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대규모 기업농에 혜택 편중
타 분야와의 형평성 이유

“가뜩이나 경영비 상승 심각”
농업현실 무시한 처사 비난


한국전력공사(한전)가 농업용 전기요금 인상 등의 전기요금 체계 개편을 올해 상반기에 추진할 것으로 알려지며 농업 관련 단체가 강력 반발하고 있다.

한전이 지난 2월 국회 에너지특별위원회에 제출한 ‘전기요금 체계개편 설명자료’에는 산업용과 주택용 누진제에 이어 농업용 전기요금 개편 추진 계획이 담겨있다. 2016년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 문제가 불거진 것을 시작으로 전기요금 체계 개편이 검토돼 왔는데, 개편 대상에 ‘농사용’ 전기요금도 포함된 것이다.

'농사용' 전기는 영세농어민 지원을 위해 저렴한 수준으로 운영되고 있다. 2018년 전력판매 현황을 보면 농사용 전기는 184만9000호에 공급되고 있으며, 고객 수는 전체 7.9% 정도다. 판매단가는 47.43원/kwh로, 주택용 106.87원, 산업용 106.46원의 절반 수준이다.

한전은 이처럼 낮은 농사용 전기요금으로 인해 2차 에너지인 전기가 1차 에너지원을 대체하는 에너지 소비구조 왜곡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며 개편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즉 전기요금이 싸기 때문에 농어업용 석유소비가 전력소비로 대체되는 비효율성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또한 영세농어민 지원취지와 달리 대규모 고객에게 혜택이 편중, 대규모 농산물 수입업체가 국내 농가 생산을 위축시키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타 분야와 요금 형평성 문제도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는 점을 개편의 필요성으로 들고 있다.

한전은 우선 대규모 기업농의 요금 현실화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실화는 가격 인상을 의미하는 것으로, 단계적 인상을 검토 중이다. 한전은 농사용 전기 등을 비롯한 개편 계획을 올해 상반기 정부 관계부처와 협의를 거쳐 개편을 추진하는 일정을 잡고 있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농민 단체들은 가격 인상을 골자로 한 농사용 전기요금 개편 계획을 철회할 것을 강력 촉구했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한농연)는 4일 성명서를 내고 “정부가 농사용 전기요금을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계획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며 “가뜩이나 농업 경영비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외면한 정부의 처사에 농업인들은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이어 “한농연은 지난 대선 공약 요구사항으로 농가뿐만 아니라 농업용 시설(RPC, LPC 등)에도 농사용 전기요금 체계를 적용해 달라고 요구해 왔다. 이는 우리 농업이 단순히 농산물 생산에만 의존하는 1차 산업에서 벗어나 생산·가공 등을 총망라한 먹거리 산업체계로 전환하기 위함이었다”라며 “이런 상황에서 농업용 전기 수혜 대상을 축소할 경우 생산·가공비 증가로 인해 경쟁력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한농연은 특히 “문재인 정부가 100대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스마트팜 사업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실제 일반재배에 반해 시설재배의 경우 더 많은 전기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농사용 전기요금 인상 계획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 운영 방향에 전면 배치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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