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조영규 기자]

대동공업이 대리점주와 ‘상생’을 위해 지난해부터 시행 중인 ‘우수대리점 인증마크 현판식’. 해마다 대리점총회에서 판매부문과 서비스부문의 최우수대리점과 우수대리점을 꼽았는데, 대리점주의 자긍심을 높이자는 공감대에서 행사를 시작, 올해로 2회째를 맞은 현판식의 주인공은 전북 남원대리점(판매부문 전국 최우수대리점)과 전남 함평대리점(서비스부문 전국 최우수대리점)이다. 이들은 찬바람이 불고 있는 농기계 시장에서 어떻게 훈풍을 만들어내고 있을까. 전국 150개 대리점 중에 판매부문과 서비스부문에서 각각 맨 위에 이름을 올린 대리점을 직접 찾았다.


|‘판매부문’ 남원대리점 박현미 대표
"1000원 부품 구매도 꼼꼼히 기록
‘데이터베이스’ 구축이 판매 비결"


판매보다 사람이 먼저 원칙으로
‘사랑방’ 찾은 고객 소리에 집중
여성 대리점주 최초 ‘판매 최우수’
적절한 시기에 맞춰 고객 만나
원하는 상품 정확하게 권해줘

전북 남원대리점의 박현미 대표는 남원대리점을 ‘사랑방’이라고 표현했다. 수시로 수많은 사람들이 편안하게 쉬었다 갈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에서다. 이 사랑방에서 박 대표는 ‘상담사’ 역할을 하고 있다. 때론 여동생처럼 때론 며느리처럼 때론 딸처럼 사랑방에 들른 고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온 박현미 대표. ‘판매’보단 ‘사람’이 먼저여야 한다는 자신만의 원칙을 지켜온 것으로, 유리천장을 깰 수 있었던 힘이기도 하다. 대동공업에서 판매부문 최우수대리점 수상은 여성 대리점주로는 박 대표가 처음이다.

“2006년부터 남편과 함께 대리점을 운영하다 2008년 이후 혼자 대리점을 맡게 됐다”고 운을 뗀 박현미 대표는 “농촌 집 한 채 값인 농기계를 여자한테 구입한다는 것에 고객들이 망설임이 있었다”며 “기술적인 면은 잘 모르지만 일단 고객이 대리점 문을 여는 순간부터는 고객의 사소한 이야기까지 들으려했고, 어느새 여동생으로서, 며느리로서, 딸로서 고객과 상담을 하고 있더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남편과 함께 쌀농사를 짓고 있는 농사꾼이자 농사꾼의 아내 입장에, 이전 남원농업기술센터에서 일했던 경험을 더해 여성의 섬세한 시선에서 대화를 나눈 것도 고객 마음의 문을 열 수 있었던 계기”라고 말했다.

이렇게 쌓아온 믿음이 판매로까지 이어졌는데, 핵심은 ‘데이터베이스’였다. 박현미 대표가 1000원 부품을 구매한 고객까지도 상세히 기록해 놓은 고객 데이터다. 박 대표는 “4000명 안팎의 고객을 대상으로 어떤 기종의 농기계를 가지고 있고, 그 기계를 언제 구입해서 얼마나 썼는지, 내구연한이 얼마나 남았는지, 그래서 바꾸고 싶어하는지, 귀농·귀촌을 했는지 등을 꼼꼼히 기록해놓고 적절한 시기에 맞춰 고객을 만난다”며 “그래야만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정확하게 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현미 대표는 대동공업의 탄탄한 라인업이 남원지역의 영농특성과 맞물린 효과도 강조했다. 박 대표는 “남원지역은 지형상 고랭지, 중산간지, 평야지가 함께 있는 곳이어서 농가마다 필요로 하는 농기계가 다 다르다”면서 “고객에게 영농규모와 소득수준 등을 고려해 농기계를 추천하는데, 예를 들어 과수농가에게는 CK시리즈, 하우스농가는 DK시리즈, 수도작농가는 RX시리즈, 축산농가는 PX시리즈를 소개한다”며 “어정쩡하게 한 단계 낮게 또는 높게 농기계를 권하지 않아도 될 만큼 상품이 골고루 잘 갖춰져 있어 만족도가 높다”고 평가했다.

물론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쉽지는 않았다. 대리점 대표가 ‘여성’이라는 편견 때문이었다. 그래서 밤낮없이 고객을 마주했고, 지금 남원지역 고객들은 박현미 대표를 여성이 아닌 ‘대리점 대표’로 맞고 있다. 박 대표는 “사무실 문을 매일 열어놓고 서비스 전화를 받으면서 고객의 요구를 놓치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고 고객들이 이제는 기계를 살 때 흔쾌히 결정해준다”고 밝혔다. 한준희 전북지역본부장은 “박 대표가 대리점 총회에서 전북 대표로 여성이 올라가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한 것이 실현됐다”고 덧붙였다.

