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최근 몇 년을 거치며 농정 패러다임의 전환을 부르짖는 목소리가 농업계 전면에 자리했다. 생산과 성장, 상향식 농정 체제의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인식이 커지면서다. 소멸 위기에 직면한 농업과 농촌의 현실은 이런 요구에 절실함을 더하고 있다. 이에 부응해 “국가 농정의 기본 틀부터 바꾸겠다”고 공언한 문재인 정부의 농정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올해 5월 9일로 3년차에 접어든다. 대통령 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출범, PLS(농약허용물질목록관리제도) 실시, 공익형 직불제 개편 등 변화도 있었지만, 농가소득 기반 미흡, 농산물 수급 불안 등처럼 근본적인 문제도 여전하다. 한국농어민신문은 창간 39주년을 맞아 문재인 정부의 농정을 점검하고 그 방향을 진단하기 위해 ‘한국농업 미래기반 구축을 위한 현안 진단’을 주제로 창간좌담을 진행했다.

-일시 : 2019년 4월 3일
-장소 : 한농연회관 6층
 

참석자
문광운 한국농어민신문 편집국장(좌장)
윤석원 중앙대 명예교수
김제열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수석부회장
강용 친환경자조금관리위원장
사동천 홍익대 교수(한국농업법학회 회장)
박준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귀농귀촌-청년농-후계농…농업 인력 통합 관리 시급"

#농업 인력 양성
농사만으로는 생계어려운 현실
청년 인력 유입 쉽지 않아
농지·판로 확보 문제도 심각
복지·교육개선 등 뒤따라야

문광운 편집국장

▲문광운(이하 문)=문재인 정부가 5월 9일 집권 3년차에 들어간다. 그동안 많은 변화도 있었지만, 정쟁에 농업 현안이 밀리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출하 및 가격 안정 등 미완의 과제도 많다. 농업 인력 양성도 중요한 부분인데, 어떻게 보고 있나.

▲김제열(이하 김)=귀농귀촌이 증가하고 청년농 육성도 이뤄지면서 기존 후계농업 육성 등을 비롯해 여러 농업 인력 문제들이 분리돼 있다. 이를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나아가 지방소멸 문제를 포괄적으로 생각한다면 꼭 농업 인력이어야 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생산 중심의 농업 인력을 넘어서 농촌에서 활동할 수 있는 농촌 인력도 함께 포함해 고민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경쟁체제인 우리 농업 구조 하에서 농업 인력이 생산 중심으로만 본다면 기존 농민들은 경쟁체제에서 또 다른 경쟁상대를 키운다는 우려가 있기 때문에 현장에서 접목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 부분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윤석원(이하 윤)=청년 농업인들이 농촌에 자주 오면 가장 좋다. 청년 인력을 농촌에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꼭 농업만은 아니어도 좋다고 본다. 제가 거주하고 있는 강원 양양 지역은 ‘서핑족’이 있는데, 대부분 30~40대다. 그분들이 농촌에 와서 농촌 경제에 굉장히 활력이 되고, 마을 자체가 활성화되고 있지만 이 인력에 대한 배려는 거의 없다. 하지만 30~40대가 농촌으로 들어오기는 사실 쉽지 않다. 잠깐 동안은 농촌에 와서 지낼 수 있지만, 10~20년 동안 농업만 갖고는 생계를 꾸리기 어렵다. 아이들 교육 문제도 있다. 청년들이 많이 들어올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 1순위이지만, 현실적으로는 도시 은퇴자들이 농촌으로 들어올 가능성이 크다. 이들이 농촌으로 올 수 있도록 하는 지원 방안이 필요하다.

▲강용(이하 강)=농업 인력 양성을 생각하는 각도를 완전히 바꿔야 한다. 첫 번째로 재설정해야 하는 것이 농촌에 왜 사람이 필요한지다. 어쨌든 농업의 기본은 생산이기 때문에 생산의 주체를 보면 경영과 노동이다. 지금 농촌에는 경영이 없는 것이 아니라 노동이 없는 것이다. 결국 농촌에 왜 사람들이 있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을 더 하고, 그래서 생산이면 생산, 유통이면 유통, 교육이면 교육, 문화면 문화 등이 왜 필요한지와 이를 충족시킬 수 있는 시스템이 같이 나가고, 생활을 정착할 수 있는 복지와 교육 제도 등이 같이 따라줘야 한다. 지금 같은 방식으로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어렵다고 본다.

