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작물 재해보험료 논란 ‘눈덩이’

[한국농어민신문 조성제 기자]

▲ 농작물 재해보험에 대한 국비지원이 올해부터 차등 적용돼 농가들의 보험료 부담이 늘어났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보험금 수령 없거나 적은 농가
‘혜택’ 준다며 자부담률 낮추더니  
보험료 국비 보조도 같이 줄여
자부담률 10%로 바꾼 김명섭 씨
실제 보험료 20% 가량 올라  

NH농협손보 보험금 지급액
지난해 5800억…‘전년의 두배’ 
"지급 규모 줄이려는 것" 지적 


지난달 하순 NH농협손해보험이 정부가 매년 국비 보조를 통해 지원하는 농작물 재해보험의 올해 가입신청을 마감하면서 일선 농업현장에서 보험료 부담이 크게 늘어났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본보 2019년 4월 5일자 1면> 국비지원율을 자기부담비율에 따라 차등 적용했기 때문인데, 농가들은 NH농협손해보험과 농식품부가 매년 큰 폭으로 늘어나는 농작물 재해보험금 지급규모를 줄이려고 자기부담비율을 높이려는 의도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을 보낸다. 

▲무엇이 문제인가=지난해 봄 판매된 사과 등에 대한 특정위험상품의 경우 국비지원을 자기부담비율과 무관하게 일률적으로 보험료의 50%를 지원했다. 하지만 올해 판매된 ‘적과전종합Ⅱ’ 상품은 사과·배·단감·떪은감 4개 품목에 대해 수년간 보험금 수령이력이 없거나 수령한 보험금이 일정비율 이하인 가입농가에게는 향후 보험금 수령 시 기초공제하는 자기부담비율을 10%나 15%로 낮게 설정할 수 있는 혜택을 주는 동시에, 보험료 국비지원 비율을 지난해 50%에서 올해 40% 낮춰 지원하기로 방침을 변경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자기부담비율을 10·15%처럼 낮게 설정할 수 있는 농가들은 수년간 보험금 수령이력이 없거나 일정 수준 이하로 보험금을 받은 이른바 우량보험가입 농가들이다. 

이는 NH농협손해보험과 농식품부가 매년 큰 폭으로 늘어나는 농작물 재해보험금 지급규모를 줄이려는 의도라는 게 농가들 시선이다. 보험금 수령 시 20%나 30%의 높은 자기부담비율을 설정한 농가에 대해서만 50%와 60%의 국비지원을 하는 방식으로, 피해 발생 시 농가들의 자기부담금을 높이는 쪽으로 유도하기 위함이라는 지적인 것이다. 

실제 NH농협손해보험에 따르면 지난해 자연재해로 인한 농작물 피해로 약 5800억원의 보험금이 지급됐으며, 이는 2017년에 지급된 약 2800억원의 두 배가 넘는 수치로 농작물재해보험 판매를 시작한 이후 최대 액수다. 

▲부담은 농가에게=경북도는 올해 56억여원의 지방비를 추가로 확보해 농작물재해 보험료의 지방비(도비 및 시·군비) 지원을 지난해 30%에서 올해 35%로 늘려 지원하키로 했다. 하지만 올해 자기부담율을 10·15%로 설정한 농가들은 국비지원율 줄면서 보험료가 오히려 늘었다. 

경북 청송군 현서면에서 사과농사를 짓는 김명섭(59)씨는 지난해 보험료의 50%를 지원받았던 국비 보조가 올해 40%로 줄면서 약 20% 가량의 보험료 상승요인이 발생했다. 

그는 “보험금 수령이력이 미비해 10% 자기부담비율을 설정할 수 있는 우량보험가입 농가에 대해서 보험료 국비지원 비율을 오히려 낮춰 역차별 하는 일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국비 차등지원 방침으로 억울하게 보험료가 늘어난 농가납부 보험료를 즉각 환원하고 향후 이 같은 역차별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처럼 보험료 상승이 부담돼 울며 겨자 먹기로 자기부담비율을 높이는 농가도 많다. 

청송군 부남면에서 사과농사를 짓는 김주환(42)씨는 “올해 10% 자기부담비율을 설정할 경우 납부해야 할 보험료가 지난해 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사과에 가입한 농작물재해보험 상품을 전부 20% 자기부담비율 설정상품으로 변경했다”며 “이로 인해 올해 재해가 발생할 경우 지급받는 보험금이 자부담을 제하고 나면 대폭 줄어들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자부담과 자연재해 관계 없다=이에 대해 다수 보험 전문가들은 “보험회사들이 기초공제인 자기부담비율을 높이는 이유는 가입자가 가입 후 보험금을 과다 청구하는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한 취지”라며 “농작물재해보험의 기초공제를 높인다고 자연재해 발생을 줄일 수 있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국비차등 지원을 통해 자기부담비율이 높은 상품의 가입을 유도하는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오재협 농식품부 담당 사무관은 “사과 등은 지난해에는 보험료를 50% 국비 지원하는 특정위험상품과 40~60% 차등 국비지원을 하는 적과전 종합상품 2종이 판매됐다”며 “지난해 예상치 못한 재해가 많이 발생해 올해부터 보장재해를 넓히는 취지로 개편한 ‘적과전종합Ⅱ’ 단일화 상품을 판매하면서 국비지원도 40~60%로 차등 지원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오 사무관은 “사과의 경우 지난해 3월 판매된 특정위험상품 보다 올해 판매된 ‘적과전종합Ⅱ’에 대한 국비지원 총액은 다소 늘어날 전망이다”며 “다만 올해 판매된 ‘적과전종합Ⅱ’는 보장 폭이 넓어진 반면, 경우에 따라 상품 내용은 지난해와 유사한데 국비 차등지원으로 농가의 보험료 자부담이 늘어나는 상황이 발생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경북종합=조성제 기자 ch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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