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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함과 건강함

[한국농어민신문]

강용 친환경농산물자조금관리위원장

지구-인간 함께 살자는 게 ‘친환경농업’
점점 힘들어지는 우리 농업·농촌
농업전략 한 축 과감히 바꿔볼 만


봄이 찾아오는 3월의 하늘이 미세먼지로 뿌옇다. 어쩌다 한번 오는가 싶더니 이제는 쾌청한 날이 어쩌다 한번이다. 온통 거리를 뒤덮던 하얀 마스크가 하나둘 줄어들더니 이제 마스크를 안 쓰는 사람들이 더 많아진다. 건강에 좋지 않다고 경고를 하지만 안타깝게도 인간은 익숙해지면 익숙해진다. 어쩌면 지금 수준의 미세먼지는 200년쯤 마셔도 폐암에 걸릴 확률이 담배의 1만분의 1이라는 실험쥐의 결과가 곧 나올 것 같은 억지스런 생각도 든다. 미세먼지는 인간의 편리를 위해 지구를 한 조각씩 떼어내어 태운 화학적 소비의 대가일 것이다. 그러나 지구만 살리자고 편리를 모두 없애고 원시시대로 돌아갈 수는 없다. 다만 미래 모든 산업이 점점 친환경으로 가야겠지만, 농업 분야에서는 지구와 인간이 함께 살아가자는 것이 바로 ‘친환경 유기농업’일 것이다.

그런데 친환경 농업이 줄어들고 있다. 안타까운지 관심 있는 언론들도 여러 가지 현황과 방향을 제시한다. 2018년에 비해 농가 수 5만7261가구로 1100여 가구가 감소했고, 경지면적도 약1500ha 감소해 전체면적 대비 4.9%로 감소했다. 반면 비슷한 시기에 세계 유기농 경지면적은 매년 약 15% 정도 증가했다.

개인적으로 1993년경 친환경 인증이란 단어가 없을 때부터 유기농업을 해왔다. 그때는 가장 힘들었던 것은 관행에 이미 익숙해진 소비자들의 무관심이었다. 유기농을 알리기 위해 직접 키운 채소를 보따리에 넣고 크리스마스이브에 길거리에서 산타클로스처럼 나눈 적도 있었다. 인증제도가 시행되고부터 가장 힘든 것은 ‘잔류농약’ 검출 문제였다. 육성 초기 일부 농업인들의 잘못도 있었지만, 자재나 비산 등 불가항력이거나 원인을 알 수 없더라도 어쩌다 검출되면 엄청난 뉴스로 언론에 도배되었고, 미국이나 유럽과 비교하며 우리 친환경은 불량으로 매도되었다. 결국 신뢰는 추락했으며, 그때 쌓인 편견과 불신은 지금까지도 친환경의 인식과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유럽식품안전청(EFSA). 미국농무부(USDA)의 몇 년간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잔류농약의 검출 비율이 한국보다 유럽의 유기농은 약 3배, 미국은 4배정도 더 높다. 그리고 잔류량 기준으로 국내산 친환경농산물과 일반 농산물을 비교해보면 약 60배 이상 차이가 난다.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수준임에도 0.000%가 아니라며 의심스러울 정도로 지속적이고 집요하게 폄하돼 왔다.

얼마 전 중앙정부 기관 홈페이지에도 근거도 없는 유기농 왜곡 기사가 게시되었다(나중에 사과해왔다). 또한 대형유통업체에서 구입한 것을 직접 만든 수제쿠키로 둔갑시켜 판매하다 적발된 ‘미미쿠키’ 사건을 다룬 기사들이 엉뚱하게도 ‘유기농 아토피에 좋다는 근거 없어~, 유기농은 박스에서 쥐가 나올 수도~’ 등 이해할 수 없는 억지 기사도 수없이 나왔다.

소비자들은 친환경 인증마크와 똑같이 디자인된 GAP. 저탄소 등등 수많은 유사 인증들과 혼선을 겪어야 한다. 친환경이 유기농, GAP, 무농약 순이라는 어처구니없는 설문 결과도 있으며, 다른 인증마크와 차별화 시켜 달라고 수없이 건의했지만 계속 묵살됐다.

이런 박해(迫害) 수준의 상황 속에서 25년을 넘게 친환경의 전 과정을 지켜본 사람으로서 친환경농업이 이만큼이라도 유지되는 것은 ‘퇴보’라기보다 대단해 보인다. 그리고 이런 반갑지 않은 소식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꿋꿋하게 철학을 가지고 일하는 친환경 농업인들에게 격려와 감사를 보낸다. 출범한지 2년9개월이나 지났음에도 더 전진하는 통계를 보이지 못함에 자조금위원장으로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죄송하다.

올해도 지구 편에 서는 친환경 농업인들의 소득향상을 위해 여러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중점을 두는 것은 국내시장 확대와 수출시장 개척이다. 해외 수출을 위해 친환경 인증을 대신할 수 있는 통합브랜드도 진행 중이다. 세계시장은 계속 성장하고 국내 수입되는 유기농도 매년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수입의 경우 아직 대부분은 국내 친환경보다 경쟁력이 높아서라기보다 국내에서 생산되지 않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국내 생산이 계속 줄어들면 언젠가는 국내산을 대체하는 유기농의 수입이 증가 할 것이고, 이것은 우리 농업에 위협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지금도 중국과 동남아의 안심 수요자들은 한국의 친환경 농식품을 요구하고 있다. 생산하면 판로를 찾는 것보다, 거꾸로 뒤집어 생각해보면 그런 시장이 넓게 있으니 거기에 맞춰 생산과 가공을 육성하게 되면 친환경 농업은 틈새가 아니라 주력임을 알게 될 것이다.

국가 예산의 비중만큼을 ‘노력’이라고 표현한다면 우리 정부는 농업에 그다지 큰 노력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한도 내에서는 농식품부를 포함한 관련기관 모두 많은 노력을 해왔다. 그런 오랜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 농업·농촌이 점점 힘들어 진다면 이제 농업 전략의 한 축을 과감히 확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익숙해진 것이 건강해지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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