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서상현 기자]

정부의 핵심경제정책인 소득주도 성장에 부합하려면 2017년 기준 3823만9000원에 머물러 있는 농가소득을 대폭 늘려야한다. 그 방법 중 하나가 새로운 영농기술을 접목해 농업생산성을 대폭 높이는 것인데, 농가입장에서 쉽게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몫 돈을 들여 새로운 기술을 도입했다가 자칫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이에 농촌진흥청이 신기술 보급에 앞서 전문적인 경제성분석을 강화하고 있다. 농가에 조금이라도 득이 되는 기술을 보급하자는 취지다. 뛰어난 경제성으로 보급 확대가 기대되는 신기술 4개를 전한다.


#경제성에 주목하는 이유는?

자칫하다 농가 경영위기 우려
투자대비 이익구조 잘 따져야


농업현장에서 파급효과와 활용도가 높은 기술부터 보급해 농가의 생산성 향상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농촌진흥청이 실시하는 농산물소득조사를 분석해보면 농업생산성은 농업소득 격차의 주요한 요인이다. 단위당 농업소득 상위 20%와 하위 20% 농가를 비교했을 때, 시설채소는 수량차이 1.8배, 소득차이 5.5배이고, 식량작물은 수량차이 1.6배에 소득차이는 7.7배나 난다. 같은 작목을 재배하더라도 생산량보다 소득의 차이가 더 크다. 이런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술혁신과 경영능력 제고 등을 통해 농업생산성을 높여줘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새로운 기술 도입 없이 소득만 바랄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비용을 들여 기술혁신이나 시설구축에 나섰다가 가격이 떨어지거나 생산이 과잉되면 농가의 경영위기로 이어진다. 경제성분석이 필요한 이유다. 채용우 농촌진흥청 농산업경영과 농업연구사는 “농가가 새로운 영농기술을 도입할 때는 생산비 절감, 생산량 증가와 같이 이익인 부분과 투자비용 증가 등 손실인 부분을 잘 따져봐야 한다”면서 “농진청이 신기술 시범사업에 앞서 경제성분석을 실시하는 것도 농가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기술을 확대하기 위해서다”고 전한다. 국가차원의 농업R&D(연구개발)를 통해 개발된 기술과 현장과의 괴리감을 줄이고, 현장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시범사업에 앞서 전문적인 경제성 분석을 실시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농진청은 2018년부터 시범사업 후보기술의 현장실증 농가를 대상으로 경제성분석을 실시하고 있다. 새로운 기술이 농가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되고, 소득창출에 기여할 수 있는지를 먼저 따져보는 것이다. 다만, 시범사업 후보기술에 대한 전문적인 경제성분석이 연간 10여건에 머물러 있어 관련예산이나 인력확충 등 풀어야할 과제도 있다.


|경제성이 돋보이는 신기술 4선
 

▲ 채용우 농업연구사가 인삼농가를 만나 현장조사를 하고 있다.

#인삼밭 '터널형 신형해가림 시설'
병해 발생 줄고 물 공급 안정


▲10a당 연간 100만원 이득=인삼밭 ‘터널형 신형해가림 시설’의 효과다. 2019년 2월, 현장실증 농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경제성분석에서 6년근 1기작을 기준으로 광복형(3.6m) 해가림시설은 649만5000원/10a, 단동형(1.8m)은 642만6000원의 소득증가가 예상됐다.

경제성을 분석한 채용우 농업연구사는 “인삼재배농가들은 대부분 목재를 이용하고 있어 재활용도가 낮고, 폭설이나 태풍 등 자연재해에도 취약하다”면서 “이 기술은 쉽게 말해 하우스재배처럼 인삼밭에 철제 해가림시설을 하는 것인데, 초기투자비는 많지만 장기적으로 농가에 이익이다”고 기대했다. 비·해가림 시설을 도입할 경우 병해발생이 낮아지고, 물 공급의 안정화로 수확량은 증가하며, 시설재활용률을 높여 장기적으로 비용이 절감되고 소득이 증가된다는 것이다. 강원도 횡성의 터널형 해가림시설 농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경제성 분석에서는 6년근 기준 수량이 3.5㎏에서 3.78㎏으로 늘고, 농약비는 1작기에 15회에서 10회로 줄었다. 또 시설재활용(3작기, 18년)에 따라 영농시설비도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기술을 도입하면 파이프 교체, 점적관수 시설비, 신형차광망 교체, 수확인건비 등 비용이 증가돼 335만5576원의 손실요인이 있다. 그러나 매출액 증가와 농약비 등 감소 등 이익요인이 978만2106원이라서 결과적으로는 642만6530원 이익이다.
 

