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기 논설위원·친환경농축수산 유통정보센터장

[한국농어민신문 정문기 농산전문기자]

요즘 친환경농업계가 단단히 화가 나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운영하는 블로그에 실렸던 ‘친환경 제품은 과연 안전할까? 유기농 제품’제목의 글 때문이다. 내용을 보면 △유기농이 건강에 진짜 효능이 있는지, 아니면 그저 소비자 취향에 불과한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며 △농약에 의존하지 않는 자생식물은 해충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독소를 내뿜는 경우도 있어서 유기농이 반드시 안전하다고 볼 수 없고 △일부 천연농약의 경우에는 합성농약보다 인체에 치명적인 독소를 함유한 경우도 있어서 각별히 유의해야 하며 △유기농이 일반농법보다 수확량이 떨어지는 만큼 같은 양의 수확을 거두려면 재배면적을 늘려야 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증가할 우려가 있고 △천연비료 성분이 염분농도를 증가시켜 화학비료보다 토양오염을 더 가속화시킨다는 것이 요지다.

일단 왜곡된 논리와 내용의 사실여부를 제쳐두더라도 정부의 한 부처, 그것도 철두철미하게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핵심 부처에서 운영하는 블로그에 친환경유기농업의 가치와 공적기능을 폄하하는 기사가 버젓이 올라왔다는 점에서 친환경농업계는 강력 반발했고, 하루 만에 이 블로그 글은 사라졌다. 하지만 친환경농산물의무자조금관리위원회는 지난달 2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공식 사과를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무엇보다 생산기술 확보와 판로확대 등의 어려운 상황에서도 환경보전의 필요성과 건강한 먹거리 제공을 위해 묵묵히 친환경농업을 하고 있는 농민들을 거짓말쟁이로 만들었다는 이유다.

그럼, 이 블로그의 글이 왜 문제가 있는지 짚어보자. 잘잘못을 따져 책임을 추궁하겠다는 것보다는 친환경유기농업에 대한 제대로 된 진실과 가치를 알리기 위해서다.

우선 친환경유기농산물이 건강에 효능에 있다는 과학적 연구결과가 분명히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연구팀이 친환경식재료 도시락을 4명에게 2주 동안 제공한 결과 대장염증반응이 억제되고, 유익균이 11.4% 증가했다는 실증적 연구다. 또 안철우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동아일보에 친환경농산물이 대사증후군도 개선시킨다는 기고를 게재하기도 했다. 친환경유기농산물을 구입하는 이유가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의 단순 취향이 결코 아닌 것이다.
또 독소배출에 따른 유기농 불안전에 대해 영국 하퍼아담스대 연구팀은 유기농산물에 미생물독소가 거의 없는 이유로 윤작 등 유기농 재배양식을 주 요인으로 제시했고, 작물의 병해충 방어물질은 자연스런 생리 대사산물로, 관행농산물에도 방어물질이 존재한다고 했다. 오히려 미국 대통령 직속 암위원회 보고서에는 유기농식품이 농약, 화학비료, 항생제나 호르몬제 등에 노출이 최소화돼 건강에 미치는 환경위험을 감소시킨다며 유기농식품을 선택토록 권고하고 있다.

여기에 친환경유기농업은 환경, 생태, 공동체 보전 등 유무형의 가치 뿐만 아니라 생물다양성 유지 기능, 온실가스 감축 및 에너지 절약 기능 등 환경보전적 기능까지 갖는다. 실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자료를 보면 환경보전적 기능의 경제적 가치평가가 3조5708억원에 이른다. 여기에 헤어리베치 등의 피복작물 재배 및 생물농약과 같은 유기농자재 사용으로 화석연료 사용이 줄고, 무경운 재배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어든다. 사실상 친환경유기농업이 지구 환경을 보호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친환경유기농업이 사회·경제·환경적으로 긍정적 영향이 많기에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친환경생태농업의 전국 확대를 위한 중장기 정책수립을 내놓았고, 친환경유기농업을 강조해왔던 것이다. 그런데 이 블로그의 내용 그대로라면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 잘못됐어도 한참 잘못된 것이 된다.

정보의 오류, 잘못된 편견이 있다면 신속히 이를 수정해 잘못된 정보로 인한 피해를 막는 것은 해당 업계의 본분이자 책무다. 더욱이 요즘같이 정보의 홍수시대에서 잘못된 가짜뉴스가 넘쳐나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정책을 책임지는 정부뿐만 아니라 관련 기관, 친환경농업계가 올바른 정보제공을 통해 친환경유기농업에 대한 가치와 의미를 널리 알려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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