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동천 한국농업법학회장·홍익대 법대 교수

[한국농어민신문 이진우 기자]

1만㎡이하의 농지를 합법적으로 상속받은 비농업인의 농지는 '농사를 짓지 않는 경우라도 농지법 상 처분명령을 내릴 수 없고…입법적으로 해결할 문제’라는 대법원의 판결이 내려지면서 현행 농지법이 ‘미비하다’는 지적과 함께 현행 농지법이 안고 있는 문제점이 이 뿐만이 아니라는 지적이 함께 제기되고 있다. 한국농업법학회장인 사동천 홍익대 법대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현행 농지법이 갖고 있는 문제점과 개선과제를 짚어 봤다.


정치적으로 개정되면서 예외 대상 범위 지속 확대
비농업인 농지소유 계속 증가…임차농 56.4% 달해

비농업인도 불법전용 시 농지처분 명하는 규정 마련
지주가 직불금 수령 못하게 임대료 상한 규정도 필요


-이번 대법원의 판결, 핵심은 무엇이라고 보시는지?
“농업경영의 의무가 없는 사람에게 농사를 짓지 않았다고 해서 소유 농지를 처분하도록 할 수 있는 법률 조항이 현행 농지법에는 없다는 게 이번 대법원 판결의 요지라고 할 수 있다. 사건의 개요를 따져보면 부산 강서구에 소재한 2000㎡ 가량의 농지를 2008년 상속받은 신  모씨가 해당 농지를 농업경영이 아닌 다른 용도로 불법전용 했다가 해당지자체에 적발됐고, 관할구청이 1년 내에 농지를 처분하라는 처분의무를 통지했는데, 이에 불응해서 소송을 낸 건이다. 1심과 2심에서는 모두 패소를 했었는데, 이는 농지법 10조 1항을 적용해 농업경영에 이용하지 않는 농지는 처분하도록 한다는 그 간의 행정차원의 유권해석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법원에서는 현행 농지법상 1만㎡이하 상속농지는 경작의무 없이 합법적으로 소유할 수 있고, 또 상속인에게 영농의 의무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휴경을 이유로 농지를 처분하라고 하는 것은 상호 논리모순이라고 본 것이다. 따라서 농지처분명령뿐만 아니라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 것도 위법한 것이 된다. 이 사건에 대해서 관할청이 취할 수 있는 농지법상의 조치는 농지법 제42조 제1항에 따른 원상회복명령과 제2항에 따른 행정대집행, 동법 제57조에 따라 고발할 수 있는 것이 전부이다.”

-이미 이와 유사한 건에 대해 농지처분명령이 이행된 경우도 많을 것 같은데?
“만약에 상속을 통해 1만㎡이하의 농지를 합법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사람에게 농업경영을 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로 처분명령이 내려졌고, 이에 따라 농지 소유주가 해당 농지를 처분했다든지, 아니면 처분명령을 어겨서 이행강제금 처분을 받고 이를 납부했다면 이건 경우에 따라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당사자가 처분통지서를 받은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행정소송을 제기하지 않았다면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억울하지만 더 이상 다툴 수 없다.

-이번 대법원의 판결이 8년이상 농업경영에 종사한 이농자에게도 적용된다고 보는데?
“이번 대법원의 판결의 효력은 비농업 상속인뿐만 아니라 8년 이상 농업경영에 종사한 이농자에게도 적용된다. 경작의무 없는 농지소유자에게는 임의적인 휴경이나 농지의 불법전용이 있더라도 농지법 제42조에 따른 원상회복명령, 행정대집행 및 농지법 제57조에 따른 고발을 하는 것 외에 농지자체의 처분을 명한다거나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는 없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판결은 현행 농지법이 경자유전의 원칙을 상당부분 깨어버렸다는 점을 확인한 것에 불과하다.”

