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2301원에서 2765원. 이는 이달 1~10일 서울 가락시장에서 형성된 배추 세 포기(10kg) 상품 평균 도매가격이다. 지난해와 평년 4월 도매가격이 각각 7075원과 6090원이었으니, 산지에서 농가와 유통인들이 겪는 고통이 어떠할지 짐작조차 어렵다.
하지만 그들을 더 힘들게 하는 건 어려운 오늘 못지않게 우려되는 내일에 있다. 내년 배춧값을 지금 알 수는 없지만 분명한 건 내년 배추 가격은 높은 가격대라는 여론이 형성될 개연성이 높다. 그동안의 정황상 ‘배춧값이 물가 상승의 주범’이라는 식의 물가 조사 기관과 언론의 주요 표적이 될 수도 있다. 이들 기관·단체의 직접적인 비교가 되는 전년 가격이 될 최근 가격과 큰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고, 유례없이 낮은 가격이 이어지고 있는 올해 배추 가격이 포함된 평년 가격도 올라설 수가 없기 때문이다.
올해 양파가 한해 먼저 이런 상황을 겪고 있다. 양파 수확기인 4월이 되면서 양파 4월 평년 도매가격은 1kg 상품에 1046원에서 880원으로 바뀌었다. 가격이 매우 낮았던 지난해 가격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이에 1000원을 오가는 최근의 양파 가격은 산지 폐기까지 단행한 농가들이 느끼기엔 여전히 낮은 가격대지만 팩트는 지난해와 평년 가격과 비교해 높은 수준이 돼 버렸다.
농산물 가격은 가공식품이나 공산품 등의 타 부류 제품과 달리 뒷걸음질 치는 경우가 매우 잦다. 예를 들어 경기가 침체돼 소비가 덜 된다고 해서 소주 가격이 하락하진 않는다. 음식점에서 2000원이었던 소주 가격은 2500원, 3000원으로 오르더니 이제는 4000원인 곳이 주가 됐고, 일부에선 5000원 이상까지 받고 있다. 그러나 배추는 세 포기에 소주 반병 가격에도 못 미치는 시세까지 나오고 있다.
현재 배추 산지는 사면초가다. 배춧값은 회복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고, 농가들은 배추 농사를 포기해야 할 지경에 이르고 있다. 재배면적이 줄어 내년에 가격이 회복되면 물가 상승의 주범으로 또 집중포화를 맞아 배추 소비력이 떨어질 수도 있다.
지난 김장철 이후 해를 넘겨 넉 달이 지나가는 최근까지 배추 가격은 유례없는 바닥세를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이 문제는 제대로 부각되지 않고 있다. 배추 가격과 관련해 언론에 오르내릴 시기는 내년이 아닌 올해가 돼야하는데도 말이다.
‘포기는 배추를 셀 때나 하는 말’, 우스갯소리에 곁들여 용기를 북돋아줄 때 자주 오가는 말이다. 배추밭에서 ‘포기’가 배추를 셀 때나 쓰는 말이 되도록 내일이 아닌 오늘, 관심이 필요하다. 배추 농가와 유통인들이 배추 농사를 포기하는 것이 아닌, 배추 포기를 세면서 웃을 수 있는 날이 속히 와야 한다.
김경욱 유통팀 기자 kimkw@agrinet.co.kr
- 기자명 김경욱 기자
- 승인 2019.04.12 18:26
- 신문 3097호(2019.04.16) 1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