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성수 한국식품연구원 박사

인스턴트식품 섭취 증가추세와 함께
비만·고혈압·당뇨 등 대사성 질환 급증
식탁 위 건전한 식문화 재정립 필요


요즘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다들 너무 바쁘고 고단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나마 아직도 농촌생활은 주어진 계절에 따라 차분히 농사일을 하는 전경이 아름답게 느껴지지만 도시의 생활은 초·중·고등학생, 대학생, 청장년, 주부 모두 자기 일정이나 생업에 쫓기는 듯 바쁘게 지내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도시인들의 식생활과 식문화도 예전과 같지 않고 간단 조리식품, 편의식품, 즉석식품들이 우리들의 식탁을 채워가고 있다. 가정에서 식탁에 둘러앉아 어머니가 조리해주시는 정성이 담긴 밥, 국, 찌개, 김치, 다른 반찬 등을 오순도순 가정의 대소사를 이야기하면서 맛있게 식사를 하던 그 문화는 이제 일상적인 일이 아니게 됐다. 이러한 식문화를 어쩔 수 없는 시대적 추세로 넘겨버리기보다는 과연 이대로 가는 것이 바람직한가 곰곰이 생각해볼 일이라고 본다. 품격 있고 건전한 가정의 식사는 식구들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에 도움을 주고 나아가서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기초가 되기 때문이다.

우리의 원래 가정식은 쌀밥 중심의 속이 편하고, 영양적 균형이 있고, 과잉되지 않는 열량으로 대부분 비만이란 말은 들어보기 힘든 건강한 식단이었다. 최근 우리의 생활수준이 향상되면서 식생활 형태도 쌀밥과 장류 중심의 곡류 및 두류의 섭취는 감소하고 육류, 유제품 등을 포함한 동물성 식품의 소비는 크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가공식품과 인스턴트식품, 햄버거, 피자 등 고열량 패스트푸드의 섭취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식품 소비 형태의 변화가 우리 국민들의 건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장기적인 관점에서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과거 1950년에서 1960년대 정도의 우리나라의 가족문화는 대부분의 가정에서 식구들과 식탁에 모여 밥과 국, 고추장, 된장 및 김치류를 놓고 오순도순 대화를 하며 식사하는 형태였다. 가끔 집안 행사가 있을 때 육류나 어류 반찬이 올라오는 정도였다. 이 때는 물론 국내 쌀 생산량이 부족해 보리와 혼합한 혼식장려 혹은 밀가루 음식을 권장한 분식장려 운동도 있었다.

1970년대를 지나 우리의 경제가 고도로 성장하고 농업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녹색혁명이 일어나고 우리의 주식인 쌀의 생산량도 급격히 증가하면서 자급자족의 시대에 돌입했다. 다른 공산업의 발달과 수출무역의 증대는 부족한 식품을 자유롭게 수입해 섭취할 수 있게 됐다. 이젠 고칼로리 식품의 과잉섭취에 의한 비만, 고혈압, 당뇨 등 대사성 질환의 발생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런 최근 식품소비나 가정의 식사문화 현상을 보면서 과연 이러한 추세에 그냥 따라가는 것이 육체적 혹은 정신적 건강에 바람직한 것인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 과거에는 밥상머리 교육이 매우 중요해 식품의 소중함과 절식 혹은 식사예절 등을 부모님으로부터 배우면서 자랐다. 그러면서 육체적, 정신적 성장을 했다. 요즘처럼 주변에 식품이 넘쳐나고 아까운줄 모르게 소비하고, 남으면 미련 없이 버리는 등 음식물 쓰레기가 넘쳐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 생각하게 한다.

급속한 산업발전과 경제성장, 지나친 경쟁사회, 바쁜 일상, 부부 맞벌이, 저출산, 고령화, 1인 가정의 증가 등이 사회의 식생활과 식문화에 매우 밀접한 영향을 미친다.

우리는 같이 식사를 하면서 많은 대화를 하고 상대방을 이해하고 존중하게 되는데, 혼자 빨리 빨리, 간편하게, 기다리지 않고 인스턴트식품을 허급지급 먹어 치우는 모습에서 조급함이 있고, 참을성 없이 상대방을 배려 못하는 거친 인성(人性)을 배우는지도 모른다. 아직 식습관, 식생활, 식문화 이런 것들이 사람의 인성배양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과학적으로 연구 발표된 자료는 보지 못했지만, 어릴 때부터 품위 있는 식사예절 등을 배우지 못한 청소년이나 어른들이 요즘의 사회적 범죄와 연관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의 일상이 아무리 바쁘더라도 적어도 하루에 한 끼 정도는 가족들과 같이 식품을 직접 조리하고, 대화하면서 식사를 하고 또 같이 설거지도 하는 화목하고 품격 있는 식사문화를 새롭게 만들어 가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해 보는 것이 어떨까 제안해 본다.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