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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 미래를 그리다 <1>청년 축산인의 활약

[한국농어민신문 우정수 기자]

국내 농업 생산액의 42%를 담당하는 축산업은 정체된 농산업 분위기 속에서도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산업 규모의 확대와는 달리 각종 규제와 환경 문제 등으로 인해 축산 농가의 입지는 점차 좁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때문에 현대화된 시설과 깨끗한 환경을 바탕으로 축산업에서 자신들의 입지를 다져나가고 있는 젊은 축산인들의 활약이 어느 때보다 반가운 시기다. 한국농어민신문 창간 39주년을 맞아 본보와 같은 1980년생 청년 축산인을 만나 이들이 구상하고 만들어 가는 축산 현장을 들여다봤다.


●원광진 대광농장 대표
“마을과 함께 성장하는 양돈장 모델 만들고 싶어요”

23살, 갓 제대한 공대생
복학 대신 아버지 농장일 도전
축산 비전공 열등감 딛고
어느덧 경력 18년차 양돈인

각종 규제·민원 많아 힘들지만
다른 축종보다 수익 ‘안정적’
마을·지역사회와 연계한
농장 6차산업화 성공 포부

▲ 원광진 대광농장 대표는 지역 사회와 연계한 6차사업화를 목표로 양돈농장을 가꾸고 있다.

강원도 원주시에서 아버지, 형과 함께 양돈 농장을 운영하는 원광진 대광농장 대표. 원광진 대표도 본보와 같은 1980년에 태어난 동갑내기다. 어느덧 우리나라 나이로 마흔 살이 됐지만, 농촌 지역에서는 아직 어린 나이에 속한다. 그래도 워낙 이른 나이에 양돈업에 발을 들여놓은 터라 양돈 경력이 벌써 18년 차에 접어들었다. 어떤 매력이 원광진 대표를 양돈업으로 이끌었을까? 젊은 축산인 원광진 대표가 생각하는 양돈업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대광농장은 원주시 지정면 판대리의 산기슭에 자리 잡은 모돈 300마리 규모의 농장이다. 1980년부터 낙농업을 하던 원 대표의 부친이 양돈업까지 병행하다 양돈업으로 축종을 완전하게 전환한 후 원 대표가 농장을 물려받았다. 원광진 대표는 “군대에서 제대하고 복학을 고민하다 아버지의 권유로 양돈장 일을 시작하게 됐다”며 “양돈장 일을 해 보니 적성에 잘 맞는 것 같아 본격적으로 양돈업에 종사하기로 마음먹게 됐다”고 설명했다.

돼지 키우는 일을 직업으로 삼기로 마음먹고 농장으로 들어왔을 때 원광진 대표의 나이가 23살이었단다. 한참 친구들과 어울리고, 휴일에는 같이 놀고 싶을 나이에 시간을 대부분 농장에서 보냈다. 그리고는 25살에 후계농업경영인으로 선정되면서 그 시기에 농장도 부친으로부터 완전하게 승계를 받았다.

아버지가 항상 조력자 역할을 해 주고 계셨지만 원광진 대표가 마냥 편하게 농장 일을 했던 것은 아니다. 농장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이후 한동안 축산 전공자 출신이 아니라는 열등감이 원 대표 자신을 괴롭혔다. 원광진 대표는 군대에 가기 전까지 공대에 다니던 공대생이었다. 원광진 대표는 “농장에 들어오고 난 뒤부터 아버지 대신 생산자단체 참석 등 외부 활동도 하게 됐는데, 만나는 사람들이 대부분 농축산 관련 학과 출신이라 축산 분야에 대한 지식도 깊고, 인맥도 다양해 상대적으로 작아지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았다”며 “특히 돼지를 제대로 키우고 있는지 감이 잡히지 않는 날에는 그런 생각이 더 컸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농장의 허드렛일부터 시작해 전문적인 사육 기술을 익히는 동안 해외 양돈 선진국에 연수를 다녀오고, 각종 양돈 관련 모임에 참여하면서 원광진 대표도 전문 양돈인으로 자라 있었다. 그 사이 농장도 모돈 150두 규모에서 300두 규모의 농장으로 2배나 성장했다.