▲박준기(이하 박)=농업 인력 문제와 농촌 활성화 차원의 문제는 따로 떼어서 볼 문제가 아니다. 최근 귀농인구가 늘어나는데, 복합적인 문제가 있고 진정 경제활동을 하는 것인지 의문을 갖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농업 쪽에는 젊은 사람 중요하다. EU(유럽연합) 사례를 보면 청년직불 제도를 하고 있다. 그에 반해 우리는 이슈화하기 위해 만들고 있는 모습이다. 농업 인력에 대한 중장기적 대책이 필요하다. 전남 영광의 ‘여민동락공동체’ 사례를 통해 농업 인력 부분은 지역의 사업과 연계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지역 특성에 맞게 육성 정책과 방안도 접근해야 할 것으로 본다.

▲사동천(이하 사)=농식품부 보고서에는 청년 유입이 조금 늘었다고는 하나, 산촌 같은 곳은 오히려 악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지난 20년 이상 농업 인력 육성에 대해 많은 노력을 펼쳐 왔다. 기본적으로 농업인력 육성은 기술 교육이다. 이와 함께 반드시 뒤따라야 할 부분이 판로 확보다. 단순히 기술인을 양성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판로를 확보해야 한다. 또 중요한 부분이 농지다. 청년들이 귀농하면 농지가 있어야 한다. 귀농귀촌이 활발한 지역에서 농지를 확보하기 위한 전쟁이 대단하다고 들었다. 그만큼 임대료도 많이 올랐다. 이런 부분이 안정화돼야 귀농귀촌 인구와 청년농을 정착시킬 수 있을 것이다.


#농정시스템 전환
변동직불금 폐지 주장 성급
쌀값 안정되면 사용할 일 없어
쌀 외 타작목 육성대책 만들고
중소농 살리는데 더 힘써야


▲문=농업계의 고질적인 구조이자 문제인 농가소득안전망 구축 등 농정시스템 전환도 시급하게 요구되고 있는데, 추진 상황이 더디다.

▲박=변동직불제를 중심으로 한 쌀 과잉 문제가 직불제 개편을 촉발했다고 본다. 개편 배경을 보면 대의적으로는 국민의 농산물 안전 문제를 얘기하고 있지만, 내용을 보면 쌀 과잉 문제다. 논의되고 있는 내용에 대해서는 큰 이견은 없다. 기본소득 얘기가 나오면서 농민수당이 논의되고 있다. 기본소득은 보편성, 무조건성, 개별성 등 조건이 있어서 농민수당이 기본소득으로 얘기될 수 없다는 생각이다. 농민수당은 농업·농촌이 공익적 역할을 하고 있으니 추가적인 보상이 필요하다는 것인데, 기본소득은 복지개념으로 누구에게나 주는 것이기 때문에 논의가 다르다. 농민들은 기본소득이 아니라 농민수당이며, 이를 중앙정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결국은 공익형 직불제 논의가 활발해지면 이 부분을 수용해 가져가야 한다.

▲강=기본적으로 변동직불금을 지급하는 일을 없게끔 만들었으면 좋겠다. 실제로 우리가 쌀에 지나치게 집중하기 때문에 시장에서 필요한 부분을 생산하지 않는 측면이 크다. 콩만 해도, 10만 헥타르 정도면 국내에서 소비되는 식용 콩의 절반 넘게 생산된다. 콩을 일정기간 육성을 해서 재배면적이 10만 헥타르 정도 된다면 수입 콩과 국내산 콩의 시장가격이 현재 7~8배 차이에서 3~4배 차이로 줄어든다. 지역별로 콩 생산 단지를 육성해 생산원가를 수입과 연계해 가격차를 낮추게 되면 국내산 콩 시장 수요가 확대될 수 있다. 정부 차원에서 집중 육성을 통해 새로운 소득 작목으로 경쟁력을 갖추고 10만 헥타르 정도의 생산 기반을 구축하면 논 경지면적의 10%를 줄어드는 효과도 가져올 수 있다.

소득안전망 구축도 여러 가지 각도로 생각해야 한다. 기본소득에 대해 국가가 농민에게 돈을 지원해야 한다는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꼭 돈을 주는 것만을 수당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농촌에서 살아가는 데 힘든 부분들을 해결하기 위해 농식품부 사업뿐만 아니라 복지부, 노동부, 교육부 등에서 사업을 만들어 가져와야 한다. 이것도 기본소득이다. 자꾸 직불제와 기본소득 등에 제한을 두지 말고 농업농촌 전체를 보고 가져올 수 있는 게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 범위를 재설정했으면 좋겠다.

