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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과학기술의 조건과 농업

[한국농어민신문]

김경미 농촌진흥청 연구정책과장

사회문제 해결형 혁신 연구 추진하려면
농업·농촌문제도 사회과학적 접근 필요
전문언론 등과 융복합적 협력 끌어내야


‘여성농업인 연구’라는 말을 처음 끄집어내었을 때, 별다른 정책이 필요하지 않다는 반응이었다. 대부분 농가의 소득이 높아지고 사회의 양성평등문화가 확산되고 있으며, 세탁기, 전기밥솥, 식기세척기, 전기 청소기 같은 제품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이 제품을 쓴다고, 농가의 소득이 올랐다고 여성의 일이 줄어들었는가? 여성의 줄어든 가사노동시간은 그대로 소득을 높이는 활동으로 전환되었다. 그러면 여성이 일한 만큼 자신의 명의로 된 수입을 관리할 수 있었는가? 농사에서도 농기계 발전은 논농사 중심으로, 주로 여성이 많이 참여하는 밭농사, 채소나 과수 등은 기계화가 더디었기 때문에 과학기술의 발전에서 의도하지 않았던 불평등이 초래되었다.

그렇다면 여성이 느끼는 문제는 무엇인가? 이를 위해 농가를 인터뷰하며 문제들을 발굴하고 그 문제를 몇 가지 유형화 시키는 작업이 필요했다. 또 현장에서 실제로 여성농업인이 얼마나 문제를 경험하고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도 필요했다. 여기에는 언론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농업계 전문지 등과 협력하여 일상생활에서 여성농업인이 경험하고 있는 사례를 수집했다. 수집한 사례를 분류, 평가하여 주요 사례를 선정했고, 다시 현장에서 제보자를 만나 심층 인터뷰를 했다. 그리고 사례에서 드러난 문제에 대한 제도와 법, 정책들을 확인하고 개선방안을 도출했으며, 그 과정에서 다시 개별적인 사례인지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문제인지를 판단하는 과정을 거쳤다. 수없이 많은 전문가 토의와 집단의사결정기법을 거쳤고, 통계와 자료 조사를 통해 과학적 근거들을 확보하였다. 그렇다면 이 과정은 과학기술의 개발인가 아닌가?

최근 농업계에도 스마트 농업을 비롯하여 빅데이터, 농림형 인공위성, 농업용 로봇개발 등 첨단 과학기술의 활용과 발전이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 같은 과학기술의 발전이 과연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하는가? 사회문제에 대한 의견은 다양하겠지만 국가과학기술심의회에서는 2010년부터 예산을 배분하는 사회문제 해결형 연구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사회문제 해결형 연구개발이란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사회문제 해결을 통해 건강, 안전, 편의 등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연구개발이다. 지속가능한 활력사회, 걱정 없는 안심사회, 더불어 사는 어울림사회를 구현한다는 것을 목표로 ‘건강, 환경, 문화, 여가, 생활안전, 재난재해, 에너지, 주거교통, 가족, 교육, 사회통합’분야로 구분하고 있다. 과학기술기본법 제16조의6에는 과학기술을 활용한 사회문제의 해결을 명시하면서 삶의 질 향상, 경제적·사회적 현안 및 범지구적 문제 등의 해결을 위하여 필요한 시책을 세우고 추진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농업이나 농촌사회의 문제들이 효과적으로 반영되고 있는지는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

EU는 산업혁신 중심의 혁신정책을 반성하면서 경제발전, 사회통합, 환경보호가 융합된 지속가능성으로 진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도시에서 텃밭활동에 참여하거나 농업의 치유기능을 이용하여 사회통합을 도모하는 사회적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 사회복지단체나 시민활동가들은 환경보전과 사회통합의 중요한 수단으로 농업을 꼽고 있다. 이를 위한 핵심적인 방법으로는 현장의 최종 사용자가 참여하는 방식이 필요하고, 사회문제에 대한 이해와 합의가 쉽지 않기 때문에 구체적인 조사와 필요한 혁신활동을 수행하기 위한 행태와 요구를 찾아내는 방법도 필요하다. 이는 지금까지 연구 패러다임을 변화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민이 참여하고, 이들의 다양한 이해관계, 행태와 요구를 구체화하여 정책으로 설계하는 일. 그것이 사회문제해결형 혁신 연구개발이라면 마땅히 자연과학만이 아닌 사회과학적 접근도 포함하는 개념이어야 한다. 교육과정은 인문사회 융합형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하면서 연구개발 범주를 자연과학에만 두는 것은 모순일 수 있다. 이 때문에 종합계획에는 사회문제해결을 위한 연구개발사업의 촉진에 관한 사항뿐 아니라 서비스 전달체계 구축, 민간 주도가 어렵거나 미흡한 분야의 정부 주도 시장 창출 방안 등 사회문제해결을 위한 연구개발사업의 성과확산에 관한 사항, 사회문제해결을 위한 제도나 규정의 개선에 관한 사항, 사회문제해결을 위한 국민, 연구자 등의 인식 제고에 관한 사항 등을 다루도록 하고 있다. 바로 이와 같은 실효성 있는 대안을 끌어내기 위한 융복합적 협력이 필요하다. 또 상대적으로 소외되어 있는 문제에도 관심을 두어야 한다. 여기에는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며, 4월에 창립기념일을 맞는 한국농어민신문의 역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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