▲ 축사 공기정화시설을 도입한 충남 논산의 산란계농장

#산란계 ‘축사 공기정화 시설’ 
공기 정화·온도 조절…폐사 뚝


▲폐사율 줄여 1마리당 510원 이익=산란계에 ‘축사 공기정화 시설’을 설치한 경제적 효과다. 채용우 농업연구사는 2019년 2월, 충남 논산에 위치한 ‘축사 공기정화 질병예방 기술보급’ 실증농가를 찾아 ‘축사 공기정화 시설’에 대한 경제성을 분석했다. 이곳 농장은 산란계 3만8000수를 사육하는데, 2018년 9000수를 사육한 1곳의 계사에서 실증했다. 조사결과, 계사 내 공기정화처리 및 온도조절로 폐사율이 크게 줄어들었다. 산란계 관행사육 시 여름철 폐사율이 8.3%인데, 실증농가는 2.2%로 6.1%나 줄었다. 또, 폐사율을 낮춤으로써 9월 이후 7개월 동안 계란생산 증가, 판매수익 증가 등 수익이 늘었다. 계사청소 시 소독작업을 생략해 소독비도 절감했다. 반면, 폐사율 감소에 따라 사료비는 늘고, 계란 판매비용 및 채란을 위한 인건비가 늘었으며, 시설투자, 필터, 전기세 등 비용은 증가했다. 분석결과, 이익요인은 9000수 기준 2628만6829원이었고, 손실요인은 2168만8431원이었으며, 손익을 따지면 459만8398원(511원/수)이 이익인 것으로 분석됐다. 실증사업에 참가한 농가는 “계사 내 쾌적한 사육환경 유지로 폐사율을 낮추므로 농가보급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 과채류 에너지절감 패키지 기술(근권·국부 냉난방)을 도입한 충북 괴산의 토마토농장

#과채류 에너지절감 패키지 기술
여름철 냉방으로 작기 늘려


▲과채류 10a당 200만원 수익 증가=‘과채류 에너지절감 패키지 기술’을 적용해 여름철 냉방을 통해 작기를 늘린 농가사례다. 실증기술에 만족해 자부담 50%를 적용하더라도 확대 도입할 의향이 있다는 게 시범사업 참여농가의 반응이다. 과채류 시설재배 시 생산비의 상당부분이 냉·난방비용이다. 경제성분석은 2018년 2월, 충북 괴산의 현장실증 농가에서 진행됐다. 이 농가는 1만1880㎡(3600평) 규모의 하우스에서 양액재배를 통해 토마토를 생산하고 있으며, 3300㎡(1000평) 규모에 근권·국부 냉난방설비를 했다. ‘과채류 에너지 절감 패키지 기술’을 적용한 결과, 고온기 생산이 가능해 수량이 증가했다. 기존에 놀렸던 여름철에 시설억제재배로 작기가 추가되면서 토마토 생산량이 10a당 4538㎏에서 8319㎏으로 늘었고, 수입도 증가한 것이다. 또한 전기를 사용하면서 기존 경유난방비와 비교해 에너지 비용도 절감하는 등 기술투입에 따른 이익요인은 1기작, 10a를 기준으로 1443만1065원이었다. 반면 냉·난방 시설투자비(냉난방기, 알루미늄커튼 등), 광열비(전기), 인건비(정식·유인·수확 등) 등이 늘면서 손실요인은 같은 기준으로 1233만1961원이었다. 이익과 손실을 감안하면 1기작에 10a당 209만9104원의 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됐다.
 

