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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다 사모펀드!

[한국농어민신문]

이해영 한신대 교수

청과류 도매업은 ‘면허 발급 독점사업’
‘현금자산 확보 용이’ 새 투자처로 부상
정부, 사모펀드 규제완화 흐름 ‘의문’


농산물유통업체인 구리농수산물도매시장내 구리청과가 매각되었다. 인수과정은 매우 급박하게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자는 포시즌캐피탈파트너스와 웨일인베스트먼트인데 인수를 위해 290억원이 지불되었다. 2015년에는 마찬가지 농산물경매업체인 서울 가락시장의 동부팜청과(현 동화청과)가 칸서스자산운용 주식회사에 540억원에 매각된 적이 있는데, 2016년 1년 후 칸서스측은 동부팜청과를 한일시멘트 자회사인 서울랜드에 약 600억원에 팔아치워 1년 만에 약 40억원의 시세차익을 남긴 뒤 ‘엑시트’, 곧 손을 털었다.

구리청과는 구리지역 최대 농수산물시장 경매업체다. 생산자 곧 농민으로부터 과일이나 채소 판매를 위탁받아 이를 도매시장에 넘긴 뒤 그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 수익구조를 갖고 있다. 매년 20억원 정도의 영업이익을 꾸준히 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청과류 도매업은 해당 지자체로부터 면허를 받아야 하는 독점사업이다. 그래서 예컨대 칸서스측도 동부팜청과를 인수했지만 서울시가 대주주 변경을 인정하지 않아 혼선을 겪었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인수자들은 모두 이른바 사모펀드다. 곧 포시즌캐피탈파트너스는 신생 사모펀드이고 웨일인베스트먼트는 IBK투자증권 출신들이 만든 사모펀드인데 종자돈은 KDB산업은행에서 나왔다. 그러면 한국에선 아직 좀 낯선 사모펀드(private equity fund)는 무엇인가.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공모펀드와는 달리 ‘사모’는 말 그대로 사적으로 비밀리에 모집된 자금에서 출발한다. 그래서 골드만삭스나 제이피모간 같은 투자은행이나 공모펀드를 조성해 투자하는 미래에셋같은 자산운용사와는 다르다. 조지 소로스가 대표 격인 헤지펀드가 수시로 기업을 사고파는 데 비해 사모펀드는 이 보다는 길게 보유한다는 점에서도 차이가 있다.

사모펀드의 행동 패턴은 대개 유사하다. 먼저 돈을 모으고, 구매할 물건 곧 투자대상을 물색한 뒤, 투자를 진행, 회사를 인수 합병해, 이 회사를 구조조정 등의 운영을 거쳐 가치를 키워, 마지막으로 투자자금회수(exit) 곧 회사를 팔아치우고 나가는 것이다. 사모펀드는 그래서 회사를 최대한 싸게 사서 최대한 비싸게 팔거나, 회사를 구조조정, 경영합리화, 인원감축 등 ‘밸류업(value-up)’시키거나, 회사의 채무를 상환하는 식으로 수익을 창출한다.

그렇다면 보자. 여의도의 크고 작은 손들이 갑자기 한국의 농업, 농촌, 농민을 지극히 사랑해서 아니면 귀농, 귀촌 준비를 위해 이렇게 농수산물도매업에 눈길을 돌리는 걸까. 최고급 수트를 차려입고 최고급 차를 굴리는 금융엘리트들이 농민들의 갈퀴 같은 손을 움켜잡고자 애쓰는, 도무지 어색한 이 부조화를 어떻게 볼 것인가. 공영도매시장 안에 들어있는 농수산물유통업은 지자체의 면허만 통과하면 안정적인 현금이 확보되는, 비록 황금알을 낳는 거위 곧 대박은 아니지만 500억원 전후 중소규모의 국내 토종 사모펀드가 실적을 쌓아 중박 정도는 기대해 볼 수 있는 안정적인 투자처다. 이들의 목적이 초우량 농관련 기업 육성이 아니라, 키워서 최대한 비싸게 파는데 있음은 실로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런데 최근 혁신금융이 혁신성장의 동력으로 호명되면서 이런 현상의 배후에 무언가 큰 그림이 그려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금융 양극화’ 해소라는 바람직한 방향과 더불어, 그 내용으로 벤처캐피탈 공급을 위한 자본시장 혁신이 등장하고 코스닥 상장을 쉽게 하며 또 사모펀드의 투자자율성 강화 등등이 언급되었다.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완화 흐름은 이미 작년 9월 금융위, 금감원의 ‘혁신성장과 일자리창출을 지원’하기 위한 사모펀드체계 개편방향에서 예고되었던 바다. 결국 규제완화를 통해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국내 사모펀드시장을 투자원으로 유인, 이를 성장과 일자리창출에 활용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국제적으로도 벤처캐피탈 등 사모펀드는 투자 성공사례보다 실패사례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많고, 나아가 사모펀드가 성장과 고용을 촉진한다는 신뢰할 만한 근거가 없다는 점에서 우려되는 바가 적지 않다. 대표적 사모펀드 론스타 사례에서 과연 어떤 교훈도 얻지 못했을까.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어 왔음에도 오히려 역주행하는 정책 방향도 납득하기 어렵다. 사모펀드를 혁신성장의 동력으로 삼을 때, 한국자본시장의 거품과 투기화 또한 불가피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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