-중요한 것이 경작의무 유무인 것 같은데 의무가 없는 경우는 어떤 경우들인지?
“경작의무가 없는 자는 3가지 경우인데, 하나는 국가와 지자체와 관련된 것이라는 점에서 제외시킨다면 비농업상속인과 이농자가 경작의무가 없는 자로 구분된다. 이 두 경우는 애초에 경작의무가 없는 경우이기 때문에 경작을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처분의무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게 이번 판결의 요지 중 하나다. 임대차에 관해서도 경작의무 없는 상속인이나 이농자는 임대의무 등이 없다는 것인데, 즉 경작의무 없는 상속인 및 이농자는 임대 또는 사용대할 수 있다는 규정이지 임대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말로, 무의미한 규정이다. 반대로 경작의무가 없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1000㎡ 이상의 농지를 가진 자가 직접 농사를 짓게 될 경우에는 경작의무가 발생하게 된다. 농지법 상 농업인에 대한 규정이 그렇게 돼 있기 때문이다.

-이번 같은 경우는 농지를 불법전용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해당 구청이 이를 적발해서 사건으로 불거진 것인데, 이렇지 않은 경우도 있지 않을까 싶다?
“사실 경작여부 등을 감독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이번 경우는 불법전용이라는 행위가 있었기 때문에 지자체로부터 적발되면서 문제로 불거진 것이라고 봐야 한다. 농사를 짓는지 안 짓는지에 대한 철저한 관리는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본다.”

-‘입법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라는 내용을 판결문에 담았는데, 어떤 의미일지?
“행정법상 불법건축물에 대해서 그 철거와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을 뿐, 그 토지에 대해서 처분을 명할 수는 없다. 이러한 일반원칙에 대한 유일한 예외가 농지법상 경작의무 있는 농지소유자가 그 농지를 불법전용한 경우이다. 대법원은 경작의무 없는 농지소유자라도 그 농지를 불법전용하는 경우에는 원상회복의무 등 외에 그 농지자체의 처분을 명하는 것이 합리적이라 보고 입법적 흠결에 대해 법 개정을 촉구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법원은 법 해석을 통해 불명확한 규정을 보충해석 할 권한이 있을 뿐 입법권이 없기 때문이다. 사실 담지 않아도 될 내용이 판결문에 들어간 것으로 보이는데, 비난의 화살을 피하고자 하는 의도도 있을 것이지만 파기환송심에서 하급심을 구속하고 정확한 취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도 있다.”
 
-농지법이 경자유전의 원칙을 훼손하는 방향으로 개정이 돼 왔다는 지적인데?
“우선 비농업 상속인과 이농자와 관련한 사례가 있다. 1949년 농지개혁법을 제정함에 있어서 유상몰수·유상분배 정책은 농지분배와 소작제를 억제하는 데는 기여했지만, 농지의 세분화 방지나 비농업 상속인의 농지소유를 규제하는 규정은 현재까지 마련되어 있지 않다. 이는 헌법상 경자유전의 원칙에도 불구하고 세대를 거듭할수록 비농업 상속인과 이농자 등 비농업인의 농지소유 증가와 세분화를 촉진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현재 임차농가가 56.4%에 이르고, 전체 농가 중 69%가 1만㎡이하의 농지를 소유하고 있는데, 농지 세분화와 소농은 계속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1949년 제정된 농지개혁법에도, 이후 농지법에서도 이를 다루지 않고 있는데?
“농지개혁법은 농지소유 상한 3ha만을 규정했을 뿐, 비농업 상속인 및 이농자에 대한 농지소유 규제를 마련하지 않았다. 당시 경제개발계획으로 인한 산업화로 농촌을 떠나는 인력이 많았기 때문이다. 1994년 농지법이 제정되면서도 이농자에 대해 8년간 농업에 종사한 후 이농한 경우로 제한했을 뿐 농지소유 규모는 제한을 두지 않았다. 1999년 농지법 개정으로 소유상한을 5ha로 확대했고, 2003년 농지법을 개정하면서 비농업상속인과 이농자에 대해 1만㎡만 소유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규정을 뒀다. 2005년 농지법 개정으로 농업인의 농지소유상한 규제를 폐기하고, 비농업상속인 및 이농자가 1만㎡를 초과하는 농지를 소유한 경우라도 한국농어촌공사에 임대 또는 사용대하는 경우 그 기간 동안은 초과농지를 무한히 소유할 수 있도록 허용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농지와 거주지 사이의 거리제한을 말하는 ‘통작거리’의 폐지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통작거리는 4km로 제한하다가 20km로 확대했고, 현재는 폐기됐다. 즉 농지법령은 통작거리를 이유로 농지취득을 제한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국토이용계획법상 토지거래허가구역안의 농지를 취득하는 경우에는 30km이내일 것을 허가요건으로 했었으나, 현재는 이마저 폐기했다. 남아 있는 것은 소득세법 상 농지 양도세 면제의 요건으로 20km의 통작거리 제한 규정이 존재한다. 그리고 농업회사법인이 농지를 소유하도록 열어준 것도 문제다. 농업경쟁력 제고를 위해 일본 농지법을 모델로 농업회사법인 제도를 도입했는데, 비농업인이 대표가 될 수 있는 등 비농업인 임원비율을 높이는 개정이 이루어져 온데다 농지전용이 상당부분 도모되고 있어서 이것 또한 경자유전의 원칙을 무너뜨리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농지는 투기의 대상이 되어서는 아니된다’게 농지법 조항 중 하나인데, 투기의혹들이 많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기업이나 사회 고위직의 투기의혹이 끊이지 않는데?
“농지는 각종 개발규제에 묶여 있다 보니까 가치가 저평가 되고 있는데 반해, 농지취득의 사후규제인 농지취득자격증명제를 실시하면서 반드시 뒤따라야 할 관리감독이 허술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게 개발이 되면 원래의 가치를 회복하는 것이 되는데, 이런 개발에 대한 정보를 잘 알고 있는 부류가 농지투기를 하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 또 가치가 회복되고 개발호재까지 따라붙게 되면 시세차익이 그만큼 크기 때문에 기업과 고위층의 농지투기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것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