▲ 전북 김제의 농가에 설치된 ICT기반 밭작물 지중점적관개시스템

#밭작물 지중점적관개시스템
센서로 수분상태 감지 척척


▲밭작물 10a당 65만원 소득 증가=시설원예에 보편화돼 있는 ICT(정보통신기술)기반 지중점적관개시스템을 콩과 보리를 재배하는 노지에 적용한 결과다. 기후변화로 노지 밭작물에 물이 가장 필요한 8월의 강우량이 30년 평균 강우량을 밑돌고 있다. 또한 농촌의 인력부족을 감안하면 노지 밭작물의 안정적 생산을 위해 농업용수를 절감하는 자동화된 관개시스템의 보급이 필요하다. 이에 농진청은 전북 김제에서 보리와 콩을 2기작으로 재배하는 농가에 ‘ICT기반 밭작물 지중점적관개시스템’을 보급하고 실증시험을 진행했다. 지중점적관개시스템이 설치된 면적은 7920㎡(2400평). 2018년 2월 진행한 경제성분석에서는 밭에 설치된 센서가 수분상태를 감지해 물 공급을 안정화시켜 전작인 콩, 후작인 보리 모두 수량이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실증농가는 콩과 보리를 관행포장 및 점적포장에서 모두 재배해 동일년도의 수확량을 비교했기 때문에 기후변화 등의 영향은 제거하고 경제성을 분석했다는 설명이다. 이 결과, 수확량 증가로 10a당 136만8000원의 이익이 증가했고, 시설투자, 관정개발 등으로 71만6000원의 손실요소가 있었다. 따라서 65만1831원의 농가소득 증가가 예상됐다. 채용우 농업연구사는 “농가가 실증기술에 만족하면서 노지양액재배까지 시도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전하고, 원활한 신기술 수용을 위해 콩 재배기술 선진농가에 우선 보급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줬다”고 설명했다.


“농가에 도움 되고 돈 되는 기술 확대 노력”
우수곤 농촌진흥청 농산업경영과장

농진청에서 개발한 기술에 대한 시범사업이 실패하면 농가도 큰 손해를 보게 된다. 그래서 2018년부터 농산업경영과에서 경제성분석을 하고 있다. 농가에 도움 되는 기술, 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 기술부터 현장에 확대시키기 위해서다. 농진청에서 1년에 생산되는 영농활용기술이 1600여건인데 경제성분석을 다할 수는 없고, 실질적으로 농가 직접 들어가는 기술, 시범사업이 될 만한 기술이 대상이다. 농업R&D의 경우 연구자들이 자체적인 경제성분석을 하지만, 신기술 시범사업으로 보급되는 것은 좀 더 세밀한 분석이 필요해 전문가들이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농진청R&D에 대한 기술가치분석을 하면서 경제성분석에 대한 노하우를 축적해왔고, 이것이 신기술 보급사업에 대한 경제성분석으로 이어진 것이다. 특히, 신기술 시범사업의 경우 연구결과와 농가실증결과가 우수했고, 기술이 안정화됐기 때문에 현장보급이 필요하다고 선정한 기술이다. 여기에 경제성분석까지 뒷받침되면 농가입장에서 돈이 되는 기술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데 도움이 된다.

농산물소득조사를 분석해보면 무조건 저비용이 투입된다고 수익성이 높은 것은 아니다. 생산비를 줄이면서 생산량을 늘리는 방법도 있고, 고비용을 투입해서 고부가가치를 올리는 방법도 있다. 어떤 방식으로 경영해나갈 것인지는 농가가 보유한 기술력으로 판단해야 하지만, 새로운 기술의 도입 없이 소득만을 바랄 수는 없다. 기술력이 곧 생산량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평균이상의 생산기술은 갖춰야한다. 또한, 아무리 경제성이 있는 기술이라도 처음부터 전면적으로 도입하는 것은 위험하다. 신품종이나 기술을 도입할 때는 시범재배를 하면서 기술을 익히고, 시장상황 등을 감안하면서 확대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경제성분석이 확립되면 특정기술을 활용해 생산량을 높이거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정보 등을 농가에 제공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서상현 기자 seosh@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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