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영민 기자]

“정부가 지금과 같이 이례적으로 대책을 내놓은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런데 지금의 상황에서는 누구를 갖다 놓아도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정부가 월동채소 가격안정을 위해 최근 발표한 소비촉진 대책을 보면서 업계의 한 관계자가 던진 말이다. 정부가 월동채소 대책을 연쇄적으로 내놓고 있지만 좀처럼 가격 반등이 일지 않는 상황을 두고 답답한 마음에 한 말로 들린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말까지 총 세차례에 걸쳐 배추와 무 등 월동채소의 산지폐기, 수매 등의 시장격리를 진행했다. 시장격리된 물량만 배추 7만1000톤, 무 4만8000톤, 양배추 2만2500톤, 대파 4800톤이다. 농식품부는 시장격리 대책으로는 부족하다는 판단에 지난 3월 4일 월동채소 전방위 소비 활성화를 위한 대책까지 발표했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월동채소 가격안정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표현까지 나온다.

그러나 이례적인 작황 호조에 따른 공급과잉에 소비 부진까지 겹치면서 가격 반등의 기회는 좀처럼 엿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정부의 잇단 대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배추와 무, 양배추 등의 가격은 요지부동이다. 업계에서는 “애써 키운 배추를 갈아엎는 농민들의 상심도 크지만 정부도 많이 답답할 것 같다”고 말한다.

이러한 국내 상황과는 달리 수입 농산물은 오히려 시장잠식을 확대하고 있는 분위기다. 대표적인 것이 수입김치다. 배추 가격 약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지난 1월 김치 수입량은 2만8000톤으로 국내 배추 도매가격(10kg 망대 기준)이 5000원과 9000원 수준이었던 2018년과 2017년에 비해 더 많이 수입됐다. 최근 3년 사이에 1월 수입량 중 가장 많은 물량이 국내에 수입된 것이다.

이를 두고 가정소비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배추와 무 등 월동채소류의 소비 타깃을 정확히 삼고 이에 걸 맞는 대책과 국내 생산 체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가령 김치공장이나 외식업체와의 안정적 계약체계를 구축하는 동시에 생산자 역시 가격에 따라 계약을 옮기거나 심지어 파기하는 사례를 지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내년에도 혹은 가까운 미래에도 애써 키운 배추와 무가 소비자의 식탁에 오르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하지 않게 정부의 전반적인 수급정책도 점검해 봐야 한다. 여기에 소비자단체들도 농민들의 힘들고 멍든 가슴을 따뜻하게 안아줄 수 있도록 소비촉진에 동참해 줄 것을 당부한다.

김영민 유통팀 기자 kimym@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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