대광농장은 현재 분만사, 자돈사, 육성사 등 돈사 9개 동에서 3500여 마리의 돼지를 사육하고 있다. 농장은 2017년에 이미 미허가축사 적법화를 마무리 지었고, 축사 한 동 빼고는 모두 무창 돈사인 현대화 시설로 교체했다. 최근 대광농장의 생산 성적은 MSY(어미돼지 한 마리당 연간 새끼돼지 출하 마릿수) 21두 정도로, 원광진 대표가 농장에 들어왔던 초기 MSY 18두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 원 대표는 “지금도 잘 하는 양돈장에 비해서는 그리 좋은 성적은 아니지만, 시설 현대화와 올인-올 아웃 시행, 7~8년 전 HACCP 인증 취득 이후 도입한 전산 관리 시스템 등이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원광진 대표는 이렇게 키운 돼지를 군부대와 원주축협, 강원LPC 등에 납품하며, 이를 통해 한 해 1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원 대표는 양돈업의 장점으로 ‘안정성’을 꼽았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3월까지 돼지 가격 하락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그래도 다른 축종에 비해서는 안정적이란 게 원 대표의 설명이다. 원광진 대표는 “23살 때부터 양돈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는데도 뒤돌아보면 조금 더 빨리 시작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면서 “양돈업은 가축 사육의 회전율이 빠른 데다 자금도 빠르게 돌아 ‘사업’으로서의 매력도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양돈업의 특징 덕분에 양돈 분야에는 원 대표처럼 대를 이어 농장을 운영하는 후계 축산인이 비교적 많은 상황이다. 따라서 젊은 인력의 유입도 다른 농업 분야보다는 많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양돈을 비롯한 축산업은 초기 자본 부담이 큰 분야라 원광진 대표와 같이 부모님 등의 기반 없이는 신규 축산인의 진입이 어려운 것이 큰 한계라 할 수 있다.

원 대표도 비슷한 이야기를 꺼냈다. 원광진 대표는 “양돈업은 일정 부분 반드시 시설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에 초기 자금 부담에 신규 축산인들의 입문이 쉽지 않은 것이 단점”이라며 “여기에 각종 규제와 민원이 많아 한편으로는 직업으로 추천하기가 조금 망설여지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원 대표는 이어 “해외에선 정부가 후계자 없는 농장을 매입해 임대하는 방식으로 신규 축산인을 육성하고 있다”며 “우리도 그런 방향으로 축산업에 대한 문턱을 낮춰야 젊은 신규 인력 유입이 활성화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광진 대표는 농장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키기 위해 올해는 정화 방류시설을 구축하고 내년에는 스마트팜 시스템을 도입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장기적인 최종 목적지는 마을 및 지역과 연계한 농장의 6차산업화다. 마지막으로 원 대표는 “우리 농장을 지역 사회와 연계한 6차산업의 전초기지로 만들어 우리 농장으로 인해 마을 전체가 잘 살 수 있도록 해보고 싶다”며 “양돈장이 지역 사회에서 외면 받는 시설이 아니라 지역을 이끌어 가는 모델로 발전시키는 것이 목표”라는 말을 끝으로 아쉬운 만남을 마무리했다.


●하남현 거북이축산 대표
“닭이 깨는 새벽 1시, 저의 하루도 시작됩니다”

토목일 하시던 부친이 먼저 관심
10년 전 직장생활 접고 합류
성공-실패요인 꼼꼼히 기록하며
시행착오 끝 최적 사육조건 찾아

닭은 ‘환기’ 관리가 가장 중요
밀집사육 하지않는 게 원칙
농장 규모 늘리기보다는
건강하고 좋은 닭 생산이 목표

▲ 하남현 거북이축산 대표는 건강한 닭 생산에 노력하며 육계를 사육하는 청년 축산이다.

경상남도 합천군 용주면의 한적한 시골마을에 위치한 거북이축산. 거북이축산은 1980년생인 하남현 대표가 운영하고 있는 육계 농장이다. 31살 때인 2010년, 육계 사육을 시작하려던 아버지의 일을 도와주다 함께 농장 일에 뛰어든 것이 벌써 1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초보 축산인에서 어느덧 중견 축산인으로 성장한 하남현 대표를 만나 농장 운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하남현 대표는 대학에서 문헌정보학을 전공하고 부산에 있는 대학교에서 사회생활을 하던 직장인이었다. 그러다 토목 관련업에 종사하던 부친이 지인의 권유로 육계 농장을 준비하면서 함께 발을 들여 놓게 됐다. 때문에 아버지와 하 대표 모두 육계는 물론 축산업 자체에 대한 지식이 부족했던 터라 농장 운영 초기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그러나 실패를 거듭하던 거북이축산이 최적의 사육 환경을 만들어 안정화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1년이라는 상당히 짧은 기간에 적응을 끝낸 것. 다행히 농장을 설계할 때부터 축산물 HACCP을 염두에 둔 덕분에 무창 계사에, 날마다 사용한 물의 양과 온도까지 기록되는 현대식 시설을 갖춰 닭을 키우는 과정에서 시도했던 여러 가지 실험이 실패를 해도 이를 빨리 개선해 현장에 적용할 수 있었다. 하남현 대표는 “닭은 소와 같은 대 가축에 비해 출하까지 사육기간이 짧아 1년에 6~7회전을 하는데, 실패와 성공을 빠르게 파악하고, 이를 모두 기록에 남겨 새롭게 병아리가 들어오면 적용했다”고 전했다.

