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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농촌 ‘다문화’ 보고서] 결혼이주여성·외국인 노동자···더이상 ‘이방인’이 아니다

[한국농어민신문 안형준 기자]

지금 대한민국 농촌은 ‘한 지붕 두 가족’의 동거가 진행 중이다. 농촌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국제결혼과 외국인 노동자가 대거 농촌으로 유입된지 20년 이상 지나면서, 이제는 다문화가정과 외국인 노동자는 농촌 경제나 사회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구성원이 됐다. 초등학교 입학생은 이제 다문화가정 자녀가 더 많을 정도로 농촌의 모습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이들을 이방인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여전하다. 다문화가족과 외국인 노동자들이 자리 잡은 2019년의 농촌은 어떤 모습인지 살펴봤다.
 

▲ 외국 식료품점이 확장 공사를 하고 있다.

|지금 농촌은 본격 글로벌 시대

20명 탄 버스에 ‘한국인’ 단 3명
진천군 터미널 옆 중심가엔 
‘외국 식료품점’ 공사 한창
외국인 등 수요 늘어 확장·이전

"군 시가지에 있는 한 미용실
외국인 손님 줄자 폐업도 고려"

덕산면에 위치한 초등학교는
신입생 7명 중 5명 다문화가정

지난 3월 20일 충북 진천군 터미널로 향하는 버스에 올라 주위를 둘러보니 약 20명의 승객이 탑승해 있었다. 버스 안 승객 중 한국 사람은 운전기사를 포함해 단 세 명. 제각기 다른 언어가 버스 안을 가득 메웠다. 이들 대부분은 진천이나 음성군 외각 지역에 위치한 농장이나 공단에서 일을 마치고 저녁거리를 구매하거나 지인들을 만나기 위해 군 시가지로 나가는 길이라고 한다.

터미널 인근에 군 시가지에서 가장 번화한 곳인 로터리에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공사가 진행 중인 곳은 식료품 상점이다. 빨간색 큰 간판에는 여러 국가의 국기가 그려져 있고 ‘ASIA FOOD 中國食品(중국식품)’이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한 눈에 봐도 여러 국가의 식료품을 파는 가게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가게는 본래 조그마한 구멍가게 수준이었다. 하지만 진천군 내에 외국인 근로자와 다문화가정이 증가하면서 외국 식료품에 대한 수요도 함께 증가했고, 올해 확장 이전을 결정한 것이었다.

실제 진천군의 외국인 등록 수는 2011년 3350명, 2013년 3612명, 2015년 4837명, 2016년 5317명으로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16년 12월 기준 진천군의 전체 인구는 6만9950명으로, 외국인의 수가 전체 인구의 7.6%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진천군 터미널 부근에서 만난 박윤경 씨에게서 더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박윤경 씨는 돼지 농장을 운영하며 실제 외국인 근로자를 2명 고용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진천과 음성군 지역에 외국인과 다문화 가정이 급속히 증가한 건 10여년 전부터다. 기존에는 일손이 부족한 소수의 농장 위주로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했기 때문에 군 시가지에서 외국인을 보는 건 흔한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제는 군 시가지에서 외국인을 보는 것은 쉬운 일이 됐다. 공단이 들어서며 외국인 수가 더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군 시가지 어느 상점에 들어가도 쉽게 마주칠 수 있고, 이들이 농촌 경제의 상당 부분 일조하고 있다.

이와 관련 박윤경 씨는 “최근에 군 시가지에 있는 미용실에서 외국인 근로자들이 다른 지역으로 직장과 거주지를 옮겨 손님이 대폭 줄어 폐업을 고려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면서 “농촌 경제에서 다문화가정이나 외국인들이 굉장히 중요한 축을 이루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렇듯 다문화가정과 외국인이 농촌 경제에서 중요한 일원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농촌에는 온도차가 존재한다. 이들이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존재라는 건 알고 있지만, 피부색과 언어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두 집단이 섞이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박윤경 씨는 “농사를 짓는 사람과 공단에서는 외국인 노동자가 없으면 일을 하지 못하는 점을 알고 있고, 군 시가지 상점들도 이들이 없으면 소비가 침체될 것을 알고 있다”면서 “머리로는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마음으로는 아직 이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게 농촌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군내에 외국인과 다문화가정의 수가 증가하며 학교의 모습도 달라졌다. 박윤경 씨에 따르면 최근 진천군 덕산면에 위치한 한 초등학교의 경우 올해 신입생이 7명인데 이중 5명이 다문화 가정의 아이라고 한다. 이제는 학교에 한국가정의 아이보다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이 더 많아진 셈이다.

불과 10여년 전에는 한국가정의 아이들이 대부분이어서 소수의 다문화가정 아이들의 피부색이 다르고 언어가 서툴다는 이유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최근에는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이 많아지고, 인식도 개선되면서 이 같은 일은 거의 없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에도 여전히 언어가 문제가 되고 있다. 한글이 서툰 다문화가정의 아이가 다른 아이들에게 마음의 벽을 쌓고 교류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이 발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여전히 ‘언어’다. 다문화가정의 경우 대부분 어머니가 결혼이주여성인 경우가 많은데 생활고나 외부활동을 하지 못하게 하는 시부모 등으로 인해 한글 구사능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는 곧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의 한글 구사능력의 하락으로 이어져 아이들이 자신감이 떨어지고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등 학교생활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는 반대로 부모의 한글 구사능력이 좋을 경우 다문화가정의 아이가 반장을 맡으며 친구들과 잘 어울리는 모습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고 한다. 아이의 학교생활에 적극적인 다문화가정 학부모들은 같은 국가 출신끼리 모여 도시의 학부모들처럼 카톡방에서 만들고, 이곳에서 학교생활의 정보를 교류하는 새로운 모습도 볼 수 있다고 한다.
 