▲윤=직불제 개편의 핵심은 변동직불금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변동직불금은 쌀의 소득보전을 안정시켜주는 것이다. 변동직불금을 없애겠다는 것은 국회에서 간섭하는 것이 싫다는 것으로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이라고 생각한다. 변동직불금을 없애는 것이 급한 것이 아니다. 가격을 안정시키면 변동직불금이 사용될 일이 없다. 밀, 콩, 사료 등으로 전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곡물자급률을 제대로 설정하고, 수요를 확보해야 한다. 콩도 좋은 대안이다. 다만 수요가 있어야 한다. 정교한 정책이 필요하다.

농정시스템 전환에 대해 할 말이 많다. 현실적으로 소농이나 중농을 대상으로 팔아주는 시스템을 갖추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중소농 비중이 80%가 넘는다. 이 사람들이 농촌에 살아줘야 한다. 중앙정부가 어떻게 이것을 만들어야 하는지가 중요하다. 이와 함께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역할을 확 바꾸어야 한다. 지역별로 여건이 다른데, 지방 농정이 중앙정부가 하라는 것을 하느라 바쁘다. 스마트팜 혁신밸리를 만드는 이런 식의 역할을 하려면 농식품부를 없애는 편이 낫다. 산업부가 하면 되는 것 아니냐. 중앙과 지방 역할을 명확히 분리하든지 지방 여건에 맞게 팔아주는 시스템을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

▲김=농업계의 현실을 보면 사회적 지지기반이 없다고 생각한다. 국민도 농정시스템의 전환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공익형 직불제나 기본소득제와 관련해 농업계 내부적으로도 합의된 부분이 없다. 농민들이 주도적으로 얘기를 한 적도 없다. 정치권과 학계가 제안한 부분들을 애매하게 정치적으로 풀어가려고 하니 현장 농민들이 괴리감을 느끼고 있다. 농특위가 이제 곧 출범할 예정이지만, 얼마나 잘 될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농민 사이에서 먼저 합의하고, 농업계가 합의하는 과정이 우선돼야 한다. 그 이후에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사=농가소득 중 농업소득은 대체로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농가소득구조가 농외소득으로 이전하고 있거나 농촌을 떠나는 실정이다. 이런 대안으로 기본소득이 얘기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기본소득이란 말은 직불금을 제외한 간접지원 형태이기 때문에 WTO 협정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 근본적으로는 직불제로 끌어들일 수밖에 없다. 농업인 기본소득제를 도입하더라도 농가소득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준의 금액을 기대할 수 없다. 효과가 있다면 소농들의 이농현상을 일시적으로 막는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 혁신을 통한 농업인의 자구노력이 필요한 부분이다. 농업농촌의 관광자원화, 도시인의 교육의 장소라든가 혁신을 통한 소득창출 구조를 갖춰야 한다. 스위스나 독일의 사례처럼 우리도 공익형 직불제로 갈 때 어떤 연계산업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이냐를 고민해야 한다.

▲ 이번 창간좌담은 ‘한국농업 미래기반 구축을 위한 현안 진단’이라는 주제로 진지한 분위기 속에 3시간 가까이 진행했다. 참석자들의 문제의식과 고민의 무게는 상당했다. 하지만 토론 도중 짧게 가진 기념 촬영 시간에선 시종일관 웃음과 유쾌한 기운이 넘쳐났다. 이들의 표정에서 한국농어민신문의 창간 39주년을 축하하고, 농업인들의 앞날을 응원하는 메시지가 느껴진다. 사진-김흥진 기자


"제2의 농지 개혁…비농업인 투기적 농지소유 막아야"

#농지법
헌법 규정 경자유전원칙 훼손
농지법상 독소 조항 고쳐야
읍면 농지관리위원회 기능 강화
불법농지 국가서 매입 관리를


▲문=농지법 문제가 최근 또 논란이 되고 있다. 경자유전의 원칙에 근거한 농지법이 대법원 판결로 무너진 부분이 있다. 법 개정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사=기본적으로 경자유전의 원칙은 헌법 제121조에 규정돼 있지만, 사실 법률에 위임돼 있다. 국회가 제정한 농지법의 6조 1항에 경자유전의 원칙이 있다. 하지만 무늬만 경자유전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을 뿐, 사실상 경자유전의 원칙을 포기한 것과 다르지 않다. 기타에 부칙까지 그야말로 독소조항이 즐비하다. 1994년 농지법이 제정될 때의 농지 중 비농업인 소유는 경자유전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농지법 제정 후에도 비농업 상속인, 8년 경작 후의 이농자에 의한 농지소유가 1만 제곱미터까지 허용되고, 초과되는 부분도 한국농어촌공사 등에 위탁하면 무한정 소유할 수 있게 했다. 농지 투기적 수요를 끌어들이는 요인이다. 비교적 규모화되지 않은 산촌의 경우에는 친환경농업을 짓기에 적합한 지역임에도 비농업인에게 분할된 농지로 인해 농지는 존재하되 농사지을 땅이 없는 기현상이 발생하고, 급기야 휴경농지가 확대되고 있다. 또한 농업인에게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경작의무가 부과되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에는 그 처분을 명 받을 수 있음에 반해 비농업인에게는 이런 의무가 없어 불법전용을 해도 농지를 처분케 할 법적 근거조차 없다.