거북이축산은 현재 청솔의 계열농장으로, 3동의 계사(1만6500㎡)와 관리사, 잘 가꿔놓은 정원 등을 갖추고 있다. 이곳에서 9만5000수의 닭을 키우고 있는데, 지난 3월 19일 55회차 출하를 끝내 농장으로 찾아 간 날은 계사가 모두 비어있었다. 농장의 평균 생산지수는 350 수준으로, 한 때는 생산지수 400을 연이어 기록할 만큼 우수 농가로 평가받고 있다.

하남현 대표가 우수한 성적을 올리는 비결은 닭의 새벽관리와 환기에 있다. 하 대표는 “농장의 닭을 저녁 9시부터 새벽 1시까지 하루 4시간 동안 재우는 방식으로 기르는데, 닭이 새벽에 사료도 많이 먹고 영양제를 줘도 이 시간이 가장 효과적”이라며 “닭이 깨어나는 시간인 새벽 1시에는 무조건 농장에 나가 닭 상태를 살펴본다”고 설명했다.

하 대표는 새벽 외에도 아침 6시, 오후 2~4시 사이에 농장을 돌아본다. 이 때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이 농장 내부의 환기다. 하남현 대표는 “그동안의 경험으로 보면 닭을 키우는데 중요한 것 중 하나가 환기”라며 “때문에 계사에 갈 때 반팔 옷을 입고 들어가서 공기의 변화를 온 몸으로 느낀 후 환기 프로그램을 수정한다”고 밝혔다.

또 좋은 닭을 기르기 위해 밀집사육을 하지 않는 것도 하 대표가 정한 원칙으로, 이를 위해 거북이축산에선 계사의 최대 수용 범위인 10만수보다 적은 9만5000수를 사육하고 있다.

하남현 대표가 지금까지 농장을 운영하면서 느낀 육계 사육의 장점은 ‘안정적인 수익’이다. 시세 등락에 좌우되지 않아 다른 축종에 비해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단다. 하 대표는 “닭의 생물학적 특성부터 사육 기술, 관련 질병 및 약품, 농장 시설 보수에 필요한 전기 기술, 행정 지식까지 다방면으로 공부해야 할 것이 많아 생각보다 어렵고 힘들지만 산란계 농가 등 다른 분야보다는 안정적인 소득을 올릴 수 있다”며 “우리 농장의 경우 연 평균 2억원 가량의 순수익을 기록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장주의 노력 여부에 따라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이 뒷받침 되는 분야인 만큼 축산업 또는 닭에 관심 있는 젊은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직업이지만 쉽게 입이 떨어지지는 않는다. 농장 부지와 시설 등을 갖추는데 들어가는 초기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 만약 아버지가 먼저 시작하지 않았다면 하남현 대표에게도 육계 농장 운영은 생각할 수 없었던 일이었다. 하 대표는 “아버지가 토목 일을 하셨기 때문에 비슷한 규모의 다른 농장 보다 초기 비용을 많이 절감했는데도 시설을 갖추는데 10억원 정도가 들어갔다”며 “지금 이 정도 농장을 시작하려면 20억 이상 필요할 것”이라고 안타까운 마음을 나타냈다. 이어 “출산·육아 문제 해결 등 젊은 사람들에게 필요한 기반 하나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농촌지역 상황에서 젊은 인력을 축산업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자금·시설에 대한 대대적인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며 “그렇지 않고서는 그나마 후계 축산인들이 버티고 있는 축산업마저 젊은 인력을 잃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마지막으로 하남현 대표는 육계 농장을 운영하는 축산인으로서의 포부에 대해 이야기 했다. 농장 규모를 확대해 수익을 올리는 것 보다는 건강하고 튼튼한 닭을 키우는 것이 하 대표의 최종 목표다. 하남현 대표는 “우리 농장에서 키운 닭을 나를 포함한 친구·가족들이 먹고, 특히 친환경 닭은 학교 급식을 통해 아이들이 먹게 되기 때문에 건강한 닭을 생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며 “건강하고 좋은 닭을 생산하면 농장 성적과 수익은 자연스럽게 높아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정수 기자 wooj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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