▲ 김윤희 수필가(사진 왼쪽)가 박명화(사진 오른쪽) 씨의 수필을 첨삭하고 있다.

|진천 도란도란 이야기 문학카페
쓰고, 읽고, 고치고…글로 하나 되는 농촌


지역 주민 대상 ‘수필 수업’
결혼이주여성 적극 참여 눈길

2017년부터 함께한 박명화 씨
한국어 실력 몰라보게 ‘쑥쑥’
아이들 변화 피부로 느껴
지역 주민과 교류에도 큰 도움


진천군 터미널 근처에 위치한 포석조명희문학관 내 어느 교실에서는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한참을 웃다가 웃음소리가 끊기더니 다들 진지한 표정으로 종이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종이에는 맞춤법과 띄어쓰기, 오탈자 등을 체크한 흔적이 가득했다.

이날은 ‘도란도란 이야기 문학카페’가 열리는 날이다. 문학카페는 지난 2015년에 충청북도문화재단의 지역특성화사업으로 선정돼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여기에 참여하는 사람은 모두 지역 주민이다. 수요일과 토요일 등 일주일에 두 번 모여 집에서 써온 수필을 함께 읽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한다.

이날 수업에 참여한 주민은 총 7명이다. 충북지역에서 활동하는 김윤희 수필가와 6명의 주부가 모였다. 특이한 점은 결혼이주여성도 상당수 참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 사람도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풀어내고 또 다른 사람의 글을 첨삭을 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는데 결혼이주여성이 뒤처지지 않고 수업에 잘 참여하고 있었다.

수업에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참여한 박명화(34) 씨는 중국 지린성 연변에서 태어나고 자란 조선족이다. 지난 2007년에 한국에 시집와 초등학교 5학년 아들과 2학년 딸을 둔 학부모가 됐다. 그가 도란도란 이야기 문학카페에 참여한 건 지난 2017년부터다. 주변의 권유도 있었고 무엇보다 한국어를 좀 더 능숙하게 구사하고 싶어 참여를 결정했다.

박명화 씨는 문학카페에서 글을 쓰며 함께 나누는 활동을 하며 많은 것이 변했다고 한다. 우선은 자녀들이 변했다. 기존에는 자녀들이 스스로 공부를 하지 않았고, 학교생활도 소극적이었다. 하지만 박명화 씨가 글을 쓰기 시작하며 집에서 책을 읽고 글을 쓰는 모습을 보이니 아이들도 자연스레 집안에서 함께 책을 읽고 공부를 하게 됐다. 또 박명화 씨가 그동안 쓴 수필을 책으로 엮어 출간하자 아이들이 엄마에 대한 자부심이 커져 학교생활도 더욱 적극적으로 변했다고 한다다.


또 다른 변화는 지역주민과의 관계다. 거주지가 농촌이다 보니 마을 사람 외에는 교류할 기회가 없었는데 지역주민들이 함께 모여 자신의 진솔한 이야기를 담은 글을 나누다보니 한국 사람과 결혼이주여성 등으로 구분하지 않고 자연스레 섞이게 됐다는 것이 박명화 씨의 설명이다.

그는 “문학카페에 참여하며 공부하는 습관이 들다보니 검정고시도 통과하고 대학 수시까지 합격하고, 자녀들도 엄마에 대한 자부심이 커져 학교생활에 임하는 태도가 변했다”면서 “무엇보다 지역주민과 교류할 기회가 적었는데 문학카페에서 함께 글을 나누며 울고 웃으며 자연스레 섞일 수 있어 좋았다”라고 말했다.

도란도란 이야기 문학카페를 주도하고 있는 김윤희 수필가는 수업의 목표가 ‘지역주민의 화합’이라고 강조했다. 김윤희 수필가는 지난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진천군의회 의원으로 활동하면서 지역에 다문화가정과 외국인의 수가 증가하는 모습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지켜봤다. 이들이 언어가 서툴러 지역주민과 섞이지 못하고 자녀들의 학교생활까지 영향을 미치는 모습을 보고 수필교실의 필요성을 느껴 충북문화재단으로부터 지원까지 이끌었다.

김윤희 수필가에 따르면 현재 정부에서 다문화가정을 대상으로 하는 한글교육은 초급 수준으로 이들이 한국 사회에서 활동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중급 이상의 한글교육을 하는 곳이 없기 때문에 지역에 섞일 수 없는 게 현실이라는 것이다. 또 중급 한국어 교육을 가르치는 곳이 있더라도 문법 위주로 교육을 진행하기 때문에 중간에 포기하는 결혼이주여성이 많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보다 쉽게 한글을 배우고 자연스레 지역주민과 섞이는 게 무엇인지 고민을 거듭하다 집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수필을 쓰고 함께 첨삭을 하는 교육 시스템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2015년에 ‘도란도란 이야기 문학카페’를 시작하게 됐다.

김윤희 수필가는 “문학카페처럼 지역 내 등단한 수필가와 지역주민들의 의지만 있다면 결혼이주여성의 한국어 능력을 높이고 보다 쉽게 지역주민들과 화합하게 할 수 있다”면서 “진천의 사례가 전국으로 퍼져나가 다문화가정이 농촌사회에 잘 스며들었으면 한다”라고 소망했다.

안형준 기자 ahn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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