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20kg 상품 1만원 중반대서
지난달 말 시세 반등 시작
‘수요처 달라 가격영향 없다’
그동안 수입당근 분석 무색

국산 세척당근 경쟁력 높여
식자재·외식업체 공략 필요


‘수입 당근 물량 증가는 국산 당근 가격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수입 당근이 국산보다 원료 조달이 안정적이다’ 등 그동안 국산 당근업계를 옥죄고 있던 분석이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검역당국에 의해 일부 중국산 당근 수입이 금지되자 그동안의 분석과는 다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의 당근 동향=서울 가락시장에서 지난달 1~20일 당근 20kg 상품 평균 도매가격은 1만6809원이었다. 지난달 중순까지 1만원 중반대에 당근 가격이 이어지다 26일 2만2103원, 28일 2만5889원 등 시세가 반등했고, 이달 들어서도 1일 2만5625원, 5일 2만3268원 등 2만원을 넘어서고 있다. 여전히 평년 4월 당근 평균 도매가격인 2만5691원과 비교해선 비슷하거나 조금 낮은 가격대지만 그나마 시세가 반등할 수 있었던 건 중국 푸젠성(福建省) 당근 수입이 금지됐기 때문으로 시장에선 분석하고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지난달 18일부로 중국 푸젠성 당근 등에 대한 수입 제한(금지) 조치를 취했다. 푸젠성에서 수입된 칼라데아묘에서 식물방역법상 금지 해충인 바나나뿌리썩이선충이 검출돼 당근 등 기주식물에 대한 수입 제한 조치를 내린 것이다.

이를 놓고 한 경제지에서 ‘중국 당근 수입 전면금지로 단체급식과 외식업계가 비상이 걸렸고 국산 당근 가격은 높아졌다’는 식의 보도를 내놓자, 농림축산식품부는 바로 ‘푸젠성산 당근 수입 금지 조치에 따른 국내 당근 수급 영향은 5월 한 달 이내로 단기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고 해명했다.

▲수입 당근이 국산 당근 가격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아이러니하게도 수입 당근을 놓고 벌어진 이 씁쓸한 공방은 그동안 국산 당근 농가의 울분을 토하게 했던 수입 당근 분석이 잘못됐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2년 전 가락시장에선 수입 당근의 비상장 품목 전환 움직임이 있었고, 당시 국산 당근업계는 수입 당근 물량이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하며 이를 반대했다. 하지만 비상장 품목 전환을 주도한 측에선 이에 대한 근거로 ‘수요처가 달라 수입 당근 물량과 국산 당근 가격의 상관관계가 없다’는 점을 내세웠다. 당시 이 분석은 농업관측 기관에서도 나왔던 내용이다. 그러나 아직 평년 수준을 넘어서지는 못했지만 푸젠성 당근 수입 금지 이후 시세가 반등했고, 농식품부에서도 단기간이라고 전제했지만 국내 당근 수급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했듯 수입 당근과 국산 당근 가격은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수입 당근이 원료 조달에 안정적이다?=푸젠성 당근 수입 제한조치는 외식업계 등에서 보는 ‘중국산 당근이 국산보다 원료 조달이 안정적이다’라는 분석과도 방향을 달리한다. 이번 푸젠성 당근 사례처럼 언제든 당근 수입이 중단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수입 당근이 국산 당근보다 가격이 아주 낮은 것도 아니다. 실제 3월 1~20일 가락시장에서 수입 당근 평균 도매가격은 10kg 상품에 7035원이었다. 20kg으로 환산하면 1만4070원으로 이 기간 국산 당근 가격대와 비교해 별 차이가 나지 않는다.

당근 농가인 고광덕 제주당근연합회 사무국장은 “‘수입 당근 물량이 국산 당근 가격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논리는 ‘식자재·외식업체들은 영원히 수입산만 써야 한다’는 논리가 성립돼야 가능하다. 당연히 수입 당근 물량이 국산 당근 가격에 영향을 크게 미친다”며 “수입 물량이 원료 조달에 안정적이라는 것도 이번 푸젠성 당근 사례에서 보듯 언제든 아닐 수 있다는 것으로 판명됐다”고 밝혔다. 그는 “국산 당근 산업을 옥죄는 이런 논리들은 폐기돼야 한다”며 “다만 우리도 산지는 물론 정부, 농협 등이 함께 식자재·외식업체에서도 국산 당근을 선호할 수 있도록 국산 세척 당근 경쟁력 강화 등 준비를 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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