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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보 개방 후 낙단보 상류 강바닥 드러나···올 농사 다 망쳐”4대강 보 개방·철거 논란 현장을 가다
▲ 2년 전 귀농했다는 정연업 농가는 구미보 개방 후 지하수가 안나와 말라버린 오이를 걷어내야 할지 고민 중이다.

[한국농어민신문 이진우 기자]

4대강에 세워진 보의 개방과 철거 문제로 본격적인 영농기를 앞둔 농촌현장이 어수선하다. 보 개방과 철거 주장이 제기되는 한편에서 강줄기에 기대어 농사를 짓고 있는 농민들은 물 부족을 걱정하면서 반대입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보 개방 혹은 철거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현장 농민들의 의견수렴도 부족했던 것으로 드러나는가 하면, 지하수위 하락으로 인한 피해 대책도 마련하지 않은 채 수문을 개방해 영농피해까지 발생하는 등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최근 문제가 발생한 상주와 공주지역을 찾아 해당 지역 농민들이 어떤 일을 겪고 있는지 살펴봤다.


●상주 낙단보 인근

최상류지역 지하수위 떨어져
하우스농가 물부족 심각

뒤늦게 관정 설치했지만 
흙탕물 올라와 사용 불가
봄동·오이·미나리 등
추대 올라오고 제대로 못 커


상주 낙단보 인근 농민들은 지난 1월 24일 낙단보 하류에 위치한 구미보가 개방되면서 지하수위 하락으로 인해 이미 되돌릴 수 없는 피해를 입고 있었다. 낙동강 상류지역인 이곳에는 낙단보를 기준으로 상류에는 상주보가, 하류에는 구미보가 설치돼 있다. 집중적으로 영농피해가 발생한 지역은 낙단보 최상류 지역으로 지하수위가 떨어지면서 하우스 농가들을 중심으로 작물피해가 심각하다.

김영근 전 한농연상주시연합회장은 “1월 24일 환경부가 전격적으로 구미보 수문을 개방했고, 설 연휴를 지나면서 지하수가 나오지 않는 현상이 발생했다”면서 “구미보 개방 이후 낙단보 상류지역은 강바닥이 드러나면서 강을 걸어서 건널 수 있는 수준으로 물이 말랐다”고 말했다.

그는 “강바닥을 준설을 했고 이 준설토를 인근 농지에 넣음으로서 지하수위가 더 낮아지게 됐다”면서 “낙단보 하류에 위치한 구미보를 개방할 경우 상류지역 수위가 낮아지면서 이 같은 물 부족 현상이 발생할 것을 예상하고 개방을 반대했던 것인데, 결국 일이 이렇게 됐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이 과정에서 구미보 인근에 대해서는 지하수위 하락을 우려해 추가적인 용수공급대책을 추진한 것으로 드러났다”면서 “상류지역의 지하수량이 큰 문제였는데, 정작 낙단보 인근에는 대책을 추진하지 않고 있다가 문제가 발생한 후에 관정을 설치했다”고 말했다.

1월 24일 구미보를 개방하면서 환경부는 ‘지난해 10월 이후 보 주변 지역의 지하수 이용현황을 조사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지하수 피해가 우려되는 지역을 대상으로 겨울철에도 사용되는 관정에 대한 대체관정을 개발하는 등 지하수 대책을 추진해 왔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정작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최상류 지역에 대한 대책은 문제가 발생한 이후에나 시행되면서 ‘뒷북 대책 논란’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김 전 회장은 “설 연휴 끝에서부터 문제가 제기되니까 뒤늦게 관정을 설치하는 대책이 추진됐는데, 이미 물 부족을 겪었던 봄동이나 오이, 미나리 등의 하우스 작물은 수확이 어렵게 된 상황”이라면서 “벼 농사에만 농업용수가 필요하다고 잘 못 판단한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실제 환경부는 구미보 개방에 대해 ‘농업용수 이용에 장애가 없도록 양수장 가동 이전인 4월 초에 차질 없이 수위를 회복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었다.

실제 피해 농가의 상황은 심각했다. 비닐하우스 여러 동에 봄동을 재배하는 한 농가의 경우 물 부족으로 인해 추대가 올라와 수확을 포기해야 했고, 제때 심지 못한 봄동은 제대로 크지를 않아 갈아엎어야 할 상황에 놓였다.

지하수가 마른 후 급박하게 관정을 추가로 파긴 했지만 흙탕물이 올라와 쓸모가 없게 된 경우도 있었다. 하우스에서 미나리를 재배하는 한 농민은 “구미보 개방 이후 물이 부족해지면서 미나리가 제대로 크지를 못한데다, 이후 대책으로 뚫어 준 관정에서는 모래가 섞인 흙탕물이 나와서 제대로 사용을 못하고 있다”면서 “다음 작기에 들어가야 하는 상황인데 1/3도 수확을 못하고 정리를 해야 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농민은 “미나리는 생식용으로 먹기 때문에 수확 후에 깨끗하게 씻어야 하는데 보 개방 후부터 이전에 사용하던 관정에서도, 그리고 새로 판 관정에서도 흙이 섞여 나오다보니 세척수로 사용할 수가 없게 됐다”면서 “지하수위가 하락하면서 기존의 지하수층이 무너져 내리면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 한 농가의 미나리 재배지. 하우스 입구 일부에서만 수확을 하고 수확을 포기해야 할 지경에 놓였다. 지하수위가 떨어지면서 물이 부족했던 탓에 미나리가 채대로 자라지 못했기 때문이다.