박 대표는 “논두렁에서 정비를 기다리는 농민의 심정은 20분이 2시간”이라며 “농사짓고 있는 사람으로서 서비스 시간을 단축시키기 위해 대리점이 농업인의 전망대 역할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땀흘려 키운 농산물이 제값받아 농민이 웃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비스부문’ 함평대리점 김준필 대표
"고객 기다리는 시간 줄이기 위해
부품만 7억원어치 보유하고 있죠"  

농기계 고장나서 고객이 화낼 때
농민이 맞다 생각으로 무조건 ‘예스’ 
잘잘못은 나중에 따지며 신뢰 쌓아
이전 대리점 AS까지 모두 떠안아
초기 부담 컸지만 이후 매출 ‘쑥쑥’ 

“무조건 처음엔 ‘예스’죠. 그 다음에 기계를 보고 상세히 설명해줍니다.”

함평대리점 대표로서 올해로 13년째인 김준필 대표. 그는 ‘예스맨’으로 불린다. 농기계가 고장나서 고객이 화를 낼 때 처음에는 ‘예스’로 받는다. 잘잘못은 뒤에 따진다. 농기계 고장은 농민에게는 가장 큰 위기여서 일단 고객을 달래고, 고객이 발 빠른 서비스를 통해 다시 영농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김준필 대표는 “2007년부터 무조건 예스를 외쳤는데, 기계를 잘 몰랐던 이유도 있었지만, 농민이 기계 고장이 기계 잘못이라고 할 때 그 당시에는 ‘농민이 맞다’고 생각했다”며 “먼저 예스로 답한 다음, 농기계를 살펴보고서 ‘형님이 잘못 썼네’ 이런 식으로 말하면서 잘못을 바로 잡는다”고 말했다. 그는 “함평 출신이 아니어서 고객들에게 신뢰를 주는데는 시간이 필요했다”며 “이 예스가 내 사람을 만들어줬고 이것이 쌓이다 보니 신뢰도 쌓게 됐다”고 밝혔다.

이는 함평대리점이 2016년에 이어 2018년에 2번째 서비스부문 최우수대리점에 선정됨은 물론, 2015년에 판매부문 최우수대리점에 뽑히고, 2017년에는 PX(트랙터) 최다 판매상을 받을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다.

김준필 대표는 개업 첫 해부터 농민의 요구를 다 수용했다. 2007년, 함평대리점을 인수하기 전 대리점의 몫이었던 AS(사후관리)를 자신의 비용으로 조치해준 것이다. 김 대표는 “이전 대리점이 안해준 AS를 해주면서 5000만원 가량의 돈을 썼고, 그 해 번 매출도 AS로 모두 나갔다”며 “주변에서 ‘네가 판 것도 아닌데 왜 덤탱이(덤터기)를 쓰느냐’고 만류했지만 이득이 없더라도 고객이 원하는 요구는 꼭 해줘야 한다고 믿었고, 어쩌면 이것이 함평대리점의 바탕이 된 것 같다”고 언급했다. 개업 2년이 지난 2009년부터 매출은 2007년 대비 4배 가량 뛰었고, 함평 시장점유율도 40%까지 올랐다.

함평대리점의 강점은 ‘부품’이다. 함평대리점이 보유한 부품가격은 약 7억원. 서비스 만족을 위한 준비인데, 안태정 전남지역본부장이 사장재고를 우려해 부품을 줄이라고 당부하는데도 그는 손사래를 쳤다. “아마 전국 대리점 중 최고일 것”이라고 자신한 김준필 대표는 “다른 대리점에서 함평으로 부품문의가 올 정도”라며 “고객을 만족시키려다 보니 부품만큼은 항상 없는 것 없이 구비하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고객 니즈의 변화속도를 맞추기 위함이기도 하다. 김 대표는 “서비스를 기다리는 시간이 분과 초로 짧아지고 있고 대기시간이 길어지면 고객은 다른 데로 간다”며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부품을 확보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지금도 ‘퍼주기’는 계속되고 있다. 일부는 경영학과를 졸업했는데도, 손익이 약하다는 농담을 던진다. 그러나 김 대표는 ‘농민이 원한다면 모든 것을 해준다’는 2007년 함평대리점을 시작할 때의 초심을 이어가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휴대전화 번호통합 전 번호를 여전히 갖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 대표는 “무상 AS를 청구할 수 있는 기간이 끝난 제품이라도 AS를 해주려고 한다”며 “1년에 이앙철과 수확철에 두 번 농번기에 편하게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진행하는 사전점검도 계속 하면서 농민들이 농사짓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서비스를 제공해 나가겠다”고 피력했다.

조영규 기자 choy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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