변화실태를 관찰하고 기록하기 위한 ‘한국농촌사회경제의 장기변화와 발전(1985~2001)’이란 특별연구사업 추진을 위한 조사연구계획을 수립했다.


1984년 9월 14일 ‘농촌지역종합개발심포지엄’을 성공적으로 마친지 1년 후인 1985년 9월 14일 ‘농어촌지역종합개발연구단’이 발족했다. 10월부터는 공주, 강진, 청송 3개 지역 실험사업을 착수했다. 1986년에는 경기 파주, 강원 영월, 충북 옥천, 전북 진안, 경남 함양 등 5개 지역 종합개발계획을 새로 수립하게 되었다. 농촌정주생활권에 기초한 농촌지역종합개발방식은 대안적 농촌개발정책으로 확고하게 자리 잡게 되었다. 나는 농촌지역개발론의 이론적 토대가 되는 ‘산업화 충격론’과 ‘산업사회 농정론’에 대한 체계화된 이론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동안 우리 농경제사회의 성격과 변화에 관해 여기저기에서 틈틈이 발표해온 단편적인 생각의 조각들을 모아 하나의 통합된 이론체계를 수립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1985년 해방 40주년을 맞이하여 마침 한국사회학회로부터 ‘한국사회 40년의 분석과 조망’을 주제로 ‘농촌사회 40년의 변화’에 대한 원고 집필과 주제발표요청을 받았다. 나는 ‘한국사회의 산업화와 전통농촌의 해체: 한국농촌에 대한 인식의 틀을 위한 하나의 시론’(한국사회학지, 제19집 겨울호, 1985:121-142) 이란 주제 논문발표를 통해 그동안의 생각들을 집대성하는 작업에 나섰다. 산업화 충격론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먼저 ‘전통농촌의 일반모형’을 이론적으로 재구성하고 이러한 전통농촌이 산업화의 충격으로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대한 이론적(가설적) 전망을 논리적으로 정리해야 했다. 특히 전통농촌모형을 구성하는 3가지 기본요소인 농가 경제와 그들이 수행하는 생산경제 활동인 농업과 그들의 삶의 장(場)인 마을 사회의 특성과 그들의 상호관계를 규정하는 경제사회원리를 논리적으로 정리해야 했다.

나는 우리나라 전통농촌과 농업을 전형적인 아시아적 몬순(monsoon) 기후적 특성이 지배하는 쌀 농업 중심의 ‘아시아적 답작(畓作) 농업사회’라고 규정했다. 동남아시아나 인도양지역의 아시아적 몬순기후와 유사하게 우리나라 기후는 대체로 우기(5∼9월)와 건기(10∼4월)로 나뉘며, 우기에는 우리나라 연간강우량의 70% 가까이가 집중적으로 내린다. 이러한 기후적 특성으로 우리 농업은 전통적으로 쌀 농업을 중심으로 발전했고 그 때문에 이앙기와 제초기(5∼7월), 수확기(10∼11월)에는 집중적으로 많은 노동력이 필요하다. 전통농촌과 농업은 매년 반복적으로 이앙기와 수확기에 나타나는 집중적인 노동수요, 즉 ‘M자’ 형의 노동수요 곡선인 ‘M-사이클’의 지배를 받는다. 전통농촌은 이러한 M-사이클의 지배로 계절적으로 농한기에는 상당량의 잠재실업을 보유하며 농번기에는 노동력 부족으로 마을 전체가 품앗이, 두레 등의 방식으로 마을 노동력을 총동원하거나 외부 노동력투입으로 집중되는 노동력 수요에 대처한다. (‘아시아 몬순 농업경제에 있어서 공업화의 조건: M-사이클 가설을 중심으로,’ 1984년도 한국경제학회 정기학술대회 논문발표, 1985.2; 경제학연구, 한국경제학회 제33집, 1985:91-102)

전통농가는 ‘소농적 가족경제’로서 가족의 안전과 생계를 최우선으로 자급적 생계농업을 한다. 전통농가의 성장과 발전, 그리고 쇠퇴는 가구주(경영주)의 ‘생애주기(life-cycle)’의 지배를 받으며, 가구주의 생애주기에 따라 일어나는 농지 상속을 통해 새로운 농가의 창출(혹은 생성), 성장, 소멸의 단계를 거치며 이러한 변화를 ‘농가생애주기(Farm Household Life-Cycle)’, 즉 ‘F-사이클’이라고 부를 수 있다. (‘산업사회화 과정에서 한국 농가의 성격 변화와 과제,’ 제7회 복지사회심포지움, 현대사회와 가족, 아산사회복지사업재단, 1985.7) 그리고 전통 마을은 유교주의적 가치 질서에 따라 조직되고 운영되며 상부상조하고 가부장적인 자치적 ‘공동체 사회’라고 정리했다. 이러한 전통농촌의 농가와 농업과 마을 사회가 산업화의 충격으로 소농적 가족 농가가 상업적, 겸업적 농가로, 쌀 농업 중심의 자급농업이 시장경제에 편입되면서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품목별로 전문화된 상업농업 혹은 기업농업으로, 마을공동체 사회가 도로, 교통, 통신의 발달로 개방적, 자치적, 민주적 지역사회로 변화하며 아시아적 답작(畓作) 사회가 산업사회적 지역사회’로 바뀌는 구조변환의 현실과 미래변화를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전망했다.

나는 앞의 논문들에서 제시한 이론적 가설들을 실증적으로 검증하기 위한 중장기 농촌경제사회 변화에 관한 실태조사를 위한 특별연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1986년 중반부터 새로 시작하는 개발계획 수립부터는 이용만, 이정(正)환 책임연구원 중심으로 추진하도록 업무를 조정하고 나는 오내원, 김종채 연구원과 함께 농촌경제사회의 장기변화를 관찰하는 특별연구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1985년을 기준연도로 설정하고 1986년부터 2001년까지 15년간 우리 농업·농촌·농가의 변화실태를 관찰하고 기록하기 위한 ‘한국농촌사회경제의 장기변화와 발전(1985~2001)’이란 특별연구사업(속칭 ‘15년 사업’)추진을 위한 조사연구계획을 수립했다. 우리는 우리나라 대표적 농촌 지역의 하나인 충청남도 대전을 중심으로 입지적 특성에 따라 도시 근교(대덕군 기성면 평촌 3리), 평야(논산군 채운면 야화 2리), 중간(부여군 초촌면 송국 2리), 산간(금산군 남이면 대양2리) 지역 4개 마을을 선정하고 1986년부터 본격적으로 전체 193호 농가에 대해 장기추적조사를 시작했다. 나는 ‘15년 사업’을 우리 농경제사회의 현실과 변화에 관한 무진장의 이론적 연구과제들이 숨어 있는 ‘금광맥(金鑛脈)’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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