올해로 귀농 2년차라는 정연업 씨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한창 커야 할 오이가 물 부족으로 크지 못한데다, 수막재배를 해야 하는데 모래가 섞인 흙탕물이 나오면서 앞으로의 재배 여부도 불투명하게 됐다는 것.

정 씨는 “2년 전 귀농하면서 5억원을 들여 연동형 비닐하우스를 짓고 오이를 재배해 왔는데, 귀농 2년차 만에 이런 일을 당하고 나니 황당하다”면서 “오이가 길쭉하게 같은 굵기로 자라야 상품성이 있는데 물 부족을 겪으면서 비뚤게 크고 있고, 잎마저도 마르고 있어서 걷어내야 할지 고민”이라고 했다. 하우스 오이의 경우 길게는 9월까지 수확이 가능한데, 제대로 수확 한 번 못해보고 걷어내야 할 상황이라는 것이다.

김영근 전 회장은 이에 대해 “보 개방에 앞서서 조금만 더 세심하게 발생할 문제점을 살폈더라도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면서 “오랜 기간 강줄기에 기대어 농사를 지은 농민이 어떤 일이 발생할지 더 잘 알고 있을 텐데, 문제를 제기해도 듣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보 개방을 반대하니까 반환경적으로 취급하고, 또 정치적으로 편 가르기를 한다”면서 “보를 설치했을 때나 보를 개방한다고 할 때나 마찬가지로 강줄기에 깃들어 사는 농민은 안중에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 수문 개방으로 물을 빼고 있는 공주보. 환경부가 보 철거를 발표한 후 인근 농민들이 보 철거를 반대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따뜻한 지하수 필요한데…수막재배 농가 막막”

●공주보 인근

대형관정 설치하겠다지만
300~500m 물 끌어오는 동안
수온 떨어져 사용 불가
“물량만 맞춰주면 다인가” 답답

여름철에는 보 개방하고
지하수 필요한 가을·겨울엔 
보 닫아 탄력적 운영 목소리


공주보는 상황이 더 심각해 보인다. 보를 일부 해체하겠다는 계획을 환경부가 내놨기 때문이다. 보 해체에 반대하는 공주보 해체·철거 반대투쟁위원회 이국현 공동대표는 환경부의 의견수렴 과정부터 문제라는 지적을 내놨다.

이 공동대표는 “지난해 11월 30일 열린 1차 회의에서 농민은 1명만 참석했었고, 이후 1월 24일 열린 2차 회의에서는 지역 주민 등의 민간위원을 더 추천해 추가 논의를 하겠다고 했었는데 전격적으로 환경부가 보 철거를 발표해 버렸다”면서 “아무리 정쟁시대라고 하지만 정권이 바뀌었다고 시민들과 농민들 생각은 안하고 보를 철거한다고 하는데, 말이 안된다”고 했다.

공주보 철거로 인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문제에 대해 공주보 해체·철거 반대투쟁위원회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윤응진 씨는 “지하수 부족 문제가 가장 큰 상황”이라면서 “특히 수막재배를 하는 경우에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윤 사무국장은 “현재 공주보의 수위가 4m정도인데 보를 닫으면 8~9m까지 수위가 올라간다”면서 “수자원공사가 관리하고 있는 관측공이 있는데 강 가까운 곳에는 급격히 수위가 떨어졌고, 먼 경우도 수위가 점점 내려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농민들이 원하는 것은 여름철에는 보를 개방하고, 가을과 겨울철 지하수가 많이 필요한 시기에는 보를 닫아 탄력적으로 운영을 하자는 것”이라면서 “보를 만들면서 준설을 했기 때문에 지하수위가 내려가 있는 상황인데 여기에서 물까지 빼면 지하수위는 더 내려갈 것이 자명하다”고 주장했다. 준설로 인해 강바닥이 깊어진 상황에서 보를 철거하면서 물이 빠지면 지금보다도 지하수를 활용하기에는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인 셈.

특히 윤 사무국장은 “행정 쪽에서는 대형 관정을 박아 지하수를 충분히 쓰도록 해 주겠다는 것을 대책으로 내놓고 있는데 이건 하우스 농사에 대해 모르고 하는 소리”라면서 “수막재배를 하기 위해서는 하우스 옆에서 따뜻한 지하수를 뽑아 올려서 곧바로 사용해야 하는데, 300~500m 떨어진 곳에 대형관정을 파서 지하수를 퍼 올린다고 수막재배에 사용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대형관정에서 물을 끌어 오는 사이 수온이 떨어지기 때문에 수막재배용으로 사용할 수 없고, 또 대형관정을 설치하게 되면 주변 소형관정의 물이 대형관정으로 빨려 들어갈 것이라는 것. 물량만 맞춰주면 된다는 식의 대책이다 보니 답답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국현 공주보 해체·철거 반대투쟁위원회 공동대표는 “공주보에서 공산동 쪽으로 둔치를 따라 올라가면 다리 밑의 교각이 드러나는 등 상황이 심각하다”면서 “이것도 부여보를 막아놨기 때문에 이정도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이진우 기자 leejw@agir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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