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농정 정책
‘직거래-나락 유통-토종쌀 복원’··· 우리쌀 지키기 해법 ‘3인3색’농경연ㆍ경기농업기술원 '농촌산업 활성화 현장포럼'

[한국농어민신문 김선아 기자]

▲ 한국농촌경제연구원과 경기도농업기술원이 지난달 29일 연천의 새둥지마을에서 개최한 ‘농촌산업 활성화 현장포럼’. 백학쌀닷컴의 김탁순 대표가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쌀산업이 위기다. 공급 과잉 구조가 좀처럼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탓이다.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이 해마다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는 가운데, 매년 40만8700톤씩 들어오는 수입쌀도 큰 부담이다. 쌀 생산량 조절을 위해 정부가 지난해부터 벼 재배면적 감축에 나서고 있지만 올해도 목표 달성은 쉽지 않아 보인다.

꼬인 실타래를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지, 해법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과 경기도농업기술원은 지난달 29일 연천의 새둥지마을에서 ‘농촌산업 활성화 현장포럼’을 열고, 경기 쌀 산업 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사례발표에 나선 △백학쌀닷컴 김탁순 대표 △한섬 이재만 대표 △우보농장 이근이 대표 등은 3인3색의 해법을 내놨다.



김탁순 백학쌀닷컴 대표
'볍씨에서 밥알까지'를 모토로
생산·가공·판매 등 전 공정 운영
밥맛 갖춘 ‘직거래’가 농업 살려 


이재만 한섬 대표
가정 등 ‘즉석 도정기’ 보급으로
영양 많은 현미 직접 도정 가능
‘나락 유통’ 틈새 시장 노려볼만

이근이 우보농장 대표
‘토종쌀 자급자족’ 펀딩 통해
도시민과 벼 수확 등 체험 진행
쌀의 가치·소비자와 소통 고민


▲내가 생산한 쌀은 내가 판다=백학쌀닷컴의 김탁순 대표는 “농가는 생산만 하고 판매는 농협이나 민간 RPC에 넘기는 방식으로는 쌀농가가 살아남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그가 ‘볍씨에서 밥알까지’를 모토로 생산에서부터 수확, 저장, 가공, 판매까지 쌀농업의 전 공정을 직접 운영하고 있는 이유다.

김 대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쌀산업은 우루과이라운드(UR) 이후 RPC 시스템으로 가면서 혼합 저가미 유통구조가 고착화됐다. 당시 정부는 농가는 생산만 하면 수확·건조·판매까지 RPC가 다 책임지겠다고 했지만, 수매가격이 해마다 내려가기 시작하자 판매와 멀어진 농가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됐다는 것. 

그는 스스로 판로 개척을 결심하고 2000년대 초반부터 온라인 카페, 블로그 등을 운영, 도시민들과 소통하면서 온라인 직거래 규모를 늘려갔다. 이를 위해 친환경 육묘장을 갖추고 수확·건조시설은 물론 해쌀 팜토리(Farm & Factory)라는 이름의 복합곡물가공센터도 구축했다. 현재 그는 인근 지역 농민들의 벼까지 수매, 해마다 700여톤의 쌀을 직거래로 판매 중이다.

판매에 있어 제일 중요한 것은 ‘밥맛’. 김 대표는 많은 농민들이 소득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이 생산량 증가밖에 없다보니 수량을 늘리기 위해 비료를 많이 주는데, 이렇게 해서는 밥맛 유지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저투입 친환경 우렁이농법을 실천하고, 경기도농업기술원이 육성한 신품종 ‘참드림’을 주력 품종으로 생산, ‘밥맛이 좋다’는 소비자들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가정용 즉석도정 벼(나락) 상품부터 선물용 소포장쌀과 페트쌀, 쌀눈과 미강층이 살아 있는 5분도미 진공 포장쌀까지 다양한 상품을 출시하는 것도 소비자 기호에 맞추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그는 “직거래 시스템을 통해 농민과 소비자 사이의 연결고리를 만드는 것이 우리 농업을 살리는 길”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나락 유통이 답이다=이재만 한섬 대표는 ‘나락 유통’에 답이 있다고 주장했다. 영양학적으로‘백미’보다는 쌀눈과 미강층이 살아 있는 현미식이 우수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현미식 인구는 아직도 미미한 수준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식당에서 백미 식만 팔고 있다. 

이 대표는 “현미를 주식으로 하게 되면 고혈압이나 당뇨, 고지혈증 같은 생활습관병을 고칠 수 있다”며 “쌀의 영양학적 가치에 대한 홍보를 지속적으로 확대하면서 소비자가 저분도 현미를 직접 도정해 먹을 수 있도록 나락 유통과 함께 가정용·업소용 즉석 도정기 보급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경기도는 소비자시민모임 경기지회와 협약을 맺고 소비자 50명에 가정용 즉석도정기를 대여, 즉석 도정한 쌀에 대한 선호도 및 건강증진 효과를 조사 중이다. 

