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기 논설위원·친환경농축수산 유통정보센터장

[한국농어민신문 정문기 농산전문기자]

“이번 음식물쓰레기 파문의 최대 수혜자는 환경부이에요. 어쩌면 우리 농업계까지 집안싸움을 한 셈이지요. 스스로 제 발등을 찍은 격입니다. 좀 더 깊숙이 들어가면 음식물쓰레기 건식과 습식업체 간 싸움에 놀아난 것이죠. 애당초 환경부의 환경법에 의해서 음식물쓰레기를 퇴비 원료로 받아들인 것이 가장 큰 문제이자 이번 파문의 발단입니다. 그런데 어느 누구도 이를 제대로 짚어내지 못했고, 그래서인지 대책에서도 전혀 거론되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연말부터 올 3월까지 농업계를 뒤흔들었던 음식물쓰레기 파문을 지켜봤던 모 퇴비 현장전문가의 얘기다. 그는 현재까지도 가축분뇨처리와 퇴비분야에서 30년 넘게 일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이 3월 28일 ‘비료 공정규격 설정 및 지정’을 확정 고시하고, 고시 후 30일이 되는 4월 28일부터 전격 시행키로 하면서 음식물쓰레기 파문은 일단락됐다. 이번 비료 공정규격 설정의 핵심은 음식물쓰레기 건조분말의 혼합유기질과 유기복합 원료 허용이었다. 사실상 음식물쓰레기로 유기질비료를 만들 수 있는 법적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다만 염분은 2% 이하, 수분 15% 이하, 전체 원료의 30% 이하라는 단서가 붙었다.

여기서 우리가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이같은 ‘비료 공정규격 설정 및 지정’과정에서 보여준 농진청의 갈지자 행보다. 농진청은 지난해 10월 16일 제24차 비료공정규격심의회를 열었고, 11월 13일부터 12월 2일까지 행정예고를 한 이후에 일부 언론 및 방송사에서 문제제기 기사와 보도가 잇따르자 눈치 보기에만 급급했다. 이런 언론플레이가 음식물쓰레기 건식 및 습식업체간 갈등과 반목 때문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농진청이 사실상 수수방관한 것이다. 음식물쓰레기 대란이 없을 것이라는 모 관련단체의 지적에도 ‘이때다 싶었는지’ 단 한차례의 농업인 및 농민단체 간담회만 개최한 채 충분한 논의 없이 신속히 확정 고시한 것 역시 전형적인 언론눈치보기와 무소신의 행태다. 이번 파문의 일차적 책임자로 농진청이 거론되는 이유다.

환경부 역시 문제가 많다. 현행법상 음식물쓰레기 업체들의 관리 소관부처는 환경부다. 이번 파문의 단초를 제공한 건식과 습식업체간 싸움에 환경부는 ‘강 건너 불구경’식의 안이한 대응으로 일관했다. 그동안 미허가축사, 악취방지종합시책 등에서 보여줬던 반농업적 행태가 이번에도 재연된 셈이다. 여기에 대책으로 제시됐던 ‘올바로 시스템’의 음식물류쓰레기 반출량 정보 제공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고, 폐기물처리업체 합동점검도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기에 관련단체들도 유기질비료의 최종 소비자들인 농민들의 입장은 외면한 채 자기 단체들의 주장만을 내세우거나 서로 반목했던 것 또한 사실이다.

부저추신(釜底抽薪)이란 사자성어가 있다. 펄펄 끓는 가마솥 밑의 장작을 빼낸다는 뜻이다. 찬물을 들이붓기보단 불붙은 장작을 빼내는 것이 최상책이다. 한마디로 문제의 근원부터 해결하라는 의미다. 이번에 우여곡절 끝에 일단락됐다지만 음식물쓰레기의 비료화, 나아가 비료관리 문제는 언제든지 다시 터질 휴화산과 같다. 이 차제에 비료산업 전반에 대해 지금까지 무엇이 잘못됐는지에 대한 진지한 반성과 검토를 통해 근본적인 목적과 가치, 그리고 그 역할을 새로이 정립할 필요가 있다. 환경생태농업 등 최근의 농업환경에 걸맞는 가치와 원칙을 새롭게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비료관리법, 공정규격에 대한 대대적인 제도정비가 필요하다. 현재 보통비료와 부산물비료간의 충돌, 얽히고 설켜있는 ‘가축분뇨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과 ‘폐기물관리법’과의 상충과 간극 등 점검하고 보완해야할 문제점이 너무나 많다. 전면적인 법 개정과 공정규격이 바뀌지 않으면 안되는 사안들이다.

음식물쓰레기 건조분말로 만든 유기질비료의 철저한 품질점검과 단속 또한 강화돼야 한다. 특히 음식물쓰레기로 만든 퇴비의 부정·불량 문제는 그 사용량이 유기질비료보다 많고, 피해의 심각성이 더 크다는 점에서 이를 근절키 위한 확실한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물론 이같은 과정에서 비료의 최종 소비자는 농민이라는 사실 또한 결코 간과돼서는 안된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퇴비 현장전문가의 말이 여전히 귓가에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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