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우농(愚農) 최양부

마침내 우리는 농가소득을 기준으로 농가경제계층(부농, 중산농, 빈농, 극빈농 등)을 구분하고, 농가 경영규모를 기준으로 ‘농업경영계층(대, 중, 소, 영세농 등)’을 구분하는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1982년 농수산부 농가경제조사 표본농가(3333호) 자료를 이용한 농가 경제의 변화실태 파악을 위해서는 농가계층 구분을 통한 계층 간 성격 비교연구가 시급했다. 당시 정부와 농업경제학계는 관행적으로 농가 경지 소유면적, 혹은 경작면적에 따라 대(2.0ha 이상), 중(1.0∼2.0), 소(0.5∼1.0), 영세농(0.5ha 미만)으로 농가계층을 나누어 경제적, 혹은 경영적 특성을 비교했다.

그러나 1982년 표본농가 3333호 가운데 경지 소유면적과 경작면적의 규모계층이 일치하는 농가는 전체의 64.3%(2142호)에 불과했다. 이는 농가들이 농지 임대 또는 임차를 통해 경작면적을 줄이거나 늘린 결과였다. 더욱이 농업의 시장화, 상업화의 진행으로 시장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축산, 과수, 원예, 시설농업 등 전문 농업이 발달하고, 농가 인구 감소 등으로 농업의 기계화 등 자본화가 진행되고 있는 현실에서 경지 소유면적이나 경작면적만으로 농가계층을 구분하고 비교하는 것은 전통적인 가족적 소농의 경제적 동질성이 무너지고 농가 간 이질성이 증대하고 있는 농가 경제 변화의 실상을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이러한 관행적 농가계층 구분방식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분석지표개발이 필요했다.

나는 박성재, 오내원 연구원과 이 문제를 놓고 논의를 거듭했다. 마침내 우리는 농가소득을 기준으로 농가경제계층(부농, 중산농, 빈농, 극빈농 등)을 구분하고, 농가 ‘경영규모’를 기준으로 ‘농업경영계층(대, 중, 소, 영세농 등)’을 구분하는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우리는 기존의 경작면적에 농가가 농업생산을 위해 투자한 고정자산, 예를 들면 축산, 과수, 농용시설, 농기계 등의 평가액을 전국평균 농지가격으로 나누어 산출한 ‘환산경작면적’을 합산하여 우리나라 최초로 경종농가와 축산, 과수, 원예 농업을 통합한 ‘표준영농규모(standardized farm size, ss)’라는 새로운 측정지표를 개발하여 모든 농가의 경영 규모를 통합적으로 비교하는 농업 경영계층 구분을 시도했다.

표준영농규모라는 지표는 당시에는 매우 획기적이고 참신한 지표로 평가되었으며 현재까지도 여러 연구에서 농가계층 구분지표로 활용되고 있다. 농지 소유면적이 아닌 농가소득을 기준으로 한 농가경제계층 구분도 처음으로 시도했다.

농가경제계층 구분을 위해 1982년도 표본농가의 호당 연간평균소득(470만4000원)과 연간평균소득의 표준편차(288만원)을 기준으로 부농(평균소득에 표준표차의 1/2을 더한 소득 이상 농가), 중산(中産)농(평균소득에 표준편차의 1/2을 더한 소득보다는 작으나 표준편차의 1/2을 뺀 소득보다는 많은 농가), 빈농(평균소득에서 표준편차의 1/2을 뺀 소득보다 적은 농가)으로 구분하고, 별도로 대부농(평균소득에 표준편차를 더한 소득 이상 농가)와 극빈농(평균소득에서 표준편차를 뺀 소득 미만 농가)으로 구분하였다. 부농은 여유 있는 생활을 하는 농가계층이고, 중산농은 대체로 호당 평균가계비 (328만9000원)을 충족시키는 중류 수준의 농가계층으로 평가되었다. 빈농은 대체로 가계비를 충족하지 못하는 농가이며 그 가운데 극빈농은 당시 보건사회부가 책정한 영세민 보호 대상 소득(162만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대적 빈곤선 이하의 농가계층이었다.

이러한 지표에 따라 1982년도 표본농가를 구분하면 부농은 22.3%(741호), 중산농은 44.4%(1479호), 그리고 생활이 어려운 빈농도 33.4%(1113호)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가운데 대부농은 12.2%(406호), 평균 농가소득은 1036만2000원으로, 극빈농 6.7%(222호), 107만1000원의 10배 수준으로 나타났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33년이 지난 2016년 상위 20%에 속하는 농가의 평균소득을 8893만원, 하위 20%는 787만원으로 상대적 격차가 11.3배에 이른다고 했다. 우리는 1983년 당시 처음으로 농가 간 상대적 소득 격차문제를 실증적으로 제기하고 빈농과 극빈농을 위한 농외소득과 사회보장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표준영농규모에 따라 1982년 표본농가의 농업경영계층을 구분하면 대농 11.7%(391호) 중농 40.8%(1,361호), 소농 30.8%(1025호), 영세농 16.7%(556호)으로 나타났다. 표준영농규모와 경작규모가 일치하는 농가는 표본농가의 78.8% (2629호)였으며, 일치하지 않은 농가는 21.1%(704호)로 나타났다. 표준영농규모로 본 대, 중농은 경작규모로 본 대농(274호), 중농(1228호)보다 많았고, 소, 영세농은 경작규모로 본 소농(1133호), 영세농(698호)보다는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들은 사실상 표본농가의 20% 가까이, 특히 영세소농 계층이 경지 이외 방식으로 영농규모를 키웠기 때문이다.

한편 농가소득규모에 따른 농가경제계층을 표준영농규모에 따라 세분화하면 부농이라고 해서 모두 대농이 아니며, 반대로 빈농이라고 해서 모두 영세소농이 아니라는 사실이 나타났다. 예를 들면 부농 741호 가운데 33.3%(248호)만이 대농계층이었고, 17.3%(128호)는 영세소농계층이었다. 후자는 농외소득의 영향 때문으로 보였다. 한편 빈농 1,113호 가운데는 75.8%(844호) 만이 영세소농계층이며, 24.2%(269호)는 영농규모가 큰 중대농계층으로 후자는 영농 포기나 실패 때문으로 보였다. 이런 결과들은 농가 간 성격 차이를 무시한 무차별적이고 획일적인 농정추진이 오히려 농가 간 상대적 소득 격차를 유발하고 확대 심화시키는 불합리 한 정책이며 농가의 성격과 유형별로 차별화된 농가 정책의 필요성을 실증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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