소비자시민모임 신희원 경기지회장은 “경기농업기술원의 제안을 받고 현재 즉석 도정기 모니터링에 참여하고 있는데, 도정기 사용의 불편을 감수하고 먹을 만큼 밥맛이 너무 좋다”며 “지금보다 도정기 성능이 개선되고 A/S가 잘 이뤄진다면 나락 유통이 틈새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새로운 쌀 유통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정구현 경기도농업기술원 소득자원연구소 소장은 “즉석 도정쌀의 신선도나 밥맛에 대한 소비자들의 호응도는 매우 높다”면서 “저분도미 시장이 백미 유통을 대체하지는 못하겠지만 즉석도정기 성능을 개선해 쌀밥집 등 고급식당을 타깃으로 공략한다면 우리 쌀 소비를 충분히 확대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도시민과 함께하는 토종쌀 자급자족=우보농장 이근이 대표는 5평 텃밭에서 시작, 지금은 4500평 논에서 150여종의 토종벼를 키우고 있는 도시농부다. 지난해 경기도에서 추진하고 있는 공유농업의 일환으로 자신의 논 1000평을 도시민과 공유, 논농사를 체험하는 ‘토종쌀 자급자족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농사펀드 플랫폼을 통해 펀딩을 진행, 참여한 도시민들은 △토종쌀 테이스팅 및 모판 만들기 △손모내기 △볏짚공예와 허수아비 만들기 △토종벼 수확 등 4회의 체험행사를 통해 새로운 농사공동체를 경험하고, 쌀겨&우렁이 농법으로 재배한 토종쌀을 나누면서 쌀의 소중함을 배웠다. 

이 대표는 “도시민들에게 땅은 어떻게 살리는지, 논생물은 얼마나 다양한지, 유기농법은 무엇이고 토종쌀의 가치는 무엇인지에 대해 설명하면 의외로 굉장히 관심 있어 한다”면서 “쌀이 지금과는 다른 방식으로 소비될 수 있도록 이제는 소비자와 어떤 방식으로 만나고 어떻게 소통할 것인지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쌀 산업과 공유농업의 접목=경기도 농업정책과의 한태희 신성장농업팀 팀장은 “우리 농업에 애정을 갖고 있는 소비자와 낮은 소득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농을 연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경기도는 지난해부터 공유농업을 추진 중”이라면서 “생산자와 소비자를 잇는 플랫폼을 만들고, 이 플랫폼을 통해 농업·농촌자원을 공유하면서 지속가능한 발전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지난해부터 20개 정도의 모형을 발굴해 진행 중인데 김탁순 대표나 이근이 대표 같은 공유농업 활동가들을 적극 양성하는 게 큰 숙제”라고 말했다.

김태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시니어이코노미스트는 “현재 평당 쌀 소득이 2000원 정도에 불과, 3000평을 해도 연간 소득이 600만원 밖에 안되는 상황”이라며 “마을단위 분업과 협력체계 등을 통해 생산비를 대폭 줄이면서, 소비자와 연계하는 공유농업의 실천이 쌀산업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김용렬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미래정책연구실장은 “규모화된 농가가 갈 수 있는 전략과 소농의 전략이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제한 뒤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 쌀 과잉 구조를 해결하고 쌀산업의 부가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방안들을 정책적으로 더 연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선아 기자 kimsa@agrinet.co.kr

 

‘참드림’ 품종, 정부 보급종 지정 서둘러야

이날 포럼에선 수량이 많다는 이유로 '참드림' 품종이 정부 보급종에서 제외되고 있는 데 대한 불만이 쏟아졌다.

경기도농업기술원이 2014년 육성한 ‘참드림’은 중만생종으로 병해충 저항성이 강하고 밥맛이 우수해 농민들은 물론 소비자들이 선호도가 높은 품종이다. 이에 경기농기원이 농식품부와 국립종자원에 지속적으로 정부 보급종 지정을 건의하고 있지만, 쌀 적정생산을 이유로 보급종 생산에서 배제되고 있는 것. 정부는 10a(약 300평)당 쌀 수량이 570㎏ 이상인 다수성 벼 품종을 정부 보급종에서 제외하고 있다.

김탁순 대표는 “추청이든, 고시히카리든, 하이아미 등 어느 품종이나 한 번씩은 소비자 클레임이 있었지만, 참드림의 경우 아직까지 맛이 없어서 문제가 된 적이 한 번도 없다”며 “소비자가 선호하는 고품질의 맛있는 쌀을 개발했는데, 수량만을 이유로 보급종 지정을 막는 것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경기도농업기술원 작물연구과 작물육종팀 장정희 농업연구사는 “지난 2014년 참드림 품종 개발을 완료했는데, 2012년부터 3년간 4개소에서 수행한 평균 쌀 수량이 590kg이 나와 정부 기준치를 넘겼다”면서 “공교롭게도 2013년, 2014년은 전국적으로 대풍을 기록했던 때로 수량이 고평가된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행스러운 것은 최근 일본 유래품종을 국내 품종으로 대체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점. 장 연구사는 “경기미의 70% 정도가 고시히카리와 추청벼(아키바레) 등 일본 유래품종”이라면서 “소비자들로부터 밥맛을 인정받고 있는 참드림 품종이 정부 보급종으로 하루빨리 선정돼 경기미를 대표할 토종유래 품종으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선아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