농지법의 용도변경, 즉 무단 전용에 대해서는 처분을 명하는 규정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농업인조차도 정당한 사유 없이 휴경하게 되면 처분을 명 받고 있는 상황인 만큼 비농업인의 경우도 적어도 일정 기간 동안 경작하지 않으면 똑같이 처분을 명하게 하는 것이 형평성에 맞지 않나 생각한다.

▲김=농업인의 입장에서 농지는 지켜야 한다. 농업 현장에서는 농지를 크게 우량농지와 불량농지로 본다. 현장에서는 우량농지가 없어지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 상대적으로 불량농지에 대해선 관심은 낮지만, 농지로서의 기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량농지의 경우 비농업인 소유가 항상 문제되고 있는데, 농어촌공사에서 모두 관리해주다보니 비농업인의 소유 농지가 합법화되는 상황으로 돼 있다. 읍면 단위에서 농지관리위원회가 있는데 지금은 그 역할이나 활동이 유명무실하다. 불량농지에 대해 농사를 안 짓더라도 농지 기능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하느냐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고, 또 우량농지가 없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농지관리위원회를 강화하는 방안 등이 중요하다.

▲윤=농업과 농촌, 농민들에게 직불금을 보조하고 농민수당을 지급하도록 요구하고 있고, 농민들이 요구할 수 있는 근거가 사실은 농지에 대한 국가의 규제에 있다. 농지를 완전히 풀어놓을 수는 없기 때문에 경자유전 원칙이 규정돼 있고, 그런 명분이 있기 때문에 농민들에게 지원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경자유전의 원칙은 상징적이라도 있어야 한다. 농지가 너무 투기화되다 보니까 50~60% 이상 외지인의 소유가 돼 버렸고, 수도권은 90% 이상으로 합법화돼 버렸다. 농지에 대한 투기를 막아야 한다. 농지법 위반 사례를 내버려두지 말고 처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처분 농지가 나오면 국가가 이를 흡수해 관리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후계농업인이나 귀농인 등 농지가 필요한 이들에게 임대해주면 좋을 것 같다.

▲강=농지를 국가가 이렇게 관리하는 것은 농민에 대한 테러 행위다. 농지법이 독소조항이 많아 경자유전의 원칙이 누더기처럼 돼 있지만, 이것을 어기는 것은 범법 행위다. 그 잘못된 원인 중의 하나가 우리나라 농민에 대한 규정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을 현실에 맞게 바꿔야 한다. 독일처럼 농민자격증 제도를 하든지 명확한 규정을 만들어줘야 한다. 그래서 철저하게 농민이 소유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 부분은 농민 단체들이 다 들고 일어나서 바꿔야 한다. 경자유전의 원칙에 대한 독소조항들이 여러 부처를 통해서 풀리고 있다. 이 부분을 재정비해서 국가가 제2의 농지 개혁을 단행해야 한다. 경지면적이 지난해 2만5000 헥타르가 줄었는데, 대부분이 도시 주변과 경기도 수도권에서 줄었다. 농업인의 자격에 대해 현실적으로 개정하고 그것과 더불어 몇 십 년의 시간이 걸리더라도 농지 개혁을 해야 한다.

▲박=임차농지가 50%가 넘고 있다. 산지는 부재산주를 파악하고 있지만, 농지는 부재지주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50%가 넘는다고 하면, 이 중 30~40%는 부재지주로 봐도 무방하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일본보다 높다. 스위스 등의 국가에서는 농지를 일정하게 유지하려고 하는 제도적인 틀이 있는데, 우리는 공적인 개념은 없어지고 사유재산처럼 돼 버렸다. 또 하나는 직불제 논의 과정을 보니 농지와 관련해 이런 생각이 들었다. 쌀 공급량이 많아 공급과잉이 발생하니 휴경을 해도 직불금을 주자는 얘기가 나온다. 그 다음에는 비농업계에서 ‘왜 휴경하냐, 전용하면 되는데’ 이런 식의 얘기가 나올 수 있다. 우리 스스로 정책에서 농지를 유지하려고 하는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농업회의소 및 기타 현안

▲박=농업회의소는 피할 수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현장에서 요구들이 많다. 농업 부분을 대변할 수 있는 조직이 있는가 생각하면 그렇지 않다. 기존에 있는 상공회의소가 여러 문제 등이 있지만, 지역 지자체에서 현장 농업인 목소리 대변하는 조직으로 시도해 보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농민 단체들이 가진 태생적 한계, 정치적 한계 등을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에 이런 점을 보완한다는 점에서 농업회의소는 필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농민 스스로만의 농업회의소가 돼서는 안 되고, 학계 등이 참여하는 개방적인 형태의 농업회의소가 필요하다.

