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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를 살리는 마을활동

[한국농어민신문]

이재욱 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 소장

‘행복하고 편안한 마을 만들어보자’
소박한 소망에서 스스로 나선 사람들
그들에 대한 ‘맞춤형 지원’ 더 절실


우리 농업과 농촌의 가장 큰 위기는 무엇일까. 농촌의 주민들이 늙어가는 고령화인가, 마을이 비어가는 공동화인가. 아니면 후계세대가 없는 농업의 미래인가. 이런 진지한 질문에 대해 실제로 농촌에 사는 사람들은 고민이나 걱정을 할까. 이게 농촌 주민이나 농사짓는 농민들이 해야 할 걱정인가.

우리 연구소는 이런 주제를 가지고 지난 3월 말 전국의 농촌에서 마을의 활력과 주민들이 행복한 삶을 사는 농촌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마을활동가들을 불러 2박3일 동안 워크숍을 진행하였다. 농촌유학, 노인복지, 후계농 육성, 농기계 공동이용, 원주민·이주민 화합, 지역 언론과 마을공동체, 이동슈퍼 운영 등 각각의 활동 내용은 조금씩 차이가 있었지만 마을에 사는 사람들이 스스로 행복하고 편안한 삶을 위해 자기들의 마을을 디자인하고 관계의 유지와 활력을 일으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모였다. 자기 마을의 활동 사례를 발표하고 토론하고 서로 힘을 받는 워크숍이었다.

고령화에 대한 대안 보다 농촌에 사는 노인들의 열악하고 불편한 삶을 개선하기 위한 사업이나 활동이 우선이라고 생각하고 농촌 노인들의 주간보호센터를 시작한 면 지역 활동가들은 지역의 특산물인 송편을 만드는 노인일자리 사업과 노인들이 공동으로 농사를 짓는 사회적 농업으로 노인복지사업을 시작하였다. 면의 마지막 가게가 없어져서 마을 사람들이 협동조합으로 만든 ‘점빵’과 트럭으로 생필품을 공급하는 이동슈퍼를 운영하고, 귀농·귀촌하는 젊은이들을 조직하여 정착을 지원하면서 학교의 학생 수도 늘어나고 지역의 생기를 불러일으켰다.

학생 수가 줄어들어 마을의 학교가 없어질 위기에 처하자 지역아동센터를 만들고 도시의 아이들을 농촌으로 유학 오게 하여 학교를 살려낸 마을은 노인들의 불편하고 고립된 삶을 돌보고 전기나 수도, 집수리 등 간단한 고장을 고쳐주는 생활민원해결사업인 노인살림센터와 한 달에 한 번 이루어지는 마을장터, 노인 무료 점심나눔 사업 등을 추진했다.

원주민과 귀농인이 함께 풍물동아리를 만들어 활동하면서 이해의 폭을 넓히고 화합을 이끌어낸 마을은 매년 아기가 태어나고 10대부터 70대까지 연령대마다 열 명 이상이 사는, 인구 구성의 균형이 그나마 잘 유지되어 ‘귀농하기 좋은 마을’로 선정되기도 했다.

농사지으러 들어오는 청년들을 1년 동안 훈련시켜 농민으로, 마을사람으로 정착시키는 청년농민 정착지원 활동을 전개하는 마을, 도서관과 마을 신문을 만들어 지역 주민들을 뭉치게 하고 면소재지와 마을을 잇는 마을버스를 운행하여 지역의 불편도 해소하고 단합을 끌어내는 마을, 농가들이 가지고 있는 농기계를 공동으로 이용하여 효율과 생산성을 높이고 판매와 출하관리를 공동으로 하는 농기계 공동이용사업을 추진하는 마을도 있었다.

자기 지역을 살리고 지역 주민과 농민들의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 마을 사람들이, 농민들이 스스로 만드는 마을 활동은 우리 농업·농촌의 3대 위기인 초고령화, 공동화, 무출생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사명감이 아니라 우리 마을을 행복하고 편안한 마을로 만들어 보자는 소박한 소망에서 시작된 활동이다. 마을 노인들이 고립과 외로움 속에 죽음을 맞이하는 게 아니라 자존감을 유지하고 어울려 살던 이웃들과 관계를 지속하는 그런 공동체성이 살아있는 마을을 만들어 보자고 하는 활동이다. 이런 시도가 가능하고 또 지속되고 확장되는 것은 농촌이라서 가능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 아직도 관계망이 유지되고 있는 농촌이라서.

농촌 소멸문제는 애쓴다고. 돈을 쏟아 붓는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자기 마을을 즐겁고 행복한 마을로 살리겠다는 의지를 가진 사람들이 있어야 가능하고 성과도 나타난다. 이런 주체적인 주민, 마을활동가들이 늘어나고 주민들이 스스로 자기 마을의 유지와 활력을 만들기 위해서는 주민들이 자기 마을의 사업이나 활동을 스스로 논의하고 결정하는 주민자치가 확대되어야 한다.

중앙정부나 지자체가 사업과 예산을 결정하고 쏟아 붓는 돈은 마을을 살리기보다 갈등을 유발하기 십상이다. 주민들이 스스로 결정한 사업이나 활동은 작은 예산으로도 큰 성과를 내며 지속가능하고 다양한 활동으로 확대된다. 농정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건 거시적인 것만이 아니라 농민과 농촌 주민의 눈높이와 실행 가능한 사업에 맞추는 맞춤형 지원을 할 때 훨씬 큰 효과를 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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