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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농 최양부의 자전적 농정사 <8>산업사회의 새 농정을 설계하다-⑩산업사회 농촌은 ‘인간 정주의 공간’으로 개발되어야 한다
   

[한국농어민신문]

우농(愚農) 최양부

농촌이 도시를 제외한 ‘나머지 공간’ 되어서는 안 되며, 주곡 증산을 위한 농민들만의 ‘식량 생산의 공간’에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된다. 산업사회 농촌은 국민 모두를, 모든 산업을 위한 공간이 되어야 하고 농촌주민들이 농촌을 떠나지 않고서도 도시적 편익과 서비스를 포함한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본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사람이 살만한 ‘인간 정주의 공간’으로 인식되고 개발되어야 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1984년 6월 20일 ‘농어촌소득원개발촉진을 위한 정책협의회’를 개최했다. 1983년 12월 ‘농어촌소득원개발촉진법’ 제정으로 1984년부터 정부가 농공단지 개발 등 농촌공업개발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 정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한 부처 간 협력 강화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나는 이동필 연구원과 같이 주제 발표를 통해 농가의 농외취업 촉진을 위한 농촌인력개발 정책 등의 보완정책들을 제시했다. 그동안 나는 이 연구원에게 농촌 전통공예 등 소규모 가내공업연구에 집중하도록 하고 1983년에는 3개월간(?) 인도 하이데라바드에 있는 농촌가내공업연구센터로 보내 인도의 경험을 쌓게 했다. 이 연구원이 독립적으로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전문성을 갖추게 되면서 농촌공업연구를 그에게 맡기고 나는 차츰 농촌개발정책 설계에 집중했다. 이 연구원은 1988년 나의 추천으로 미국 미주리대학교 한국장학회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박사학위 공부를 떠날 때까지 농촌공업연구에 전념했다.

연구원은 9월 14일 세종문화회관 대회의실에서 ‘농촌지역종합개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김안제, 최상철, 조정제, 이질현, 류우익, 권원용, 김일철, 김동일, 최민호 등 1984년 당시 우리나라 국토개발과 지역개발 분야를 대표하는 전문가들을 모신 자리였다. 이날 심포지엄은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1982~84년간 수행한 강진, 안성, 고성 농촌정주생활권개발연구를 바탕으로 2000년대 산업사회 복지농촌건설을 향한 새로운 농촌개발패러다임과 전략으로 ‘농촌정주생활권에 기초한 농촌지역종합개발’을 정부에 건의하는 자리였다. 더 나아가 연구원이 농촌지역개발연구의 새로운 중심거점으로 태어났음을 세상에 알리는 자리이기도 했다.

나는 심포지엄이 있기 1년 전인 1983년 9월 경향신문사가 개최한 ‘향후 10년의 국가목표와 전략’ 심포지엄에서 ‘도시·공업사회와 농촌의 장래’(향후 10년의 국가발전전략, 경향신문사 1984:449-465)라는 제목의 발표를 통해 처음으로 ‘산업사회 농촌론’를 정리했다. 나는 ‘향후 10년의 바람직한 국가발전의 이상을 성숙한 산업사회라고 설정하고 농촌이 산업사회에 통합되고 (농촌) 그 자체가 산업사회화 하는 것을 농촌의 발전지향’이라고 했다. 나는 ‘농촌이라는 이름의 국토 공간이 국민의 쾌적한 삶의 공간이 되고, 안정된 일자리와 소득기회를 제공하는 경제 공간이 되고, 문화 공간이 될 때 도시·공업 중심 산업사회의 안정기반이 될 수 있다’라며 산업사회에서 농촌의 의미를 강조했다. 나는 특히 산업사회의 농촌이 담당할 새로운 역할로 ‘인구 흡수와 정착 및 부양, 국민 식품의 안정적이고 능률적인 공급, 국토자원의 보존과 관리, 휴양녹지 및 레저공간 제공, 마지막으로 향토문화의 보전과 현대적 계승’ 등 ‘5대 역할론’을 제시하고 농촌이 도시를 제외한 ‘나머지 공간’ 되어서는 안 되며, 주곡 증산을 위한 농민들만의 ‘식량 생산의 공간’에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산업사회 농촌은 국민 모두를, 모든 산업을 위한 공간이 되어야 하고 농촌주민들이 농촌을 떠나지 않고서도 도시적 편익과 서비스를 포함한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본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사람이 살만한 ‘인간 정주의 공간’으로 적극적으로 인식되고 개발되어야 한다고 했다.

나는 농촌개발심포지엄에서 그동안 주장해온 산업사회 농촌에 대한 인식의 전환과 5대 역할론과 함께 2000년대를 향한 농촌발전목표와 과제를 ‘농촌경제의 고도와, 농업경제의 능률화, 농촌환경의 도시화, 농촌사회의 개방화(민주화)를 통한 농촌의 산업사회화’로 설정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한 농촌지역종합개발방식‘이란 새로운 농촌발전전략을 제시했다. 새 전략은 정주생활권을 농촌개발의 기본 단위로 지역주민의 개발수요와 지역 우선순위에 따라 농촌경제, 생활환경, 사회문화, 관광 등을 종합한 중장기적인 농촌지역종합개발계획(‘농촌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근거로 정부 재정투자가 추진되어야 한다고 했다.

중앙정부 부처별로 분산된 농촌개발정책의 조정과 협력을 위해 ‘농촌개발정책심의회’ 구성과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농촌지역종합개발법’ 제정도 건의했다. 나는 지금까지 주곡 증산 등 농업만을 바라보는 농정의 시각을 농촌으로 확대하고 농수산부 내에 농촌정책을 담당할 ‘농촌개발국’ 설치를 건의했다. 그리고 새 농촌전략의 추진 주체인 지방정부의 기능 강화를 위해 지방자치의 단계적 추진, 중앙과 지방정부 간 역할조정과 권한 이양, 그리고 군에서 읍과 같은 농촌 중심도시를 분리하여 독립 시로 승격시키는 관행적인 지방행정 구역개편방식의 전면 재검토할 것 등을 건의했다.

지방정부의 재정 취약성을 고려하여 군비 부담을 유발하는 국·도비 지원방식과 부처별, 사업별, 품목별로 분산 다기화 되어 있는 개발투자방식을 지양하고 지방별로 수립되는 농촌계획에 근거하여 시·군비 부담이 없는 국비 지원을 확대하고 장기적으로 국세의 지방세 이전 등 지방정부의 자치재정기반을 강화할 것을 건의했다. 그리고 농촌지역종합개발정책 추진을 위한 환경조성을 위해 1985년부터 실험사업으로 3개 지역을 선정 개발계획 수립하여 개발계획에 따른 재정투자를 추진하고 이에 대한 평가와 함께 지방공무원에 대한 교육 훈련을 담당할 전담기구 설치 운영을 제안했다. 1984년 당시로는 공개적으로 말하기에는 용기가 필요한 시대를 앞서가는 혁신적인 정책제안들이었다. 나의 발표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고 회자(膾炙)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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