▲윤=저도 농업회의소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이었다. 하지만 은퇴 이후 강원도 양양의 작은 마을에 지내고 있는데, 그 곳에는 농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농민단체 자체가 없다. 그래서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강제적으로라도 관이 농민들이 합치된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주는 게 필요하다. 일부 시군단위에는 농업회의소가 필요하다. 다만 전국단위 농업회의소를 만드는 것은 반대다. 농협중앙회처럼 될까봐 걱정이다.

▲강=농업회의소에 대해 부정적이다. 우리가 유럽을 보고 자꾸 얘기하는데, 유럽과 한국은 문화가 다르다. 수많은 농민단체 있고 조직들이 얽히고설켜 있다. 농업회의소가 본래 취지대로 농민의 대의기구 역할을 해야 하는데, 우려되는 점은 지역 농업계 인사들의 자리싸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부분을 명확하지 않은 농업회의소는 추진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미세먼지와 관련해 농식품부가 시급히 대응해야 할 것은 전통적인 토양농업이 오해를 받아 자칫 농산물 소비가 감소될 여지가 잇다. 노지 또는 밭에서 크는 것들은 땅속에서 크기 때문에 미세먼지와 상관이 없다. 스마트팜 등이 우위에 서고 전통농업들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방향으로 국민 인식이 바뀔 여지가 있다.


‘농산물 가격·수급 안정’에 정책 집중 공감대

#농산물 가격·수급 및 농업 통계
품목별협의회·공공급식 활용
산지 농업법인 적극 육성을
농업·농촌 관련통계 손질 시급
농촌 일자리와 연계도 가능


매번 되풀이되고 있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하고 있는 농산물 가격 및 수급 불안 문제와 함께 현장 만족도가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농업 통계의 개편 문제도 이번 좌담회에서 중요하게 다뤄졌다. 

참석자들은 농업 정책의 우선 과제를 농산물 가격과 수급 안정으로 삼아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었다. 가격과 수급 문제는 생산과 유통, 소비의 전 분야에 걸쳐 있는 데다 정부의 정책도 집중되고 있는 만큼 농업 소득 향상, 농촌사회 유지를 위한 선결과제라는 인식이 컸다. 

윤석원 교수는 “쌀의 경우 변동직불금을 없애지 말고 변동직불금이 발동되지 않도록 가격안정장치가 필요하고, 채소류는 가격 폭락이 됐을 때 문제가 크기 때문에 품목별 협의회 등을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해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공공급식 쪽에 납품하는 방안도 가격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용 위원장은 직거래 개념 변화의 필요성을 얘기하면서 산지 농업법인의 육성을 주문했다. 그는 “농산물 최대 소비처가 대도시이고 수도권에 집중되는데, 로컬푸드는 지역적 한계가 분명하다”며 “소농 중심으로 가락시장에 출하하는 것은 유통과 중간 비용이 발생하는 부분 때문에 어려운 여건이다. 이 부분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주체가 산지 농업법인들이다. 색안경을 끼고 볼 것이 아니라 육성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농업 통계의 개편도 시급하다는 목소리다. 1999년부터 농경연 관측센터에서 관측 정보를 생산하고 있지만, 실효성에 의문을 가진 현장의 지적들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이를 개선하기 위해 농업계가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다. 

박준기 선임연구위원은 “농업계가 나서서 20년 동안의 통계 문제에 대해 연구를 해야 한다고 본다”며 “통계가 안 맞을 때만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부분이 어떻게 안 맞는지 통계청과 연구원, 농업계가 같이 심도 있는 얘기를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농업과 농촌 관련 통계들이 많은 곳에서 다양하게 나오고 있는데,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곳이 있어 이런 정보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방안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농업 통계의 관측 역량을 높이기 위해 농촌 일자리 창출과 연계하는 아이디어도 제시됐다. 김제열 수석부회장은 “통계의 정확도와 활용을 위해 농업 일자리가 필요한 부분도 있다”며 “마을 어르신들 대신 통계를 해주고, 농사는 짓지 않더라도 농업인이나 관계기관을 지원해 주는 형태의 일자리가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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