-사실 1만㎡라면 1ha나 되는 것인데, 현재 농업인이 소유하고 있는 평균경지면적과 비교했을 때 너무 큰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큰 문제 중 하나가 아닐까?
“그러니까 경자유전의 원칙을 다 깨버리는 조치였다고 볼 수 있다. 또 1만㎡가 넘더라도 한국농어촌공사가 운영하는 농지은행에 맡기게 되면 현행법상으로는 계속 소유할 수가 있다. 농지법 6조 1항에서는 ‘자기의 농업경영에 이용하지 않거나 이용할 자가 아니면 소유하지 못한다’라고 해놓고, 2항의 예외조항에서 대상을 너무 넓혀 놔서 사실상 농업인이 아니더라도 농지를 소유하는 데는 제약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전체 농가 중 69%가 1ha 미만을 소유하고 있다는 점을 봤을 때도 너무 큰 면적이다.”

-왜 이런 식으로 농지법이 개정이 돼 왔다고 생각하시는지?
“농지법은 법 전문가가 개정과정에 참여했다기 보다는 정치적으로 개정돼 왔다고 본다. 그러다보니 상충되는 내용들도 많고, 오히려 농사를 짓고 있는 농민에게 불리한 내용도 많다. 예를 들어 이번 판례에서처럼 앞으로는 1만㎡ 이하의 상속농지를 가지고 있는 농지소유자의 경우에는 농사를 안지으면 처분명령을 받지 않겠지만 농사를 짓는 농업인은 처분명령의 규제를 받게 된다. 농지법 시행령 제3조에 ‘1000㎡ 이상의 농지에서 농작물 또는 다년생식물을 경작 또는 재배하거나 1년 중 90일 이상 농업에 종사하는 자’를 농업인으로 정의하고 있다. 농업인이 되는 순간 농업경영의 의무가 발생하는데, 이걸 뒤집어 보면 합법적으로 농지를 보유한 경우라면 아예 처음부터 농사를 짓지 않아야 처분의무가 부과되지 않는다는 뜻이 된다. 또한 가령 농업인이 상속받으면 상속농지의 규모와 관계없이 경작의무가 부과된다는 점에서 비농업 상속인에 비교해 형평에 반한다.”

-개정이 필요해 보이는 대목이 한 두가지가 아닌 것으로 보인데, 개정을 한다면 어떤 부분을 개정해야 하나?
“비농업인도 불법전용의 경우에 농지처분을 명하는 규정을 둬야 할 것이고, 경작의무가 부과되는 농업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휴경을 하는 경우에는 농지처분의무가 부과되는 것에 비교해 경작의무 없는 비농업인도 임대나 사용대 하지 않는 경우에는 처분의무를 부과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 경우 직불금이 지주에게 흘러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도 임대료 상한에 관한 규정 신설을 병행해야 한다.”

이진우 기자 leej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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